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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Aug 16. 2021

마인드 피트니스가 필요한 순간

feat. 그릿만이 능사가 아니다

달리기를 할 때 부상을 당하는 이유


달리기를 막 시작할 때 대부분의 초보 러너들은 기록이 정말 빠르게 향상된다(기존에 질병이나 신체적 이상이 없다면). 하루가 멀다 하고 기록 경신이다 보니 달리기도 재미있어지고, "나 생각보다 잘 달리는데!" 하는 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가 부상을 당하기 아주 '딱 좋은(!)' 때이다. 충만한 자신감은 무리하게 속도(페이스)를 높이거나 거리를 늘리게 만들고, 재미있는 달리기를 매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몸에는 점점 대미지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대미지는 어느 날 '작은 충격'에도 부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때 대부분의 초보 러너들은 부상의 원인을 잘 모른다. 아니면 그날의 컨디션이나 신발, 그리고 몸풀기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물론 아주 영향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그간 무시하고 누적시킨 대미지이다. 게다가 부상 후에도 별것 아니겠지란 생각에 꾸역꾸역 참으면서 계속 달리다 보면 결국은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이때쯤 되면 병원을 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동안 달리기는 못 하게 된다. 어렵게 만든 달리기 습관과는 작별을 하게 되고, 달리기는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이런 사례를 수도 없이 봐왔기에 매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달리기를 4년째 해오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점점 좋아지는 기록이나 체력이 아니다. 바로 단 한 번도 '큰 부상 없이'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미한 부상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달리는 도중 경미한 통증이라도 느껴지면, 쓸데없는 고집이나 근성을 부리지 않고 바로 달리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적절한 휴식과 회복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러한 대응이 꾸준히 달리기를 해나가는 데에 더 큰 도움이 되었다. 경미한 부상으로부터의 회복은 오히려 신체의 각 부위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줬고, 몸에 대한 메타인지도 높여주었다. 덕분에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건강하게 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릿(GRIT)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릿이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가 중요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불편함을 참고 끝까지 밀고 나갈 능력을 개발했다는 의미다. 또 그릿이 강한 사람들은 실패를 겪고 낙담하기보다 그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역경을 겪고 다시 일어나 궁극적 성공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2배로 쏟아붓는 데 능숙하다. 이는 칭찬할 만한 자질일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릿의 경험적 연구는 그 결과로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 문화적 조건화의 일환이기도 하다.

- <최악을 극복하는 힘>, 59p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언제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스트레스들은 때로는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트라우마에까지 이르게 한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는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대응만 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참고 견디며 계속 밀어붙이는 것을 경계하라고 한다. 아무리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일지라도 심신 체계를 잠시도 쉬지 않고 '항시 가동' 상태로 운용하면 회복탄력성이 점차 약해지기 마련이다. 완전한 회복 없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심신 체계는 더이상 조절된 균형 내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곧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증상 등의 조절 장애로 이어지게 된다. 근성과 끈기가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때로는 잠시 멈춰 서서 재정비하고 내부와 외부 자원을 끌어모아야만 목표를 달성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앞으로 돌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또 어떤 상황에서는 다음 날 싸울 수 있도록 물러설 필요도 있다.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도 최고의 선택은 오직 하나뿐이므로 공식이나 각본에 의존할 수 없다. 이럴 때 지혜가 있어야만 분별을 할 수 있다. 또한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들은 때때로 항복, 철수, 포기 등을 선택한다.


우리는 항상 반복적 선택을 통해 그 구조를 변화시키는 주체성을 지니고 있다.

- <최악을 극복하는 힘>, 111p




마인드 피트니스가 필요한 순간


우리가 특정한 운동을 꾸준히 할 때도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그 운동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힘, 체력, 유연성, 속도 등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범용적 능력을 얻는 것이다. (...) 또 신체 단련으로 보호 효과도 생겨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부상을 당한 후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 이 역학은 마인드 피트니스 훈련에도 똑같이 존재한다.

- <최악을 극복하는 힘>, 91p


마인드 피트니스 훈련의 목표는 단순히 그 훈련 자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력, 정신적 민첩성, 상황 인식, 자기 조절, 심신 최적화, 정서 지능 등 매일 사용하는 범용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회복탄력성도 더 좋아질 뿐만 아니라, 심리적 상처를 입을 가능성은 줄어둘고 미래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응할 가능성은 커지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심신 체계를 재배선하고 회복탄력성을 기르려 오랜 시간에 걸쳐 통합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근력을 키우고 심혈관 기능을 향상하려면 수개월간 꾸준히 운동해야 하듯이 마인드 피트니스 훈련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서도 오랜 시간에 걸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최악을 극복하는 힘>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우리로 하여금 생물학적 구조를 이해하고, 심신 구조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줌으로써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탁월한 안내서이다.




끝으로 여러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책은 바로 일과 삶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관점이나 방향의 전환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꼭 함양해야 할 교양으로써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모두를 담고 있다. 당장 나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용서이자, 앞으로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에 대한 지침서이자,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철학서이다. 충만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매우 강력한 이 책은 여러분의 인생을 되찾아줄 것이다.
이제 당신의 삶을 100%로 살아야 할 시간이다.

- 존 카밧진




* 참고 : <최악을 극복하는 힘>, 엘리자베스 스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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