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삶을 닮은 것이라면, 한길로 꼿꼿이 가지 못하고 휘청휘청 비틀댄다 해도 뭐 어떤가. 내가 걷는 모든 걸음걸음이 결국엔 소설 쓰기의 일부가 될 텐데. 길 읽고 접어든 더러운 골목에서 맞닥뜨리는, 누군가 허물처럼 벗어 놓고 간 쓰레기들과 죽은 쥐마저도 내 빵에 필요한 이스트나 밀가루가 될 텐데. 그러므로 그림자처럼, 한낮의 시간에는 더욱 짙어지는 익숙한 열등감과 수치심이 찾아오면 이제 나는 그것들을 양지바른 곳에 펼쳐놓고 마르길 기다리며 찬찬히 들여다본다. 오븐의 열기는 하오의 볕처럼 공평하니까 어쩌면 내가 소설을 쓰는 사람인 한, 나에게도 언젠가는 따뜻한 식빵 한 덩이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믿어보면서.
백수린 '다정하게 매일매일'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