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당신의 선택은?'
오랜만에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 진현이와 연락이 되었다. 진현이가 바로 나에게 가구점 아르바이트 일을 소개했던 친구다. 가구점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적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 장식>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호감도 있었고, 실용성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갖추어야 하는 아이템을 가지고 세일즈 사업을 하는 현장에서 배우면서 부딪칠 기회는 즐거운 시도로 느껴졌다. 진현이는 박사 학위를 받을 즈음 임신을 하여 졸업하고 한동안 아기를 키우면서 근처 대학에서 강의 하나 하는 것으로 박사라는 이름의 갈증을 채우며 가구점에서 주말에 아르바이트하고 있던 차였다.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졸업 학위를 못내 아쉬워하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가 아기가 프리스쿨을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연방 연구소직에 응시를 했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풀타임 일을 찾았다. 그녀는 내가 직장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나에게 자기가 있던 자리를 권했고, 우린 기차를 바꿔 타듯 서로의 인생을 바꿔 탔다. 정말 타이밍이 절묘한 일이었다.
그녀의 새로 시작한 풀타임 일이 얼마나 바쁠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기에 별 기대 없이 전화를 넣었는데 마침 아이 정기 검진도 있고 해서 하루 쉬고 있다며 병원 검진은 아침 일찍 다녀왔으니 점심 먹자고 해서 여느 때와 같이 에이치 마트, 한국 가게 옆에 있는 분식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도시 근교 전원주택에 사는 그녀와 다운타운 도심 한 복판에 사는 나에게 딱 중간지점이 되는 곳이라 항상 그곳에서 만나 분식집에서 돌솥비빔밥을 한 그릇 씩 먹고 한국 가게 내 빵집에서 파는 뜨거운 커피를 함께 마시는 동안 쫓기듯 서로의 일상을 보고하고 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헤어지는 것이 정해진 대본 같은 우리의 만남이었다. 그녀는 아이 때문에 바쁘고 나는 일 때문에 바빴으니까.
나는 진현이를 거의 몰라볼 뻔했다.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찰랑이는 단발머리로 변화를 준 탓도 있지만 볼살이 많이 빠져 한층 여윈 모습이었다.
“가구점 일은 어때? 할만해? 같이 일하는 미국 애들 좀 까칠하지 않니?”
자리에 앉기도 전에 딸아이를 의자에 앉히며 질문을 쏟아낸다. 그러다 얼핏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무는가 싶더니, 뭔가 신기한 광경을 갑자기 목격하기라도 한 것처럼 눈이 둥그레져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노골적으로 훑어 내린다.
“뭐냐? 선보냐?”
맨날 티셔츠에 기름때 묻은 청바지 차림만 보다가 스커트에 롱부츠를 신고 있는 내 모습을 본 진현이의 반응이었다. 순간 내 얼굴이 붉어졌지만 짐짓 태연한 척했다.
“흠흠… 뭐 먹을래?”
이야기를 슬쩍 돌린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도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이 자리에 나왔을 진현이 얼굴을 대하고 보니 내가 이런 옷을 꼭 한 번 입어보고 싶었다는 둥 하는 이야기들을 재재거릴 의욕이 물거품처럼 사그라든다.
“돌솥 먹자. 여기 그게 제일 낫잖아”
역시 오늘도 돌솥비빔밥이다. 갈빗살을 얹은 돌솥비빔밥 두 개를 사서 쟁반에 들고 자리에 오니 진현이가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낸다.
“됐어. 내가 살게. 가구점 일을 알선해 준 보답!.”
“참……우리 사이에 뭘 그 정도 가지고 밥을 사고 그러냐? 가구점 쥐꼬리만 한 급료 내가 다 아는데……”
가구점 일이 급료도 적고 은근히 막일인 데다 까다로운 손님들 비위까지 맞춰야 한다고 불평이 많던 그녀였지만 이젠 친구의 일이다 싶은지 평소 레퍼토리를 줄줄 읊으려다 말고 주춤하며 내 눈치를 살핀다.
“그래도 내겐 지금 이 일이 그나마 붙잡을 지푸라기야. 너한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생각보다 나한테 일도 잘 맞는 것 같고. 너는 어때? 바쁘겠다. 아이도 아직 어려서.”
“말도 마!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 첨엔 애 프리스쿨에 떼어놓고 일가는 게 어찌나 어렵던지. 일주일 동안 울고 불고 난리였어.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고 눈물 글썽한 애를 억지로 떼놓다시피 하고 출근해서는 보스 눈치 살피랴, 새로 맡은 일 파악하랴……”
홀쪽 살이 빠져 볼 뼈를 앙상히 드러내며 그간 있었던 일을 한숨 섞어 하소연하는 진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신경 써 주어야 할 아이가 있는 진현이의 어깨에 지워진 풀타임이라는 책임의 무게가 짓누르는 느낌이 그대로 내게 전해지는 듯해서 그녀와 같이 있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집에서 하겠다고 들고 온 직장 일이 있어 가서 일해야 한다고 밥을 먹자마자 부랴부랴 일어서는 진현이에게 한국 가게로 금방 뛰어들어가 사 들고 나온 커피 캔을 하나 손에 쥐어주고 아쉬운 마음을 숨긴 채 헤어졌다. 진현이에게 아이가 생긴 후로 늘 우리의 만남은 이렇게 정신없고 짧을 수밖에 없었지만 왠지 이번엔 조만간 진현이의 얼굴을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슬프고 외로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만나기만 하면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주말도 없이 바쁘다고 징징대는 나와 헤어져서 돌아가는 진현이의 기분은 이런 것이었을까? 아마도 내가 지금 느끼는 것과는 달랐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때의 진현이에게는 가보지 않은 길이었고 지금 나에게 진현이의 길은 짐작이 가는 길이니까.
치카치카 양치질을 정성 들여하고 초록색 스웨터를 꺼내 입는다. 오늘 가구점의 주제는 크리스마스다. 가구뿐 아니라 그릇이나 꽃병 등의 모든 집안 장식용품, 인테리어 관련 도서까지 판매하는 이 가게는 계절이나 절기에 따라 전문 디자이너가 와서 가게를 적절하게 장식한다. 회사가 정해주는 컨셉대로 일하는 직원들도 옷을 맞추어 입고 간다. 아직 땡스기빙도 지나지 않았지만, 상점들은 할로윈에서 바로 크리스마스 절기로 건너뛰었다. 초록색 상의와 대조를 이루도록 붉은 액세서리를 하고 검은 바지를 맞추어 입었다. 옷에 향수를 살짝 뿌리곤 볼티모어 다운타운 남쪽에 있는 가구점 <SU CASA(당신의 집)>로 향했다.
초겨울이 벌써 입성한 듯 볼티모어의 저녁거리는 뿌연 가로등 아래 매서운 바람이 불어치고 봉지와 종이 조각들이 길 잃은 영혼처럼 여기저기를 떠돈다. 가구 가게 입구에 파킹을 하고 큰 정면 유리문을 여는 순간 세찬 바람이 내 몸을 수욱 밀어 넣고 다시 문을 쾅 닫는다. 가구 안의 벽걸이 장식들이 동시에 파도에 밀린 해초처럼 딸랑인다. 평일 저녁 치고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 쇼핑을 아주 일찍 시작한다. 이때 제대로 선물을 못하면 큰 일 날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즈음은 가구보다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한 붉은색 그릇, 테이블 보, 양초 등의 테이블 액세서리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나간다. 덕분에 일하는 사람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선물포장을 해주는데 일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커미션 노트엔 11월이 시작된 이후로 기록할 것이 없다. 커미션 노트란 150불 이상의 가구를 팔 때마다 그 가격의 5%를 커미션으로 받는데 그 커미션을 매번 기록해 두는 장부를 말한다.
시작했던 첫날 얼떨결에 300불짜리 오토만과 800불짜리 와인 바를 하나 팔고 55불이 누적되어 있는 것은 노트를 펼쳐보지 않아도 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사실이다. 첫날 커미션을 받고 계산을 해보니 급료가 거의 기본급의 두배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너무 흥분에 들떠 엄마께 알리고 “우리 딸이 말도 잘하고 똑똑해서 뭐든 잘하는구나”하고 말씀하시게 만들었지만 사실은 그게 나의 세일즈 실력이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가구 가게에 들어오는 고객들 중에는 따로 세일즈를 하지 않아도 이미 필요한 정보수집을 마치고 특정 가구를 사겠다고 결심하고 오는 고객들도 상당수 있는데 그들이 들어와서 누구에게 말을 하느냐는 그 세일즈맨의 운일 따름이다. 그날 나는 그저 거기에 서 있었을 뿐이었다. 내가 특별히 한 일이라곤 고작 고객이 원하는 가구가 가게 창고에 들어와 있는지 확인해 준 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55불이라는 커미션을 받았다.
기대도 없었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사이 받게 되었던 그 커미션 이후로는 다시 그와 같은 기회가 없었다. 가구를 살듯 살펴보는 손님들 주변을 배회하며 도움을 줄 기회를 엿보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러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생각보다 사람들은 가구사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않고, 같은 먹이를 노리는 같은 시간대에 일하는 동료 세일즈맨들과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상당했다.
가구 가게의 뒷방은 넓고 화려한 매장 플로어와 대조적인 공간이다. 좁고 긴 공간 양옆으로 물건 박스들이 산적해있고 왼쪽 끝엔 사장과 매니저가 쓰는 컴퓨터가 놓인 책상이 있고, 오른쪽 끝엔 직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도시락을 먹거나 쉴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 있다. 테이블 옆에 캐비닛을 열어 옷과 가방을 걸고, 케비넷 문에 붙어있는 조그만 거울 조각에 비춰가며 찬 바닷바람에 트실트실해진 입술에 꿀 냄새가 나는 립밤을 바르고, 심호흡을 크게 두 번 한 후 큰 철문을 밀어 열고 매장으로 나간다. 극을 위해 꾸며진 세팅장을 걸어 나가는 연극배우처럼.
매장 플로어는 밝은 조명 아래 가구와 장식품들이 가득하다. 줄리와 데이나가 손님 선물을 포장하는 일로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다.
“수지, 넌 그냥 손님들 맞고 플로어를 돌아봐 줘. 여기 포장하는 일은 우리 둘이면 된 것 같아.”
서비스 데스크로 가까이 다가가자 데이나가 지친 기색으로 말한다. 데이나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노련하고 눈치가 빨라 여기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게 사장이 풀타임을 주었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가게에서는 베네핏이 주어지는 풀타임을 얻는 자체가 큰 승진이다. 그녀의 커미션 장부는 벌써 두 페이지를 넘어서고 있는 걸 얼핏 본 적이 있다.
“Hi, how are you? How can I help you?”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처음에 어색하고 머뭇거리던 손님을 맞는 인사가 두어 달이 지난 지금은 여느 세일즈맨처럼 빠르고 매끄럽게 흘러나온다. 한 중년부부가 저녁을 먹고 와인을 한 잔 걸친 후인 듯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붉고 후덕한 웃음을 띄며 훅 불어 치는 바닷바람과 함께 유리문을 밀치고 들어온다.
“플로리다에 있는 별장에 놓을 가구를 찾고 있는데 등나무로 만들어진 오토만 혹시 있나요?”
최근 별장을 마련한 듯 목소리에 흥분감이 서려있다. 안정되고 여유 있는 중년의 문턱에 마침내 다다른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만족감과 뿌듯함이 질문에 묻어난다.
“마침 이번 주에 들어온 오토만 중에 등나무 제품이 있어요.”
붉은 스웨이드 카우치 앞에 커피 테이블 대용으로 놓인 등나무 오토만으로 이 중년부부를 인도하면서 가격표를 슬쩍 보니 500불이다.
“어머나! 이 디자인 좀 봐요. 우리 집 카우치랑 너무 잘 어울리겠어! 우리가 찾던 거예요. 이렇게 살짝 안으로 들어갔다가 바닥이 스커트처럼 넓어지는 이 모양이잖아요!”
여자의 목소리가 흥분감으로 잔뜩 고조되었다. 흰머리가 희끗한 남자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 번지며 나에게 한쪽 눈을 찌긋 윙크를 던진다. 나도 따라서 미소를 입가에 띠는 동시에 가슴이 두근두근 방망이질 치며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뭐부터 하더라. 가구를 팔아본지 한참이 되어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맞다. 일단 이 가구가 창고에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원하시면 저희 창고에 이 제품이 남아있는지 혹은 더 주문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 알아봐 드릴 수 있어요. 창고에 있으면 내일 당장 배달이 가능하고요. 주문을 더 해야 하면 1-2주 기다리셔야 하고요.”
숨을 쉬지 않고 말을 했나 보다. 숨이 찬다.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입을 살짝 열고 조용히 천천히 큰 숨을 들이켠다.
“한 번 알아 봐 주세요”
부부는 붉은 카우치에 앉아 다시 한번 등나무 오토만을 이리저리 쓸어본다. 마음이 변하지나 않을지 그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힐끗 살피며 서비스 데스크로 종종걸음 쳐 간다.
“저 등나무 오토만 창고에 더 있는지 알아보려는데...”
“있어.”
이미 나와 손님들 간의 대화를 짐작한 눈치 빠른 데이나가 <등나무 오토만 3개>라고 적힌 창고 물품목록을 보여준다. 다시 종종걸음으로 그 부부에게 가서 소식을 알린다
“창고에 이미 들어와 있는 제품입니다. 급하시면 내일 오전 창고 여는 시각에 바로 픽업하실 수 있어요. 볼티모어 안에 사시면 댁으로 배달해드릴 수도 있어요. 물론 무료로요.”
자선이라도 베푸는 듯 얼굴을 활짝 펼쳐 미소 지으며 고개를 상냥하게 끄덕이고 있는 내 모습이 문득 낯설게 느껴진다.
“저희 벤으로 내일 오후에 픽업할게요. 그건 그렇게 하고 여기 이 등나무 의자는 얼마예요? 이 의자 두 개 창고에 있는지도 좀 알아봐 주시겠어요?”
하며 부인이 오토만을 사이에 두고 붉은 카우치와 기역자를 이루며 놓여있는 등나무 의자의 어깨를 쓰다듬는다. 심장이 더 빠르게 고동치기 시작한다. 들릴 것만 같아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한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알아봐 드릴게요.”
창고 물품 목록을 재빨리 훑어내려 <등나무 의자 2개>라고 적힌 것을 확인한다. 오늘 밤은 운명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 짓고 있음이 확실하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친다.
“창고에 딱 두 개 남아 있어요!”
이젠 매장은 이 중년부부 외에 다른 손님이 없이 한산해져 줄리와 데이나도 이쪽만 쳐다보고 있다. 다크 초콜릿이라도 입안에 물고 있는 듯 씁쓰름한 눈빛을 하고 있다.
“어머! 너무 잘 됐다. 우리가 그 등나무 의자 다 살게요. 내일 다 함께 픽업하는 걸로 약속 잡아 줘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로 계산할 거예요.”
세 가구의 총가격은 택스를 제하고 도합 2000불이 나왔다. 따라서 커미션은 100불! 하룻밤에 백 불을 만들었다! 문밖까지 달려 나가며 정성스러운 배웅으로 손님을 보내고 커미션 장부에 기록을 하려고 데스크로 다가가니 데이나는 뒷방에서 휴식 중인지 자리에 없고, 줄리는 데스크에 두 팔꿈치를 얹고 인테리어 잡지를 뒤적거리고 있다.
“네가 그 손님들을 맞게 된 건 그저 우연일 뿐이야,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불만스럽다는 듯 줄리는 보고 있던 잡지를 후르르 넘겨 덮어버리고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을 한다.
“우리 중 누구라도 한 사람은 손님을 맞아야 했고, 두 사람은 선물포장일을 했어야 했으니까.”
이제 스무 살이 갓 넘은 줄리는 예쁜 얼굴의 미간에 세로로 주름을 잔뜩 세우고 있다. 불편한 공기가 줄리와 내가 서 있는 데스크 주변으로 흐른다. 끼익 하는 소리가 정적을 깨며 뒷방으로 통하는 철문이 열리고 데이나가 매장으로 걸어 나온다. 데스크로 오지 않고 저쪽으로 걸어가 손님들이 흩트려놓은 침대 세팅과 쿠션들을 정리한다. 100불을 내가 독차지하면 줄리와 데이나는 억울함을 느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이 곳에서 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한 기분으로 일하고 싶지도 않고 반목의 씨앗을 키우고 싶은 생각은 더더구나 없다. 나는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 나에게 맘 편하고 즐거운 일을 찾기 위해서 이 모든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럼 이렇게 할까? 우리 셋이 오늘 생긴 커미션을 나누자.”
줄리의 얼굴이 순간 붉어진다 싶더니,
“왜? 네가 번 커미션이잖아.”
내 눈을 보지 않고 볼멘소리로 말한다.
“아니. 나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정말 잘 몰랐어. 너와 데이나가 그 자리에 있어서 서류랑 카드 결제하는 거랑 이렇게 저렇게 도와주지 않았으면 아마 손님을 놓쳤을 거야. 너희 도움이 컸어. 나누는 것이 옳다고 봐.”
커미션 장부를 펼쳐 줄리와 데이나와 내 이름 앞으로 오늘 받은 커미션의 삼분의 일 값을 각각 적어 넣는다. 솔직이 정말 옳은 결정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을 조이던 불편한 공기는 거두어진 듯하다.
가게 문 닫을 시간이 다가와 레지스터를 열어 돈 계산을 하며 크레디트 카드 머신 영수증을 뽑고 있는 줄리와 마루를 쓸고 있는 데이나의 얼굴을 흘깃 보니 피곤한 기색이라도 약간의 미소가 입가에 번져 있는 듯도 하다. 가구를 팔며 긴장을 하고 심장이 하늘로 솟구쳤다 땅으로 떨어졌다 방망이질 쳐대서인지 피곤이 갑작스레 덮쳐왔다. 12시가 가까운 시각 밤이 이슥한 가로등만이 환한 이너하버 밤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면서 왠지 전쟁에서 지고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보 같다는 말이 자꾸 입에서 맴돌았다.
'바보 같다 바보 같다 바보 같다…일이란 건 이렇게 전쟁 같은 순간을 견디고 돈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가? 행복한 일이란 게 있을까? 없을까? 시간은 자꾸 가는데…'
나는 미아가 되어버린 듯 나의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듯 갈피를 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