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 양육 힘들지만 희망을 본 날의 일기

엄마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자아 양육 일기'

by 하트온
지금 사춘기 자녀를 돌보는 것이 힘든 누구에겐가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힘든 날 제 마음을 날 것 그대로 토로했던 일기를 공개합니다.


2019년 5월 3일,



오늘은 큰애가 아빠를 따라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아마 남편은 일하고 아이 학교는 쉬는 공휴일이었던 모양. 이런 날엔 큰애가 주로 공휴일 없이 근무를 하는 아빠 사무실에 따라 나갔었음). 날씨도 좋고,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라, 동네 친구 만나 잘 놀고 들어왔다. 친구를 집에 데려왔길래, 저녁 시간 전까지 함께 놀게도 해주었다.


저녁으로 마침 아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도 준비되어 있었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느껴지려는 찰나, 애가 스파게티를 면과 소스를 분리해서 달라고 말했는데, 내 손이 습관적으로 면 위에 소스를 부어 버렸다. (여분의 국수가 없었던 상황)


그때부터 1차 난리....ㅠㅠ (여기서 7일간의 평화 종식)


맺힌 게 많은지, 한 시간 동안, 엄마는 자기를 케어하지도, 도와주지도, 자기 마음을 알지도 못한다고, 말이 되는 듯, 안 되는 듯한 말들을 마구 쏟아내며, 중간중간 답답한지 소리도 지르고, 비명도 지르고,...


덕분에 둘째도, 8시까지 저녁도 못 먹고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앞에 놓고 놀라서 꼼짝도 못 하는 상황),


큰애는 자기 시간 뺏기고, 안 그래도 밖에서 많이 놀아 피곤한데, 몸 더 힘들게 만들었다고, 모두 엄마 잘못이라고 끊임없이 원망, 블레임,....


8시쯤 겨우 진정되고, 애들 둘이서 함께 그림 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가 했는데, 괜히 끼어든 엄마의 한 마디, "네가 디자인 잘했다"는 말에 격분...


또 한 시간을, 자긴 잘하는 게 도대체 뭐냐고,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선 칭찬받고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선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는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잡이나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길에 나가서 동냥하게 될 것 같다고,


생트집을 잡다가,


지금 11시 15분, 애들은 자러 들어가고, 이제야, 내 시간을 갖는다.


너무 피곤한 하루였다.



[여기서부터 '자아 양육 일기]-------------------------------------------------------------------------



많이 피곤하지? 많이 힘들었겠다. 누가 너에게 소리 지르고, 격분하는 거, 네가 무엇보다 싫어하는 건데, 너무 괴로웠겠다.


네가 몇 시간을 차근차근 좋은 말로 달래는 것보고, 내가 무척 놀랐어. 엄청난 감정조절 능력이었어. (중간에 아이 앞에서 엉엉 울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아... 담엔 더 잘할 거니까)


네가 한 행동이 바로, 네 감정은 내려놓고, 아이 감정부터 들어준 진정한 "공감"이야!


아이가 혼자 많은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아. 엄마가 자신과 사고방식과 성격, 행동 패턴이 다 다른 타인이라는 걸 깨달아 가면서 겪는 고통의 과정인 것 같아. 아이는 벌써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고, 무엇을 목표로 달려야 할지 가늠하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아.


네가 아이의 부정적인 표현들에 휘둘리지 않고, 긍정적인 비전을 심어주는 말을 한 것 아주 잘했어. 네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확신에 찬 좋은 말을 해 주니, 아이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것 너도 봤지? 아이가 원하는 것이 만족되었기 때문이고, 네가 엄마 역할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야!


내가 그랬지? 넌 네 아이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최고의 엄마라고! 이제 인정해야만 해!


이제 아이가 왜 그런 생떼를 쓰고 난리를 부리는지 알겠지? 그 아이는 지금까지 자기 주변의 세상에서 주워들은 자아상을 파괴하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거짓 메시지들과 싸우고 있는 중인 거야. 아이가 필요한 것은 그 거짓 메시지들을 날려 줄 긍정적인 비전이고, 아이의 성공에 대한 부모의 확신이지!


오늘 진짜 잘했어! 진짜 살다 살다, 이런 심한 감정 받이는 처음 해봤을 텐데, 잘 해냈어! 방문 닫고 들어가고 싶고, 성질도 부리고 싶고, 아이를 비난하며 신세한탄도 하고 싶었을 텐데, 정말 잘 조절했어!


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대화였어! 아이 마음에 큰 평안과 행복감을 선물한 거야!


네가 한 정신노동, 고생한 거 내가 다 보상해 줄게! 낼 내가 아주 맛난 바닐라 라테 한 잔과 크롸상 쏠게! 점심도 맛난 걸로 쏜다! 오늘 몇 번 놀랐을 둘째에게도 쏜다!


너와 너희 가족 모두를 사랑해!

네가 넘넘 자랑스러워!! 고마워, 이렇게 빨리 성장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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