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녀
행복을 주는 사람
검은 마스크를 쓴 그녀가 우릴 향해 반갑게 웃는다. 60세는 훌쩍 넘었을 것 같다. 주름진 얼굴이 알러지 시즌의 폭격을 당하고 있는지 더욱 빨갛고 건조해 보였다. 파란 눈동자에 피로한 기색이 겹쳐, 오묘하고 안쓰러운 색채를 띠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부터 솟아난 진정한 환대가, 그녀를 우리 눈에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되게 만든다.
I like this family!
그녀가 다른 웨이트리스들에게 우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해도, 그녀가 우리 가족을 좋아한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행동으로 눈빛과 표정으로 마구 아낌없이 호감을 표현한다. 우리가 잘 시키는 메뉴를 알고 있고, 아이들이 이 식당 디너롤 빵을 좋아한다는 것과, 내가 차가운 음료 대신 주로 뜨거운 물과 레몬을 원한다는 것을 기억한다. 심지어, 그녀가 다른 웨이트리스들에게까지 우리의 식성을 다 알려, 다른 웨이트리스의 서빙을 받을 때도 우리는 그녀의 덕을 톡톡히 본다.
한 번은, 가끔 오는 우리를, 우리의 식성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I try!
깜박깜박하는 나이지만, 기억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기억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반복해서 되뇌며 노력한다고 했다.
행복감의 선순환을 부르는 썸
나는 이 식당에 올 때마다, 그녀가 나의 할머니나 친척 아주머니라고 상상을 한다. 상상 속에서 나는 좀 더 나이 어린 천진난만한 존재가 된다. 이 이야기에 인종 혹은 피부색의 차이 같은 건 전혀 끼어들 틈이 없다. 가까운 친척집에서 환대를 받으며 식사대접을 받는 느낌만이 생생하게 존재할 뿐이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과 커피까지 알차게 챙겨 먹고, 꿈의 식사 시간이 완료될 즈음, 할머니에게 용돈을 드리는 마음으로 팁을 두둑이 놓고 나온다.
다음에 밥을 먹으러 오면, 또다시 진심 어린 환대와 - 즐거운 식사시간 - 용돈 두둑이 드리기의 선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선순환은 그 식당에서 식사하기로 계획을 세울 때마다 내게 설렘과 기대감을 안겨준다. 마치 누군가와 썸을 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도 그분이 계시면 좋겠고, 우리 테이블을 맡아주시면 좋겠다. 연애하고 싶은 남녀 사이의 썸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수없이 많은 각종 썸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에게 얻는 설렘의 종류와 근원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것이 아닐까?
그분과 우리 가족 사이에 오가는 마음의 교류, 그 행복의 순간들은 눈에 보이는 것도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지만, 오래오래 간직하며 키워가고 돌보고 싶은 소중한 생명체 같은 무엇이다. 나는 그녀에게 무척이나 감사하는 마음이다. 거기 우리가 손을 뻗어 느낄 수 있는 곳에 있는 그 존재가, 사랑과 정성으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맞아주는 그 마음이, 그래서 우리 가족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 가는 그 마음의 방향이 고맙고 또 고맙다.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그녀에게 깜짝 선물을 할 계획이다. 그녀를 생각하며 계획을 하는 것만으로도 신난다. 머릿속으로 갖가지 옵션이 스쳐 지나간다. 글을 쓰는 내내, 그녀를 떠올리는 내 마음에 흐뭇한 미소가 끊임없이 솟아 올라 내 얼굴까지 환하게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