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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Jul 08. 2021

비운과 광기를 문학으로 승화시킨 에드거 앨런 포

철학자는 아픔을 극복했다 8

에드거 앨런 포의 집과 무덤이 있는 볼티모어에 살면서


에드거 앨런 포는 19세기 초반(1809 - 1849)에 활동했던 미국 작가다. 그는 미국 낭만주의의 거두이자, 단편소설의 선구자이며, 추리소설, 수사물이라는 장르를 최초로 만든 사람으로 평가받으며 미국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인물이다. 


포가 아기였을 때 아버지는 가정을 버리고 떠나갔으며, 아버지가 떠나고 이듬해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게 되어 고아가 되었다고 한다. 버지니아주 어느 가정에서 포를 키워주었지만,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혼자 헤쳐나가야 했다.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했으나 돈이 없어 중퇴하고,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도 입학해 장교의 길을 모색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아 도중하차 하게 되었고, 결국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다. 포는 1827년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부터 글을 써 출판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글을 쓰고, 자신의 스타일을 확보해 가면서, 그는 작가, 특히 문학비평가로서 이름을 날렸다.


1835년, 26세에 13세의 아내 (원래는 사촌인 버지니아 클램)와 결혼해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 원래 볼티모어에 친가족들이 있었다고 한다 -에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 뒤 아내가 폐결핵으로 죽었고, 그도 오래 살지 못하고 1849년 40세의 나이로 볼티모어에서 죽었다. 그의 사망 사인은 불분명하다고 전해진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포는 글쓰기 외엔 다른 생계활동을 하지 않는 전업작가였고 평생을 엄청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 같다.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포가 어린 아내와 살았던 집이 있고, 그의 무덤도 볼티모어에 있어, 그 근처 길을 지날 때마다 나는 포를 떠올리곤 한다.



그를 부르는 천둥 번개


포를 생각나게 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천둥 번개다. 내가 사는 이곳은 여름에 유난히 천둥번개가 많이 치고, 그 소리도 요란하다. 이곳 천둥번개 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인간의 죄책감을 자극 - 죄지은 사람에게 천벌을 경고하는 느낌 - 하여, 포의 소설 속, 죽지 않고 살아서 죄를 폭로하는 검은 고양이의 울음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면이 있다. 


포는 <검은 고양이>라는 소설 속에서 사람의 포악성을 키워가는 술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원래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스스로에 대해 말하는 화자. 그 화자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동물 학대와 우발적인 부인 살해까지, 도덕성이 와르르 무너져 가는 모습을 소설은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그만큼 알코올 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매우 강렬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포 자신은 아내가 폐결핵을 앓았던 때부터 음주량이 늘어나 술을 많이 마셨다. 그는 당시에 꽤 이름난 유명한 작가였지만, 당시의 문학계 현실은 그에게 충분한 돈을 주지 않았으며, 그는 항상 재정난에 시달렸다. 게다가 사랑하는 여인들 (어머니와 아내)를 너무 일찍 잃는 경험들이 그에게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는 술에 빠져 살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비쳐 점점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갔던 것 같다.


1849년 10월 3일, 포는 볼티모어의 길거리에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으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10월 7일 새벽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볼티모어 시 웨스트민스터 홀 묘지에 묻혔다. 



결코 잊히지 않는, 에드거 앨런 포


불운한 천재, 부모의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아본 적도 없고, 사랑하는 아내마저 어린 나이에 죽음으로 잃은 포는 얼마나 불행한 사람이었을까. 포의 소설과, 세간에 알려진 포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불운에서 시작해서 불운으로 끝나는 삶을 드러내고, 자신의 내면 모든 것을 파헤쳐, 인간의 분노와 광기, 근본 악성에까지 다가간 천재 작가의 내면 여정을 본다. 


포는 비참하게 요절했지만, 그의 문학은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포가 없었다면, 추리 소설 수사 소설이란 건 언제 태어났을지 모를 일이며, 미국 현대 문학이 기틀을 잡는데도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 유명한 영국 작가 코난 도일과 아거사 크리스티 추리 문학도 포의 추리 소설 발명 위에 탄생한 것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대문호로 인정받는 허먼멜빌의 항해 소설 <모비딕>도, 포가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이야기 (1838)>로 밑그림을 먼저 그려 그 바탕을 다져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포가 개척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현대 문학에 단편 소설이라는 장르가 태어나지 않았거나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지 모른다. 문학 세계에 미친 포의 영향력을 다 설명하자면 끝이 없다.  


내가 맨 처음 볼티모어에 이사 왔던 2005년까지만 해도 '포의 건배자(Poe Toaster)이라는 정체불명의 포 무덤 참배자가 - 1949년부터 시작해 매년 포의 생일 1월 19일 새벽, 포의 무덤 앞에 장미 세 송이와 코냑 한 병을 놓고 가는 사람 - 있어, 볼티모어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그 신비로움이 너무나 생생했었다. 포가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2009년 마지막  무덤 참배 이후, 2010년부터는 포의 건배자가 남기는 장미와 코냑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운 에드거 엘런 포의 계절이 다가오면, 미국 서점들은 일제히 미국 문학계의 반 고흐, 천재 소설 발명가, 미스터리 공포 장르 개척자 포가 낳은 세계 최초의 탐정물, 수사물, 추리물, 공포물,... 을 기리는 제를 지내듯, 단을 만들어 포의 상징인 검은 까마귀와 그의 소설들을 으스스한 분위기로 장식해 진열하는 전통을 지킨다. 


그리고 나는 아직 볼티모어에서 살며, 에드거 앨런 포를 종종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 포가 그의 아내 버지니아 클렘을 잃고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포의 살아생전 마지막 시 <에너벨 리>를 읽으며 그의 슬픈 마음을, 그의 슬픈 인생을 들어준다.


It was many and many a year ago,

In a kingdom by the sea,

That a maiden there lived whom you may know

By the name of Annabel Lee;

And this maiden she lived with no other thought

Than to love and be loved by me.

아주 여러 해 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는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소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네.


I was a child and she was a child,

In this kingdom by the sea:

But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

I and my Annabel Lee;

With a love that the winged seraphs of heaven

Coveted her and me.
바닷가 그 왕국에선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을 하였지.

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And this was the reason that, long ago,

In this kingdom by the sea,

A wind blew out of a cloud, chilling

My beautiful Annabel Lee;

So that her highborn kinsmen came

And bore her away from me,

To shut her up in a sepulchre

In this kingdom by the sea.
그것이 이유였지, 오래전,

바닷가 이 왕국에선

구름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했네.

그래서 명문가 그녀의 친척들은

그녀를 내게서 빼앗아 갔지.

바닷가 왕국

무덤 속에 가두기 위해.


The angels, not half so happy in heaven,

Went envying her and me —

Yes! — that was the reason (as all men know,

In this kingdom by the sea)

That the wind came out of the cloud by night,

Chilling and killing my Annabel Lee.
천상에서도 반쯤밖에 행복하지 못했던

천사들이 그녀와 날 시기했던 탓.

그렇지! 그것이 이유였지(바닷가 그 왕국 모든 사람들이 알 듯).

한밤중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와

그녀를 싸늘하게 하고

나의 애너벨 리를 숨지게 한 것은.


But our love it was stronger by far than the love

Of those who were older than we —

Of many far wiser than we —

And neither the angels in heaven above,

Nor the demons down under the sea,

Can ever dissever my soul from the soul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하지만 우리들의 사랑은 훨씬 강한 것

우리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그래서 천상의 천사들도

바다 밑 악마들도

내 영혼을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으로부터 떼어내지는 못했네.


For the moon never beams, without bringing me dream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And the stars never rise, but I feel the bright eye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And so, all the night-tide, I lie down by the side

Of my darling — my darling — my life and my bride,

In her sepulchre there by the sea,

In her tomb by the sounding sea.
달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지 않으면 비치지 않네.

별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네.

그래서 나는 밤이 지새도록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에 누워만 있네.

바닷가 그곳 그녀의 무덤에서─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에서. 


에드거 앨런 포의 시 <애너벨 리>: 1975년 정규옹님 번역 / 민음사 출판 



대문사진 출처: Pixabay (by Mihail_huk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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