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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Sep 06. 2021

나의 초록빛 가을

2021년 9월 초

꽃등심 나날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때. 햇살이 아직 뜨거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한결 바삭한  느낌. 여전히 세상은 풍성한 초록빛 그대로지만 어딘가 모르게 한결 가라앉은 찬찬하고 선선한  느낌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농사꾼이 아닌데도,  금방  빨간 고추를 평상에  놓고 말리면 좋을  같고, 90년대 이후 빨랫줄 구경도 못해본 내가, 주황색 굵은 빨랫줄을 쳐서 이불 말리고 싶고 그렇다.


아삭바삭한 햇살에 무언가를 내놓고 말리고 싶은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밖으로 나간다. 공원, 호숫가, 등산로,... 좀 더 자연이 무성한 곳으로 다가가 본다.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가장 먼 곳을 향해 최대한 허리와 팔을 쫙쫙 펼치고 쭉쭉 늘려본다. 햇살이 내 몸 구석구석 파고들어 깊고 어두운 내면까지 바삭 말려주는 이 느낌. 이 찬란한 느낌에 취한 채, 콧등에 땀이 송송 솟아날 때까지 걸어 본다. 가장 맛있는 데다, 소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아 턱없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1등급 한우 꽃등심처럼, 1년에 채 며칠 되지 않는 맛과 풍미가 끝내주는, 내 영혼을 살찌우는 귀한 나날들. 나는 꽃등심 나날의 한 조각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야외에 머물러 내 심신을 말리며 내 영혼의 꽃등심을 즐긴다. 책과 커피를 양손에 들고, 햇살 아래 자리 잡고 앉으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자유롭게 천국을 훨훨 날아다니는 천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대문 사진 출처: Pixabay (by JillWell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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