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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에게 입장 제재되는 광고주?

구경하는 사람도 스타일리스트도 아닌데요...

"지금 촬영 중입니다. 관계자 외 입장 안됩니다!"


건장한 경호원이 촬영장 입장을 막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자주 있는 일이고 예상했던 일이다.

잠깐 촬영장을 나갔다 오면서

광고대행사 AE에게 미리 얘기해 두지 않았던 내 잘못이다.


광고주 갑질이 아니라

한번 촬영장을 나가면 다시 들어올 때

입장을 제재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보니

미리 조치해 달라는 당부를 해 두었어야 한다.


"저, 광고주인데요."


이 말에도 경호원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광고 대행사인 제일기획의 AE가 나와

신분을 확인시켜줄 때까지

나는 입구에 서 있어야 했다.



화가 나느냐고?

때로는 스타일리스트, 구경하는 사람, 현장 스태프

자주 있는 일이라, 괜찮다.

쿨한 척이 아니라 정말 괜찮다.


그들이 생각하는

술회사의 광고주는 양복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일 것이다.

이렇게 어린(그 당시 30대 중반) 게다가 빨강 머리 여자를

술회사 광고주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니까.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친한 제일기획 AE는 자주 이런 말을 했었다.

"제발 광고주처럼 좀 하고 다니세요(웃음)"


제일기획AE와 촬영 콘티 협의 중


이건 몇 년 전,

마케팅팀 신제품 파트장으로

제품 기획과 광고 캠페인을 맡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럼 세월이 지난 지금은 이런 일이 없냐고?

여전히 자주 있는 일이다.


" 술 회사에 여자 팀장은 처음입니다.

간혹 경리팀이나 영업팀에는 있어도...

공장에서는 처음 봅니다. "


미팅으로 방문한 손님을 맞을 때

그들은 회의실에 들어오는 내가 아닌,

내 뒤에 누군가(?) 들어오길 기다리거나

나와 함께 들어온 남자 과장을 쳐다보며 인사한다.

내 명함을 보고서야

이런 말을 멋쩍어하며 덧붙이곤 한다.


지금도 여전히 괜찮다.

쿨한 척이 아니라. 정말로 괜찮다.


어렸던 20대에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확정적 생각

싸우는데 꽤나 에너지를 쏟아부었었다.


(이제 이 브런치를 통해 하나씩 풀어갈)

많은 일을 겪고 경험하고

깨지고 상처받고

다시 보듬어 일어나고를 반복하면서



'나 지금 화 많이 났다'

목소리 높이고 눈에 힘을 주어

온몸으로 으르렁 거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가지 않는 길을 갈 때에는

나의 길을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면 된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더라.


신경 쓰고, 못 자고, 고민하는 시간에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그것을 보듬어 버리면 된다.

그러면 편견과 선입견, 한계는

나의 큰 세상 안에 작은 비율로만 존재하게 된다.


그렇게

세상이 규정하는 한계도 편견도 인정하고 보듬어 버리자.

내 큰 세상 안에다가.


조그맣게 자리 내어준다고


뭐 그렇게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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