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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리 Jan 21. 2021

런데이 아저씨에게서 배운 것들

나의 베스트 러닝메이트, 런데이 아저씨.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 경이었다. 과식으로 인한 죄책감과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으로 약간의 우울감에 젖어 있었던 어느 날 밤, 엄마가 갑자기 양재천에 뛰러 나가자고 하셨다. "현서야, 나가자. 뛰러!" 엄마가? 뛴다고? 엄마가 뛰는 모습이 상상이 안됐다. 물론 퇴근 후에도 집에서 한 시를 가만히 계시지 않고 항상 집안일을 하거나 틈새 운동을 하는 엄마이지만, 각 잡고 뛰는 엄마의 모습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뛰러 같이 나가자는 엄마의 말에 순간 수많은 물음표가 내 머릿속에 띠용거렸지만, 나는 무슨 힘에 이끌려서 그랬는지 쉽게 대답했다. "그래, 가자!"


런데이 앱으로 달리기 수업을 듣기 전, 달리기는 나에게 그리운 운동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배운 피아노나 변성기가 오기 전 나의 노래 실력처럼, 한 때 꽤 잘했고 칭찬을 받았는데 자라면서 공부에 치여 서서히 멀리하게 된 취미 활동 같은 것이었다. 9살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의 방과 후 시간은 달리기로 가득 찼다. 친구들이랑 몇 시간씩 달리면서 놀았다. 체육 시간에도 남녀 통틀어서 항상 달리기 3위 안에 들었다. 우리 반에 달리기 1, 2, 3등은 거의 고정적이었다. 1등은 내가 몰래 좋아했던 금발머리의 백인 남자애, 2등은 내 베프였던 이탈리아 출신의 금발 백인 여자애, 3등은 나.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그 두 아이를 앞질러 1등을 차지하는 일도 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 내 앞의 친구들을 앞지르며 느꼈던 러너즈 하이 (runner's high)를 잊을 수가 없다. 몸은 공중에 붕 뜨고, 다리는 모터를 단 것 마냥 쫙쫙 벌어지며, 마치 날개를 달고 나는 듯한 그 가벼움. 해방감. 자유.


양재천에서 엄마는 핸드폰을 꺼내더니 "런데이"라는 앱을 켰다. 동생 통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 앱이었다. 한국판 나이키 러닝 클럽이라 할까. 나이키 러닝 클럽은 미국에서 가끔 사용했었는데, 전혀 달리지 않던 나에게는 제일 쉬운 코스도 무리였다. 중도 포기하기 십상이었다. 런데이의 초보자를 위한 30분 달리기 수업 중 엄마는 여덟 번째 수업을 듣고 있었다. 천천히 달리기 2분 + 천천히 걷기 2분을 다섯 번 반복하는 프로그램. 꽤 할만하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엄마도 뛰는데 나도 할 수 있지!라는 패기가 컸다. 그렇게 반짝이는 달밤 아래, 엄마와 나의 첫 러닝이 시작되었다.


양재천은 가을 날씨로 선선했다. 밤 아홉 시쯤이었지만, 퇴근 후 운동을 하러 나온 동네 주민들로 기분 좋게 붐볐다. 마스크를 쓰고 달리는 우리 모녀, 뛰면서 생각해도 새로웠다. 그리고 이어폰에서 들리는 런데이 아저씨의 음성. 런데이 아저씨와의 첫 만남이었는데, 그는 정말 에너제틱했다. 힘들어질 때쯤 들리는 응원의 목소리! 러닝에 관해 다방면에서 자세히 지식을 나눠주는 자상함! 솔직히, 처음에는 꽤 오그라들지만 혼자만의 민망함에 피식 웃으면서 달리게 된다. "Go go!"를 외치는 아저씨의 쾌활함에, 숨이 턱까지 차서 찡그려졌던 얼굴이 웃음 짓게 되는 것. 혼자 뛸 때 런데이 아저씨보다 더 좋은 러닝 메이트가 있을까!


런데이 아저씨에게서 배운 달리기에 관한 여러 가지 지식은 8주간의 달리기를 부상 없이 안전하게 마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달리기 페이스에 관한 내용은 정말 보물 같은 내용이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8주간의 런데이 초보 30분 달리기 도전 수업을 마쳤다. 중급 달리기 코스를 시작한 후에도 초급 수업 때 배웠던 내용을 자주 되뇐다. 런데이 아저씨의 말 중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가장 자주 떠올리는 말 두 가지는 이것이다:


1. “걷는 것보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달리기 연습 초반에는 숨이 차서 힘들었다면, 이제는 다리 근육의 피로 때문에 힘든 경우가 더 많다. 주 3회 러닝과 주 3회 웨이트를 병행하기 때문에 하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다음날은 특히 다리 근육이 빨리 피로하다. 장기간 달리기를 하면서, 런데이 아저씨의 말대로 케이던스를 빨리하고 페이스를 낮추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인 메시지가 가장 큰 힘이 되었다. 걷는 것보다 느려도 좋으니, 끝까지 뛰라는 것. 중요한 것은 내 신체의 약함이 나를 멈추게 하게 하지 않는 것. 숨이 차거나 다리가 아파 멈추고 싶을 때마다 이 말을 되뇐다. 어차피 중간에 멈춰서 걸어봤자, 한 세 걸음이면 언제 아팠냐는 듯 다리는 괜찮아진다. 금방 괜찮아질 나의 다리, 조금만 더 힘을 내 보게 하는 거다.


2. “빠르게 뛰기나 시간 단축이 우리의 목표가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전속력 달리기를 짧게 씩 하면서 전체 페이스가 조금씩 빨라지는 것이 기록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7분대 였는데 이제는 6분대로 올라왔다. 몸은 다르게 뛰는지 잘 모르겠는데, 어느새 달리기에 적응해가고 있나 보다. 이렇게 조금씩 페이스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다리 근육이 아프거나 하는 이유로 달리기가 힘들 때 기록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내가 오늘 좀 못 달려서 페이스가 느리게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나를 보며, 나는 또 런데이 아저씨의 말을 떠올렸다. 나의 목표는 시간 단축이 아니라, 역시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힘들어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는 지금, 나는 너무 잘하고 있다고.


런데이 앱을 만난 것은 2020년 나의 행운이었다. 지금은 중급 30분 달리기 능력 향상 수업을 듣고 있다. 2주 동안의 트레이닝인데, LSD 트레이닝으로 넘어가기 전 충분히 반복해서 연습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달리기가 기대된다.


비타민도 안 먹는데 요즘, 달리기 덕분에 쌩쌩하다!


P.S.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 중에 런데이 사용자가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앱에서 친구 해요:) 서로 달리는 와중에 응원해주는 기능이 좋더라고요! 박수와 응원소리가 재밌기도 하고요. 우리 같이 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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