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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Nov 13. 2017

#18. 다행입니다.

다행이네요. 다시 만나게 돼서... 

 매번 잠에서 깰 때마다 추위를 느끼며 눈에 촉촉한 물기가 고였다. 

그리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허함을 애써 잊으려 일어나서 항상 그랬듯이 따뜻한 우유를 데워 마시기 위해 2층 침대에서 내려왔다. 


Good morning Hera 
Hi. Good day.  
what 's your today's plan. is there any special things?  
Same as well 
OK. good luck 
Thank you madam. 


 이상하게 유펜 정문을 들어가는 순간이면 한국에서 있었던 작은 기억들 중 몇 가지의 것들이 떠오른다. 

 3년 전,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온 한국에서의 몇 안 되는 기억의 파편들이 나를 가끔 쿡쿡 내리찍는 것만 같은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가 없다. 선명하지 않지만 항상 비슷한 반복이 되는 문구들이 나를 감싼다. 


헤라야. 아마 이제 기억이 많이 없어질 거야 엄마 말 잘 들어 
엄마...... 여기... 어디
곧 의사들이 네 몸을 건드리게 될 거야. 그전에 엄마는 이 물약을 네게 줄 거고 
...... 무슨... 말이야 
고양이 여자로서 이젠 살지 못할지도 몰라. 수명도 단축될 거고. 아마 오래 살 진 못할 거야. 엄마도 장담 못해 
...
고양이 사람들마다 다 다른 형태라서, 네가 이제 평생 고양이가 될지 사람이 될지는 엄마도 알 수 없어 다만...
엄... 마?
지금 죽는 것보단 낫지 않겠니... 흑 미안하다 헤라야.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거야 도대체. 
....
아주 소중한 몇 가지의 기억을 잃게 될지 몰라. 다행인 건 엄마나 듀이, 유키 같은 고양이 종족의 피를 가진 사람의 기억은 남아있을 거니깐, 걱정 마. 혼자된다 해도 엄마가 도와줄 테니깐...
 엄마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고작 이런 거뿐이구나 미안하다 아가야 
...... 같이 못 있어?
응. 이제 같이 못 있어. 대신 여길 떠나야 해. 듀이한테 얘기해 놓았으니깐. 거기서 다시 시작해. 그러면 되 
엄... 마.. 나 
여기서 있었던 기억은 거의 다 지워질 거야. 대신 살 수 있어. 그러면 된 거지. 
.... 난...
헤라야 고양이로 살든, 사람으로 살든, 아니면 다시 고양이 여자로 살든 그거보다 산다는 게 중요해 알지? 
....
생존이 중요하다. 헤라야. 살아만 있어. 그렇게 살아 내는 거야. 살아 있으면 다시 살 수 있는 거야. 명심하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건 다만 '산다'는 그 생에 대한 본능과 욕망. 살아 있있어야 한다는 엄마의 비장한 한마디에 동의했던, 죽어가면서도 살고 싶다는 마음 단 하나뿐이었다. 


그립거나 보고프거나 그런 쉬운 듯한 말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한,
생에 대한 그리운 갈망이었다. 




낙엽이 다 져 가는 도서관을 지나서 근무하는 사무실 문을 열었다. 케이트가 나를 반겨주었다. 


Hi. Hera. Good morning. Today looks fine. 
Kinds of you Kate. you too 
Oh you are really pretty girl. i wonder why dont' you have a boyfriend. 
let me skip that question. :) Good day 
Good luck
굿럭..... 이예요 좋은 하루. 하아...


 내가 고양이 여자였다는 기억은 생생했다. 

 밤 12시가 되면 꼬리가 나를 뒤 감싸 안으며 하얀 털이 그렇게 내 온몸을 감싸 주었던 작은 통증과 함께 날 선 손톱과 발톱이 찾아오는 매 밤 시간. 그러나 나는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교통사고라고 했다. 눈을 떠 보니 엄마와 유키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내게 약을 먹였고, 나는 그 이후로 눈을 뜰 수 없었다. 


 제정신을 겨우 차리자마자 나는 방 안에 누워 있었다. 짐이 깨끗하게 정리된 방에서 엄마는 유키에게 나의 짐과 티켓을 주면서 말했었다. 


유키, 헤라를 잘 부탁한다 
걱정 마세요. 아줌마. 여기서 글 쓰나 미국 가서 글 쓰나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다행이죠 
그래. 듀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아줌마는 못 가줘서 미안하구나. 대신 근근이 소식 전하마 
네...
그리고... 헤라가 얼마나 살 지 아줌마도 장담하지 못하겠어. 사람으로 살지 고양이로 살지 
알아요 그것도..... 제가 알아서 할게요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하고..
네..
그리고 유키야 
네?
그 사람.. 
아....
헤라의 운명이 만약 그 사람에게 닿는다면...
그럴 리 없어요 아시잖아요. 헤라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에요. 죽다 살아났다고요 
그 사람 잘못은 아니란 걸 안다 
그래도요 아줌마 
.... 아무튼 행여라도 말이야 그 사람이 헤라 앞에 나타난다면 
.....
유키야. 헤라에게 맡겨 두렴. 기억하지 못해도 헤라한테 맡겨 두렴 
네...
순리대로 흘러가 보자 


순리대로 흘러가 보자고 말했었다. 



 엄마가 이야기 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지만 굳이 누군지도 알려 들지 않았다. 

 나는 그저 다시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서 하루 24시간, 한 계절 1년을 그렇게 살아있는 것에 다분히 충실하게 살고 있었다. 도서관을 지나는 거리, 낙엽이 떨어지는 공원 길,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서 사무실에 앉아서 노트북을 켰을 때 시작되는 아침 시작까지. 점심에 유키와 밥을 먹고 저녁엔 집에서 밥을 만들어 먹었다. 저녁노을이 질 때면 소파에 앉아서 읽다 만 책을 읽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12시가 지나서까지 책을 읽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밤을 새도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일상. 예전에 12시가 되면 꼬리가 나오는 고양이로 살았었다던 과거의 기억이 이상하게도 금세 희미해져 갔다.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일상을 그렇게 살고 있었다. 

마음에 허전함과 공허함이 찾아왔지만, 처음엔 어떤 기억을 잃었는지 궁금해서 유키에게 따져 들고 화를 내 보기도 했지만, 유키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또 중요한 것도 내게 아니었기에 나는 그저 엄마의 준비된 선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살아있다는 선물. 그걸로도 감사했다. 죽다 살아났다고 했으니깐. 더군다나, 믿을 수 없게 된 이 현실을 그렇게나 원하기도 했던 사람으로서의 삶의 모든 것들이 너무 예뻐 보이기만 했으니까. 한동안은 신난 아이처럼 정말 순수한 사람이 된 것 마냥, 아니 되었기에 그렇게 살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부서질 듯 아픈 감정이 불현듯이 다가오면 몸서리치게 아팠다. 몸이 깨질 듯이 아파올 때는 그렇게 하염없이 목 놓아서 울어도 봤다. 한 참을 그렇게 울다가 눈물이 어느새 메말라 버리게 되면 그러다가 잠에 들곤 했다.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특히나 11월이 지나가고 있는 한참 겨울로 들어가려는 계절이 되면 나는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날들과, 잠들지 못하는 밤이 꽤 많아졌다. 


 그날도 잠을 자지 못한 날이었고, 책을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서 도통 책도 읽을 수 없는 밤을 지내고 난 이른 아침이었다. 누군가가 사무실 문 앞을 열고 들어왔다. 동양인이었다. 꽤 유창한 영어 솜씨의 동양인. 항상 동양인을 만나게 되면 한국에서 왔는지를 묻곤 했지만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냥 그랬다. 


Hi. what can i help you?
....... Hera?
sorry sir. 
헤라... 씨?
Are you Korean? Do you know me?
... Sorry. just... I hope to take this RULER program 
Ok. let me contact main officer. wait. 
Thank you 
Welcome. this is my job 
Yes... you are alwasy kinds fo you... Alwasy be mind.... 
Always.... what? 
No. No sorry. Take your time. 


 이상한 사람이었다. 

 분명히 내 이름을 선명한 한국어로 불렀었다. 이상하게 어디서 이미 마주하 듯한 익숙한 목소리여서 그랬을까. 나는 그 사람이 케이트와 대화를 주고받았던 1시간 남짓, 이상하리만큼 기다려졌다. 타인일 뿐인데도 이상하게 말을 걸고 싶은 마음이 아주 선명하게 아주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은 건 3년 만에 처음이었다. 


케이트와의 수강신청 상담을 마치고 그가 상담실에서 나왔다. 청바지가 참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끝내셨어요? 
네... 아... 한국어 
훗... 한국인이셨군요 역시. 들키셨네요. 일부러 말 걸어봤습니다 죄송해요 
아... 네 
제 이름. 아세요? 
음 거기 사무실 위에 명찰 보고 
아.... 죄송했습니다. 제 이름을 아시길래 절 아시나 했어요 이런 제가 바보였네요 
...... 
한국인이 룰러 프로그램을 테이킹 하시는 건 처음이에요. 
영어... 더 유창해졌네요 
네? 
아니, 원래 영어 잘 하시나 해서... 
아 네.. 룰러 프로그램은 어쩌다가. 아 죄송합니다 원래 수강생 사연을 물어보면 안 되는 건데. 
아니.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물어봐 주세요 
네.... 아 음... 제가 뭔가 곤란한 질문을 한 거 같은데요. 
아니. 아니에요. 
보통 심리적인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룰러의 의미 들으셨죠? 
네.... 대충 
정서를 알아차리고 (Recognizing) 이해하고 (Understanding)  이름을 붙이며  (Labelling) 표현해 내는 Expressing) 그리고 조절하기 (Regulating)  이름하여 RULER. 
네.. 의미가 좋군요 
헤헤 사실 케이트와 제가 만든 이름이에요. 평생 교육 프로그램명이죠. 
아..... 대단한 일을 하시네요 
아니 아니 그런 말을 들으려던 게 아니라... 아 오늘 제가 이상하네요 왜 이런 말을 하고 있지 
아닙니다... 아니에요 
이 근처 사세요? 
미국으로 온 지는 2년 되었는데 이곳을 온 건 드디어..... 드디어 오늘이군요 
... 네?
언제... 오셨어요?
저는... 3년 되었어요 
네...
아 가족분들도 여기 다 이 근처에 계신 건가요? 학생이신가요 여기 유펜? 
아니.... 전 직장을 다니고... 혼자....입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별 걸 다 물었네요. 제가 오늘 좀 이상하네요 
네. 아닙니다. 아니에요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대로인걸요 그대로... 
네... 그럼. 
.... 정민입니다 
네?
제 이름이요. 
아 네... 저는...
헤라. 맞죠? 고 헤라 씨 
네... 아 성이 붙어있진 않은데 어찌 아셨는지....
그냥 그럴 거 같아서요. 나중에 또 보죠. 우리 또 보게 될 거 같군요. 
.... 네 
다음 주부터 수강 시작이라고 하더군요 
네.... 근데 레벨이 
ZERO입니다. 
아... 다행이에요 스트레스 수치가 많지 않으신 분이어서. 
다행이네요. 다시 만나게 돼서
네...?
아니. 아닙니다. 저는 단지..
재밌는 분이시네요. 다행이네요 
아... 
다행입니다 저도. 정민 님을 만나게 되어서. 한국인 친구가 생겼네요 
아.... 네 다행입니다. 
네. 다행이네요 


 익숙한 듯 역시 이상한 사람이었다. 

 분명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이름을 말했다. 뭔가 알고 있는지, 한국에서 사고를 당한 이후 떠나온 미국이기에 사실 내가 어떤 일을 했고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는 엄마와 유키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알고 떠나온 것들은, 어떤 사고를 크게 당했고, 더 이상 고양이 여자로 살지 못하는,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의 외자 이름을 듣고 나서 이상하리 만큼 마음이 아파왔던 건, 3년 만에 처음 만나는 한국인이었던 탓이었을까. 이 동네에도 한국인이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그리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시간은 그럼에도 잘 흘러가고 있었고, 이따금씩 멈춰지길 바랐던 마음이 들었었는데...그가 나타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멈추는 듯한 느낌. 그랬으면 좋을 이상한 마음.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 사람이 계속 생각이 났다. 이상하게 익숙한 목소리,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청바지와 검은 체크무늬 와이셔츠가 참 잘 어울리는 중년의 남성. 나이가 많은 듯한 차분한 어른의 목소리이나 그럼에도 동안의 외모여서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남자. 그 남자는 나에 대해서 뭘 알고 있을까. 


다음 주에 마주하게 되면 꼭 물어봐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나는 잠에 들었다. 그날 밤은 이상하게 설레는 밤이었다. 유키에게도 미처 말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줄이야. 







우리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헤라를 그렇게 병원에서 보내고, 살아있다는 소식만을 들은 채. 그러나 그 이후로 불현듯 회사를 그만두고 집도 이사를 가고 연락도 두절된 상태에서 헤라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따지고 보니 회사에선 그녀에게 관심 있었던 사람은 많았을 뿐, 진짜 그녀가 누군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지는 알 턱이 없었다. 나 조차도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다만 그녀는 내게 이미 많은 것을 주고 또 남기고 떠난 여자임에는 분명했다. 

 사람은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지만 고헤 라라는 여자는 이미 내게 아련한 꿈속에서 또는 가슴 시릿한 그리움의 존재 자체가 되고 말았다. 그녀를 떠올리며 이미 시간의 기다림을 그렇게 인내하기로 결심했다. 


 수현이와의 서류 정리를 마치고 숙려 기간을 마친 후에도 여전히 진우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있었다. 그러나 그 초라할 무렵의 나와는 달리 아이는 여전히 밝게 잘 자라주고 있었고, 어느 정도 인식이 되었는지 엄마의 집과 아빠의 집을 구별해 내주었다. 그리고 수현이도 새로운 일과 사람을 만나서 그럭저럭 일상을 지내는 듯 보였다. 둘이 그렇게 지내줌에 다행이었지만 정작 떠나고 난 이후 남겨진 홀로 된 내가 문제였다. 


 일은 순조로웠다. 새롭게 자리 잡은 곳에서 역량을 인정받았고, 사람들도 나쁘지 않았다. 일이기에 오히려 모든 게 쉽게만 느껴졌다.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그립거나 보고픈 날에도 아무에게도 연락을 할 수 없이 변한 나 자신. 그럴 때마다 그저 인내하고 또 간간히 한국에서 수현과 진우와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살아냈다. 


 따로 또 같이 있는 느낌.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제 홀로 되어 어떻게 살아내야 하나, 나는 도대체 왜 이곳으로 왔을까를 생각해 내면 항상 그녀가 떠올랐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렇게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면 도서관에 가곤 했다. 


 왜 하필 지혜의 숲을 닮은 유펜 안의 도서관에서 그녀를 이제야 만났는지. 

그녀가 유펜 안의 스타벅스를 지나 문과대 정문 곁에 위치한 평생교육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그녀가 영어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았다. 하루 종일 그녀를 기다리며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 그리고 스타벅스에서 점원과 나누는 몇 마디의 대화가 전부인 듯 보였다. 


 냉큼 달려가서 안고만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드디어 만났다는 기적 아닌 기적 같은 그 날, 나는 그녀의 행방에 대해서 스타벅스에서 우연히 들을 수 있었다. 여전히 사교성이 넘치는 그녀는 어딜 가도 인기가 많은 듯했다. 커피 점원과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나눌 정도인 걸 보면. 여전히 고헤 라 다웠다. 


 그녀는 나 보다 먼저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했다. 

 오자마자 지인을 통해 이곳에 취직을 했고, 역시나 그녀의 능력은 미국에서도 출중하게 통한 모양인지, 일 처리도 잘 하고 똑똑하고 아름다운 동양인으로 이곳에서 통했다고 했다. 작게 시작한 평생교육 수강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게 되어 정직원으로 채택되었고 이제 막 수강생을 받기 시작한 지 1년이라고. 


다만 그녀는 한국에서의 일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혹시 했지만 역시였다. 그녀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헤라... 씨? 
what? 


 그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안타까움에 그녀를 안아 주고 싶었지만 나는 웃으며 그녀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괜찮다. 내면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났으니까. 그것만이 중요하기에 기억해내지 않아도 괜찮다. 


그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삭막해져 가고 있던 내 마음에 사랑이 다시 싹트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그녀를 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녀를 잃고 잿빛과도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기까지, 내가 많은 날들을 목 놓아 울어야 했던 것처럼. 



To be Continued (Final 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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