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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29. 2023

사랑은 무엇입니까

프롤로그 

사랑이란 무엇인가. 누군가 이 질문을 한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혹은  자문했을 때 스스로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나로서는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아니라고. 나는 그럴 수가 없다고. 부끄럽지만 고백한다. 여직 그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지 못했다고.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겠다고 말이다. 사랑이란 우리 인간의 의식을 통해 확실하게 재현되어 명명해 낼 수 있는 영역의 것은 아닌 것이라고. 물론 각 학문의 영역 속에서는 사랑이라는 것이 의외로 손쉽게 정의 내려질 수도 있겠다. 진화 생물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뇌과학적으로. 예컨대 누군가는 도파민의 영역이라 할 수 있을 테고 누군가는 그것이 가족이라는 소규모 정치집단의 탄생을 위해 우리가 사회적으로 만들어 낸 심리적 장치라 할 테고 또 누군가는 그런 것은 애초에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숱한 학문과 철학과 인류의 역사와 서사 속에서 절대 빠지지 않았던 것. 다름 아닌 사랑.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우리는 그 '사랑'이라는 것 앞에서 다양한 형태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곤 하는 것일까.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사랑은 나를 기다리게 한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그런 나를 확실히 변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아닌 내가 되게 만드는 일종의 촉매제 역할이랄까. 확실히 그런 것만 같다. 누군가는 연인을 향해 맹목적으로 자신을 내 던지는 맹렬한 맹수가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마냥 보호받고 사랑받길 갈망하는 아이처럼 애정을 갈망하다 스스로 좌절의 늪에 빠지기 일쑤가 되기도 할 테다. 아주 오랜 창세기 때나 포스트 모던 이후 우리가 흔히 말해온 '현대'라는 문화와 제도의 핵심 안에서나. 사랑이라는 형태로 재현되는 서사의 희비극은 이미 숱한 문학과 예술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보여왔고 여전히 재탄생되고 있는 중일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라는 사람의 실제 경험 속에서 마주하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한 번쯤 우리는 살펴볼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최소한 자신이 과거에 마주한, 현재 재현되고 있는, 혹은 앞으로 다가올 혹은 만들어 나갈 혹은 바라는 '사랑'에 대해서... 



나라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히 여기는 마음 혹은 그런 일. 혹은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어떤 사물이 되어 애지중지 소중히 여기며 즐기는 마음. 혹은 측은지심과 이타적 애심으로 무장하여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이해하려 애쓰며 돕는 마음 혹은 그런 일. 국어사전 속에서 명명되는 '사랑'은 그렇다지만 왜인지 자꾸 나는 사랑에 대한 그 사전적 정의가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나로서는 지금부터 이렇게 뒤틀어 좀 더 뾰족하고 솔직하게 말해보려 한다. 그 '사랑'에 대해서. 최소한 '나'를 둘러싼 역사 속에서 실제 행했던 경험들 속에서 발현된 사랑의 형태를 근거 삼아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강하게 단련시키기도, 유약하게 쓰러뜨리기도, 좌절과 슬픔을 경험시키게 만들기도, 그럼에도 기꺼이 사랑하려 하는 자신으로 만들어 주었노라고. 



단테의 베아트리체나 베르테르의 로테 로미오의 줄리엣이나 피그말리온의 갈라테이아. 햄릿의 오펠리아. 안나 카레니나의 브론스킨.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 냉정과 열정사이의 아오이와 쥰세이. 영화 '남과 여'의 상민과 기홍. 혹은 '헤어질 결심'의 해준과 서래. 혹은 슈바이처나 마더 테레사와 같은 성인들의 박애적 사랑의 형태. 의심의 여지없이 사랑은 이처럼 '정서적 개인주의' 로서의 에로스의 모습으로 혹은 그야말로 절대적인 아가페적 사랑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형태의 모습과 그것이 재현되는 서사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것'을 일깨워 주려고만 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어떤 것에 대한 답은 자신만 알 수 있는 것일 테다. 



결국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확실히 주관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것이라고 밖에는... 아직까지 나는 말할 수 없겠다. 그리하여 지금부터 연재를 시작하려는 이야기는 그 '주관적이고 개인주의적'인 1인칭 주인공 시점에 의해 알게 되어 버린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가 말하고 싶었던 '시간'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독자분들께 읽힐 '사랑'에 대한 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어떤 이야기들은, 한편으로는 굉장히 뾰족하고 날카로워서 누군가는 읽기 힘드시거나 동감 혹은 동의하지 못하실지 모를 테고. 또 어떤 이에게는 '저건 내 마음이었는데' 라며 고개를 끄덕이실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래도 좋다고. 사실 시작은 그랬고 아마 끝까지 그런 마음일 것일 테니까. 



내 기대가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처럼, 동시에 상대방의 기대는 나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 그러나 사랑은 기대 이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변하고 또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사랑의 열정 헌신 그리고 약속은 어느 순간 공기 속으로 사라져 모습을 확실하게 감추기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무엇보다 2023년을 지나가는 중인 이 시대의 현대적 사랑의 파편들을 가만 살펴보자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불순하고 불안정하게 변모된 채 결혼 시장과 자본주의 속에서 확실하게 변해가는 중인 것만 같은 어떤 안타까운 시선에 대해서. 미혼과 기혼의 사랑의 세계를 여러 형태로 통과하다 결국 어떤 '약속'에 의해 두 사람이 되었고, 그 두 연인은 네 사람이 되어 공동체의 사랑과 그 존속 과정에 대해 기혼녀의 시선으로 나는 낱낱이 솔직하게 그 어떤 미화도 없이 담아내 볼 요량이다. 



누군가를 사랑하여 그 사랑을 지켜내는 행위의 대한 어떤 고충에 대해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희비에 대해서. 그 힘겨움과 엄청난 용기에 대해서. 그리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직시하게 되고 마는 '기꺼이 사랑할 것'에 대한 사적인 어떤 목표에 대해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국 내가 사랑하는, 나를 아낌없이 사랑하려는 이와 함께 하려면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할까에 대한 사적이고도 현실적인 고민들에 이르기까지. 



감히 내가 뭐라고. 사랑에 대해서 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최소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어느 순간까지도 '글'이라는 것을 쓰는 사람으로 살려는 의지의 나로서는 언젠가 한 번쯤 이런 작심과 결심의 실행을 이제는 더 미뤄두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또한 감히 내가 뭐라고. 제인 오스틴과 마르그리트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 아니 에르노와 엘레나 페란테, 캐럴라인 냅이나 수전 손택과 같은 분들처럼 아름답고 고귀한 문장에 이를 수 없을 테지만. (아마 죽을 때까지 그렇겠지만...) 최소한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이 낼 수 있는 정서와 색감이 담긴, 그런 '사랑'에 대한 글을 써 보려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라던 '사랑의 단상'에서 바르트가 건넨 이 문장에 기대어, 이제 본격적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일주일에 한 편씩 써지게 될 - 혹은 들키게 될 어떤 마음에 대한 - 앞으로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매 시절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또한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당신'과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음을 알 수 없는 채로 마냥 아득하고 아프게 사랑했던. 그리고 여태 사랑하는 중인. 그러면서 동시에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라서 결국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헤어지는 중에 가까울 수 있는. 



완벽히 재현할 수 없을 당신과 나의, 우리들의 기억을 이렇게나마 확실히 가둬두고 싶었던 나는...

이제 시작하겠다. 어떤 사랑의 기억에 대한. 엄정하고도 진실된. 우리의 이야기에 대해서. 

그리고 이 속에서 다시 나는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결국 살아낸다는 건 그런 것일테니까.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우리' 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Richard Bergh, Nordic Summer Evening, 1899-1900. 






독자분들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이런 형태의. 편지를. 용기내어 이 곳에 잠시 남겨 봅니다.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번. 일요일에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과 연결되려 합니다. 첫번째 프롤로그와도 같은 글은, 다시 써 보려는 저의...어떤 결심과 시작의 태도에 대한 일종의 헌사에 가까울 듯도 합니다. 글의 장르는 산문이고 산문이라 함은 '실제 상황' 에 대한 서술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선택한 소재는 결국. 여전히.  '사랑' 입니다. 즉 앞으로 '기꺼이 사랑할 것' 에 담길 연재 글은 제가 겪어온, 그리고 보고 들어온, 사랑을 둘러싼 여러 형태의 이야기를 담아낼 생각입니다. 때로 문학이나 철학 ,사회학이나 인문학 속에서 제가 읽고 알아온 사랑의 형태들에 대해서. 혹은 실제 한 개인의 연예와 결혼, 미혼과 기혼을 통과하며 매 시절 생활 곳곳의 언저리 속에서 실제 느끼고 통감했던 현실 속 사랑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사랑' 이라는 소재 앞에서 아직 제 필력은 여전히 상당수 부족하고 또 내내 모자란 사람임을 저는 압니다...네. 여전히 잘 쓸 자신은 없습니다만 그저 써 볼 뿐이겠습니다. 진지하고 솔직하고 때로 발칙하기도 한, 어떤 마음에 기댄 채로. 


그리하여 감히 여러분을 향해 소원합니다. 

때로 평범하고 진부하기도, 때로는 불편하고 날카로울지도 모를 저의 글은, 모든 작가님들이 그러하시듯, 독자분들의 따뜻한 시선과 조용한 응원이 진심으로 큰 힘이 됩니다. 보이는 단면만을 향한 잣대와 어떤 편협한 판단, 그리고 비판은 언제나 손쉽지만, 진정으로 아끼는 보시의 마음은 정말 어렵기 때문일테지요. 


글을 기다려 주시는 독자님들의 귀한 시간과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저는 매주. 정말 최선을 다해서 시간을 내어...최대한 밀리지 않고. 써 보려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읽어 주시길 부탁 드리고. 미리 읽으시려는 마음에, 많이 고맙습니다.


- 헤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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