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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y 09. 2019

당신을 위한 목소리

5월 24일. 곧...가 닿습니다. 당신들께.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에 사랑이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통 받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한시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어버이날이 있는 이유는 '어버이' 이기 때문이겠다.

누군가를 보듬고 살리고 키우는 그 일련의 과정들을 깊숙이 통과하는 이들. 그들은 소위 가족이라는 끈으로 연결된 테두리 안에서 화평을 유지하려 애쓴다. 웃고 운다. 싸우고 화해한다. 그렇게 개인보다 집단을 위하는 '어버이'로 사는 이들을 기념하기 위한 날... 어제는 그런 날이란다. 시가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기 위해 늦은 저녁 회의를 마치자마자 대전으로 달려가는 그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전화를 걸었다. 나의 또 다른 어버이께.



- 어머님 죄송해요. 또 신세 져요. 자주 안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 바쁜 게 죄냐. 근데 나는 그렇다. 네가 너무 바빠.. 아범은 돈 버니 그렇다 쳐도. 네가 너무 바쁨 안되지.  

- 네... 그렇죠 어머님... 제가.. 그냥 제가 다 죄송합니다. 주말에 찾아가 뵐게요.



속으로 여러 ''반박'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문장들이 맴돌았지만.

이젠 익숙해졌는지 나는 전화로 아무 말도 드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일'을 아직 그만둘 수 없는 이유, 하고 싶은 '일'을 여전히 찾는 이유, '아범' 은 용서되고 나는 그렇지 않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그 모든 마음들을 뒤로 접은 채 나는 집에 혼자 남겨졌다.



급작스레 찾아온 삼일간의 휴가.

샤워를 마치고 이불 빨래를 돌리고, 식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캔맥주를 땄다.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연신 두 캔을 안주 없이 마시고, 그대로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전화를 걸었다. 나의 '친애하는 당신' 에게.



- 엄마.. 애들 잘 보냈어요.

- 그러게 날 부르지 그랬냐. 그럼 갔을 텐데.

- 아프잖아... 괜찮아. 어머님도 둥이들 보고 싶어 하셨어... 그이도 바쁘고...

- 애들이 고생한다. 너네들 때문에.

- 그러게.. 그렇네.

- 뭔 일 있냐? 목소리가 왜 그래.

- 미안해... 엄마. 다 나 때문인 것 같아. 나. 잘.. 못 사는 거 같아. 엄마 몸, 더 망가진 것도. 신생아 육아 같이 하는 게 아니었어.. 미안..미안해요. 맨날 돈으로 때우기나 하고.

- 됐어. 용돈 많이 보냈더라. 근데 이제 안 줘도 돼. 너네 써.

-... 엄만 그때도 그런 말 했으면서.

- 뭐.

- 지갑 저기 있어 너 다 써...라고.

- 아...

- 미안해 엄마... 내가. 잘 못 살아서. 다 미안해. 더 잘... 살게요. 더 잘.. 살거야.

- 혼자 있을 쉬어. 그리고. 너 지금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 마. 너만큼 하고 사는 여자도 없어. 내가 안다.

- 엄마...

- 하여튼. 질질 짜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알겠어?

- 응...




하루가 지려하는 그 무렵의 하늘이 얼마나 예쁜지, 여전히 잘 모르고 산다. 그래서 애쓴다. 알면서 살아보려하는 마음이다.






내 곁에 머무는 사랑의 아픈 기억들. 현재라는 공기를 들여마시는 삶의 과정 속에서.

마음이 아플 때마다 나는 '글'로 그 시간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단어로 문장으로. 그녀에겐 미처 드러내지 못한 못다한 마음 전부마저도.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곧 오디오북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을, 정말 곧이라는 것을, 나는 차마 그녀에게 말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이 이야기들은 당신에겐 여전히 들려지지 않을 목소리라는 걸 알면서. 다만 또 다른 '당신들'을 위해 들려지길 바라는 목소리라는 것까지도.



5월 24일, 팟빵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곧 당신을 위한 편지가, 마음만 먹으면 전국에 울려 퍼질 수 있게 되어 버렸다는 것을.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어 버린 지금. 오로지 내가 차지할 수 있는 건, '친애하는 당신에게' 가닿고 싶었던 마음이 결국 '사랑'이었음을. 결국 남는 인생은 '사랑'이었음을 나는 이 한마디로 오늘도 대신한다.



'고마워, 미안해, 용서해, 사랑해..'라고.




#어버이날_단상

#친애하는_내_당신에게

#5월_24일_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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