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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May 10. 2019

이윽고,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 걷는 속도가 다르다고, 불안해하지 않으려 한다. 

불안함을 지긋이 바라보며 나와 거리를 두려 한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걸음으로 나는 나의 걸음으로 

걷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 이윽고,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다. - 




becoming 이 아니라 being으로 살려하는 사람, 그리고 이미 그렇게 사는 사람.. 

그녀와 닿았던 시작을 기억한다. 6년 전, 그 시절. 욱신거리는 삶의 통증을 껴안은 채 터널 같은 시간을 통과하고 있던 나에게, 그녀와 주고받았던 수십 통의 쪽지는 그 자체로서 작고 큰 회복의 순간이었다. 아마 그녀는 모를 것이다. 확실히 말해두지 않았으니까. 글은 당신 같은 사람이 써야 마땅하다는 것을. 인기가 있든 없든, 사람들이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을 전해줄 수 있는 것이 진정으로 글이 가진 힘이라면, 당신은 그 어느 베스트셀러 작가를 뛰어넘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분이시라고...



나의 작은 소망이 닿았던 걸까. 

시간은 흐르고 또 흘렀다. 그리고 현재. 이 두 손에 그녀의 책이 닿았을 때. 마치 내 일처럼 정말 기뻐서 눈물이 날 뻔했다. 한데 읽으면서 정말이지 눈물을 흘렸다. 기대만큼, 아니 기대를 차고 넘치게 부응하는 그녀의 담백한 생각, 차가운 듯하면서도 차분한 말투, 삶을 대하는 담대하면서도 담담한 시간들. 그 모든 것들이 한 단어 두 문장 세 페이지.. 쓰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자니 이상하게 마음이 욱신거렸다. 그녀의 아픈 추억만큼 삶을 바라보는 그 강인함과 담대함이 참 좋아서. 그저 참 좋아서 말이다. 



이윽고,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다. 송혜주, 가나출판사, 2019 04 29. p. 288 


모든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오늘은 그 삶과 닿아, 더 아름답다...



'혼자'라는 대명사에 여전히 취약한 나는 때때로 요란한 마음을 품고 만다. 

그래서였을까. 날뛰던 마음은 책을 읽어내리는 짧은 순간만큼은, 잠깐 정지 모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명상으로 단련중인 그녀도 말하지 않았던가. '마음은 여전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움직인다'라고. 그래도 다행인 건 그 고삐를 제대로 잡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며 싱긋 웃는 작가의 미소가 괜히 상상되어 나도 모르게 울다 웃다를 반복하고 만다.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건 정말이지 이상한 매력이 있다. 

헌데 글로 전해지는 그 일상에서 유독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는 더더욱 끌리기 마련... 혼자 읽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서 한 장을 넘기고 말 때마다 페이지 한편을 접고 만다. 그래도 좋은 건 나누면 배로 돌아오는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으니 여기서도 잠시 남겨 본다. 지금도 떠오르는 이 문장들을.. 



명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삶에 조금 더 성숙한 자세로 임하게 되었고 예전보다 조금은 더 선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은 확실하다. 


그 어떤 것도 영원할 수 없고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런 것에 존재 가치를 둔다면 나는 늘 불안하고 흔들리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든 현상과 상황들을 마음대로 해석한다. 진실과는 상관없이 자기 생각에 따라 혼자 오해하며 이야기를 들어간다. 거기에 너무 익숙해져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사실보다도 마음대로 생각하고 믿으며 자기 에고를 만족시키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너무 많아서... 여기까지. 아마 두고두고 오늘처럼 마음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 버리는 순간을 자주 마주할 때마다 나는 당분간 접어둔 페이지를 열어두어 눈동자를 굴릴 듯싶다.. 



모든 마음에도 바탕이 있다 했다. 그리고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려는 용기만이 결국 바라볼 수도 있겠다. 다시. 변화된 '나' 를..




여전히 좋아하는 대상이라면, 거침없이 고백을 하고 마는 바보 같은 나는. 

아마 이 글을 쓰고 난 이후, 안부를 빙자해 이 말을 건네지 않을까 싶다. 내가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6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삶을 담대히 인정하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 스스로 솔직하면서도 그 어떤 것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으려 하는 강인한 태도.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하는 사려 깊은 혜안... 그 어떤 것도 달라짐 없이 아니 오히려 더 견고해지셨고 어떤 면에선 유연해지셨다고. 그래서 당신의 이 이야기... 감히 미안하지만 나 혼자 읽고 싶을 올해 봄, 최고의 에세이였다고 말이다. 



사랑과 사람, 자유와 억압, 의지와 열정, 애씀과 편안함. 이 모든 연결고리들은 결국 '삶'과 닿아있다. 

그것들을 모두 품은 채 살아가는 우리들은 때로 무엇인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넘쳐나 힘이든 건 아닐까. 작가의 말대로 '이제는 무엇인가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놓는다'면, 그럼으로써 나를 모든 기회에 열어놓는다면, 단지 그렇게 살아간다면. '타오르지 않으면 꺼질 것도 없다'던 그녀의 말이 오늘따라 왜 그리도 슬프게 느껴지던지. 다만 내면이 이끄는 일을 할 뿐이라던 그녀의 목소리를 내내 기억해내고 싶은...



지금, 이 순간이다. 

판단과 생각이 멈췄을 때 현실이 더 명확하고 분명하게 들어온다는 것을,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없다는 것과 정상도 비정상도 없다는 것을. 모든 게 있는 그대로 괜찮았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오후를 건너 저녁으로 지나기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좀 더 단순해지려 한다. 



불면 부는 방향으로 몸을 뉘우는 풀처럼, 그 풀을 지키고 서 있는 나무 처럼..그들이 공존하는 지금 이 순간-으로..



'산다는 건 뒤통수를 맞는 일'이라던, 명문장을 덕분에 기억해내면서.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도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걸, 그녀는 명상을 통해 보여 주었고 여전히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속도로 지내보고 있는 것처럼. 나 또한... 품고 있던 삶의 의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려 한다. 사랑과 자유. 이 두 가지의 의미를. 결국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나의 몫일 테니까. 



85페이지의 '꿈꾸는 소녀'에 잠시 심장이 떨렸던 나는 넌지시 혼자 읊조려본다. 

그 시절의 소녀는 지금 조금은 더 견고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려 '더' 애쓰고 있을지도 모를 거라는 진심을. 그리고 숨겨진 또 다른 삶의 진실들은 오직 그 '꿈꾸는 소녀' 만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지만 이러한들 저러한들, 누군가의 마음에 기억되고 있다는 것을 믿어 버리고 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그 소녀는 오늘은 눈물보다 웃음이 더 만개할 오월의 하루를 흐르고 있을 거라고... 




누군가에겐 이윽고,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이윽고, 무언가 바뀌기 시작하려 한다.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따로 또 같이.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흐르는 바다와 같기를...




#이토록_근사한_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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