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훈談>
바로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어제 광화문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끝내고
체육관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약 한 시간 반 정도 땀을 흘리고 집으로 향했지요.
여기까지는 뭐 그냥 그랬습니다. 판으로 찍어낸 판화처럼 지극히 똑같은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바이크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집으로 향하는데 저도 모르게 계속
살짝 웃음이 나오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어느 봄날에 부는 미풍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는 그런 웃음 말입니다.
대체 왜 저는 기분이 좋았을까요? 네, 녹음 잘 마쳤고 운동도 잘했습니다.
홍대에서 일산으로 바이크로 들어오는 동안 사건 사고도 없었습니다.
봄밤의 기운과 흩날리는 벚꽃에 흥분했기 때문일까요?
그 질문의 답은 아파트 현관 안으로 들어섰을 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엘리베이터였습니다. 네,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층으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말입니다.
사실 지난 한 달간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었습니다. 꽤 오래전에 설치된 것이라서 고장이 잦은 터라
아예 교체 공사를 했거든요. 그래서 매번 10층까지 걸어 다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어제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가 끝났습니다 한 달 만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던 그때, 아랫집 청년과 함께 '와 무슨 호텔 엘리베이터 같아요' 라면서 마치 63 빌딩에 처음 가본 국민학생 마냥 신기해했더랬죠.
겨우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는 것. 매번 80칼로리의 소모 없이 버튼 조작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겨우 그것 때문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움직였던 겁니다.
얼마 전 9595 쇼의 작가였던 박찬혁 작가가 방송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생을 즐기자고요.
그래야 더 오랫동안 문프를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다고요. 맞습니다. 동감합니다.
우린 너무 힘들게 싸워왔습니다. 무도한 세력이 집권했던 지난 9년 어땠습니까 그리고 촛불 혁명, 대통령 선거, 적폐와의 전쟁, 재조 산하, 남북 평화. 우린 이 모든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관객이 아니라 주체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치러야 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몇 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삶의 작은 행복들.
골목길에서 우연히 찾은 작고 분위기 좋은 카페,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벤트 응모로 당첨된 커피 쿠폰, 차곡차곡 잘 정리된 옷장, 딱 한 자리 남은 주차자리
어쩌다 발견한 선플 그리고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봄의 향기.
이런 작지만 소중한 행복들을 에너지 삼아 더 오랫동안 더 치열하게 더 즐겁게 함께 했으면 합니다.
이상 김남훈談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