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

도대체 그가 왜 자꾸 생각날까?

소설 3

by 꽃뜰

나는 심지어 그립다는 말까지 떠올리고 있다. 도대체 왜? 그는 회장일 뿐 아무 관련이 없는데 왜? 아, 미치겠다. 슬쩍슬쩍 나를 보며 눈웃음 비슷하게 웃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아니, 너무 생각하다 보니 이젠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도리어 가물 가물이다. 빨리 모임 날이 되면 좋겠다. 그와 함께 하는 그 순간이 참 좋다. 헉! 그와 함께 하는? 웃겨. 오버하지 마라. 나랑만이 아니라 멤버들 전체가 함께 하거늘 뭬라. 그와 함께 하는 그 순간? 길가던 강아지가 웃겠다. 하하 푸하하하


그가 나를 확 잡아끌어서? 그랬다. 신입회원들의 오분 스피치 후 본격적으로 흩어져 메인 토론을 위해 십여 명씩 둥글게 자리 잡을 때 어디 앉을까 두리번거리며 지나치는 나를 그가 확 잡아끌어 자기 곁에 앉혔다. 하하 그리고 영어로만 진행되는 그 토론에서 서로들 의견이 갈렸는데 그와 나만이 No! 를 했으니 하핫 거기서 느껴지는 그 무엇 동지애랄까 그 짜릿한 쾌감이라니. 오홋.


어젯밤엔 그가 꿈속에 나타났다. 그런데 인애도 함께 나왔다. 그리고 흑흑 그는 나보다도 인애를 더 좋아했다. 그녀는 요즘 아주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어 나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꿈은 도대체가 뒤죽박죽이다. 함께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을 이토록 헷갈리게 뭉쳐서 내보내니 말이다.


난 바보 같다. 그냥 막 바보 같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인애는 나보다 괜찮은 게 많다. 영어도 더 잘하고 아주 날씬하고 정보통도 많다. 우리 과에서 해 준 자리가 분명하다. 그렇게 그녀는 사방에 정보통이 있다. 그래도 그렇지 흥! 그렇게 슬그머니 그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따간단 말이냐. 그리고 정말 별거 아닌 듯이 말하는 폼이라니.


"난 그런 거 그리 좋아하지 않아. 그냥 오라니까 갈 뿐이야."


흥. 그러면서 나열하는 직장 분위기는 부러움 그 자체다. 그냥 좋으면 좋다 하지 굳이 그렇게 말할 건 또 무어람. 우쒸. 이 영어 모임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그녀가 도대체 왜 내 꿈속에 그것도 그와 함께 등장하느냐 말이다. 그리고 주책맞게 그는 왜! 나보다도 더 그녀를 좋아하느냐 말이다. 내참.


본래 내가 이렇지 않은데 오늘은 이상하다. 기운이 푹푹 빠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그렇게 못나 보일 수가 없다. 팡팡 넘쳐나던 그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왜 이럴까? 그렇다. 그 거지 같은 생각. 다른 친구들 다 좋은 데 취직하는데 나 혼자만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 인애의 자랑에 살짝 그런 생각에 빠져드니 즉각 나는 아주 형편없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할 일도 많은데 걱정뿐 몸은 쏘파에 딱 붙어 자학이다. 말, 말, 말을 싫어한다고 했지만 이런 우울감보다는 차라리 수다스러움이 나을 것 같다. 오드 방정을 떨면서라도 나의 이 우울을 떨쳐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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