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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27. 2020

1972년도 일기 17

중학교 3학년 때

2월 20일 일요일 날씨 맑음


경화가 나와 귓속말 얘기를 할 때 석주가 못마땅해하며 경화에게 돌아 누울 때. 어쩜 그렇게 추잡스러워 보이는지... 사람이란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매달릴 때가 가장 천해 보이고 또 추잡하고 조잡해 보이는 것이다. 역시 공부 외엔  머릿속에 든 것이 없으니 말을 해 나가다가는 도중 쓰러지기 마련이다. 열심히 지식을 넣어두어야겠다. 사람이란 역시 아는 것이 많아야 어디서건 기를 펼 수 있게 된다. 무식이란 정말 듣기조차 거북한 단어이다. 


2월 21일 월요일 날씨 맑음


경화가 점점 나에게 쏠린다. 마음 잡고 공부해야겠다. 한다면야 못할 게 뭐가 있겠나. 가끔 감상에도 잘 젖어 들어가고 생각이 척척 들어맞는 통에 절친한 사이가 된 그와 나이다. 석주, 경화. 모두 다른 반이 됐다. 서로 노력하자 말을 했다. 내가 언제부터 그 과외에 그리 애착심이 붙었든가. 흐뭇한 마음까지도 느끼며 미래의 일을 정말 이룬 것과 같이 마구 지껄여 댔다. 우리 모두 경기에 철커덕 붙는다면. 생각만 해도 정말 군침도는 이야기다. 


2월 22일 화요일 날씨 맑음


생각하면 할수록 한심스러운 일! 나의 일이 너무도 부모님께 실망이 큰가 보다. 너무도 기대에 어그러졌다는 듯이 말씀하실 땐 정말 옆에 앉아있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다. 너무 실망은 말아주셨으면... 지금은 전교 30등이지만 내가 까짓 3학년 올라가 열심히 노력하면 그것 하나 10등 안에 못 들까? 흥. 두고 보라지. 관심 밖의 나이지만 아주 깜짝 놀라게끔 해 놓고 말 테니까. 집에선 정말 너무도 날 미약하게 보고 또 취급하고 있다. 정말 생각할수록 정말 나마저 분통 터질 일이다. 이번 1년이 나의 생의 절정의 순간이라 할까.


2월 23일 수요일 날씨 맑음


방학식이다. 상상외로 마지막 판에 가서 선생님과 가깝게 됐다. 나중까지 남아서 뒷정리를 하다 걸려 내일 나오라는 분부를 받았다. 용혜의 선물에 욕하시는 데에는 적지아니 놀랐다. 끝나는 날까지도 그 애를 못마땅히 생각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석주의 방해로 경화와 난 또 같이 지내질 못했다. 많이 싸울 뻔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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