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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30. 2018

 체코 프라하를 향하여

모스크바 공항 프라하 공항

2017.11.4.

2017.10.21.~2017.11.4.

여보~ 우리 잘할 수 있어. 파이팅!!!



드디어 출발이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다. 중간에 모스크바를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여행은 많이 했지만 거의 다 패키지여행이었다. 이렇게 자유여행은 처음이다. 그냥 타고 내리는 게 아니라 중간에 모스크바를 거쳐야 한다는 게 약간 부담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가 그거 못할까. 파이팅! 해가며 서로 힘을 돋운다. 음하하하 프라하까지만 가면 그 뒤는 만사 오케이다. 우리의 듬직한 아들이 모든 걸 이끌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오는 아들과 만나게 되는 그 순간까지만 정신 바짝 차리면 된다. 파이팅!




에잇, 그냥 패키지로 가자 할 걸


나는 다 큰 아들이 둘이다. 큰 아들은 밴쿠버에 작은 아들은 파리에 살고 있다. 큰 아들은 결혼했고 작은 아들은 아직이다. 엄마에게 환갑여행을 선물한다며 우리 보고 몸만 오란다. 그런데 수도 없이 들었던 생각이 바로 요것이다. '그냥 패키지로 가자할 걸' 와이? 패키지여행은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준비 없이 그냥 오라는 날짜에 공항에만 가면 그다음부터는 먹여주고 재워주고 구경시켜주고 그냥 그런 속에서 우리끼리 즐겁기만 하면 되니까.





어디가 맘에 드세요? 



에어비앤비에 묵기로 한 우리는 그 애가 링크 걸어준 집들을 보며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작은 애가 파리에서
퇴근하는 오후 7시쯤이 한국에선 새벽 두세 시. 밤마다 보이스톡으로 온갖 정보를 뒤적이며 여행 계획을 짜는데 와우 열차며, 숙소며, 비행기며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정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에잇, 그냥 패키지로 갈 걸 그랬어. 소리가 끝날 때쯤엔 절로 나왔다.  





Could you help me? It doesn't work.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 앗. 내 앞의 모니터가 작동을 안 한다. 비행기 안에서 신작 영화 세 편은 끝내리라 작정했는데 이럴 수가. 우쒸 정말 안 되는 건가? 내가 작동을 잘 못 시킨 걸까? 잘 생긴 러시아 남자 승무원과 눈이 마주친다. 난, 용감하게 말해 본다. 오 예. 그렇지 그렇지, 잘했어. 이제 이렇게 영어를 해야 한다고.





콩콩콩콩 일단 말은 했는데 떨리는 마음은 콩당콩당이다. 제대로 말한 걸까? 어찌 될까? 고쳐줄까? 하하. 그런데 그 모니터는 확실히 고장 난 것이었다. 미안하다며 자리를 바꾸어 주겠단다. 마침 가운데 맨 앞자리 다리 쭈욱 뻗을 수 있는  정말 편한 곳. 그곳으로 남편과 함께 이동하란다. 거의 만석인데 그 한가운데 마침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리고 계속 그 승무원은 나를 챙긴다. 무어 불편한 거 없느냐. 무어 마시겠느냐. 호홋. 


입은 뒀다 국 끓여먹는 게 아니라고요
그저 모든 걸 묵묵히 혼자 해결하려는 남편님아~





드디어 모스크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어디서 타야 하는지 먼저 확실하게 게이트를 확인하라 했다. 인천공항에서 찍어 준 게이트 넘버가 바뀔 수도 있다고. 환승은 어디인가? 외국인은 어디인가? 우르르 몰려 가는 사람들을 무작정 따라갈 것이 아니다. Is  this for foreigners? 맞다고 상냥하게 답해주는 금발 미녀 아가씨. 오예! 음. 나 잘하고 있어. 히히.





세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니까 여유로운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도 일단 타는 곳에 가 있어야 안전하겠지? 조금 쉬다 자리를 옮긴다. 그런데 가도 가도 헉, 정말 가도 가도 우리가 타야 한다는 D 터미널은 나타나질 않는다. 진작 움직이길 잘했다. 임박해서였다면 매우 당황했겠다. 세상에 이렇게 멀다니.




여유롭였던 곳에서 우리가 타야 할 곳이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사람이 어마어마하더니 타야 할 바로 그 문 앞에 오니 빠글빠글 앉을자리도 없다. 의자는 엄두도 못 내고 계단으로 복도로 앉을자리를 찾아보지만 정말 사람만가득가득이다. 게다가 비둘기들까지 설쳐대고 있으니 정신없다. 표지판 위로 복도로 쌔앵 쌔앵~ 신나게 휘젓고 다니는 비둘기들. 에고.




드디어 모스크바 출발이다. 비행기 티켓 살 때부터 우린 연구에 또 연구를 했다. 직항은 편하겠지만 잠깐 모스크바에 쉬었다 가는 것은 가격이 많이 싸다. 아들들이 돈을 모두 댄다니 우린 무조건 좀 더 싼 것 싼 것을 주장한다. "야, 모스크바도 그 덕에 구경하고 얼마나 좋아?" 해가면서. ㅎㅎ 그런데 너무 사람이 많고 오래 기다리니 피로가 몰려온다.




드디어 프라하 공항 도착. 우리는 터미널 1이고 회사 업무 끝내고 파리에서 비행기 타고 오는 우리 아들은 터미널 2다. 행여나 우리가 길 잃을까 비행기에서 내리면 내린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있으라는 아들 말대로 꼼짝 않으려는 나를 남편이 잡아 끈다. 우리와 함께 할 긴 휴가를 받느라 이날까지도 근무하고 퇴근해서 오는 아들은 우리보다 한 이십 분 늦게 도착한다.


터미널 2에 가서
나오는 그 애를 맞이하자.




터미널 2에 오니 여행객이라기보다는 근무 중인 듯한 모습의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호호 너무도 어여쁜 아가씨가 하이힐을 벗어던진 채 콜라와 빵을 먹어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눈치 안 채게 다른 쪽 찍는 척하며 살짝 카메라에 담는다. 나의 젊은 날이 생각난다고 할까?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일하던 시절이 나도 있었다. 하하 바쁘게 나오는 사람들 속에 드디어 우리 아들. 우아아아아아 어서 와~ 덥석 끌어안는다. 호홋. 멋지네 울 아드님.





우바 택시를 이용해 공항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로 곧장 달려온다. 우리 묵을 집 앞에서 주인과 약속된 장소를 뒤져 열쇠를 찾고 있는 아들. 아, 무사히 프라하에 왔다. 남편과 단 둘이서 스탑오버까지 해가면서. 멀리 외국에 있어 항상 그리운 아들과의 꿈같은 날들이 바야흐로 펼쳐질 예정이다. 오홋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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