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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30. 2018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
비셰흐라드

유로 자전거나라와 함께~

2017.10.21 ~ 2017.11.4.

2017.10.21 ~ 2017.11.4.

이른 아침, 에어비앤비 집을 나서니 등교하는 학생들로 바쁜 거리. 모두들 엄마나 아빠와 함께다. 걸어가는 데도. 차로든지 걸어서든지 무조건 학교는 부모가 데려다 주나 보다. 우린 어릴 때 막 우리끼리 다녔는데. 하하



프라하 완전정복을 시켜주겠다던 우리 아들. 바츨라프 광장에서 유로 자전거나라합류한다. 유럽에서 꽤 인기 좋은 현지 투어라더니, 요걸 믿고 그리 큰 소리를 빵빵 쳤겠다? 하하.



오늘 요렇게 갑니다~


프라하의 봄이 시작된 곳, 구소련 탱크에 무참히 짓밟힌 곳, 하벨 공항의 바로 그 하벨이 있는 곳, 바츨라프 광장이다. 여기서 만난 유로 자전거나라의 송지영 가이드는 자기 보다도 커다란 지도를 번쩍 치켜들며  출바아알~ 소리도 명쾌하게 발걸음도 씩씩하게 프라하 완전정복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편의점 같은 RELAY라는 곳에서 전철 티켓을 산다. 패키지여행과는 달리 현지 유로 자전거나라는 우리가 살 수 있게 끔 안내만 할 뿐 전철 타는 거며 티켓 사는 거며 설명을 듣고 우리가 직접 하게 한다. 그러니까 무언가 자유 여행하는 느낌이며 나중에 혼자 와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태워주는 버스만 타고 다니는 패키지여행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우린 72시간용 3일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티켓을 구매한다.




더 이상 펀칭하지 않아요. 티켓은 그냥 지니고만 계세요.



입구의 기계에 넣어 펀칭하고 전철 타는 곳으로 내려간다. 티켓 펀칭을 여러 번 하면 절대 안 되며 한번 했으면 며칠이고 그걸로 그대로 다녀야 한단다. 일단 표를 끊으면 어디고 무사통과. 표는 그저 지니고 있을 뿐. 보이고 찍고 할 필요가 없다. 아, 정말 편하다. 슬그머니 드는 생각. '검사도 안 하는데 그렇다면 표 안 사고 슬쩍?' 노노노! 어쩌다 불심검문에 걸리면 그 벌금이 어마 무시하단다. 하하




이렇게 안개 낀 날씨 흔치 않아요. 이런 날씨 참 좋아요. 분위기 나요.



전철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와우 낙엽이 우수수~ 너무도 멋진 길. 그야말로 가을 만끽이다. 고지대의 성이라는 뜻의 비셰흐라드제일 먼저 간다. 벽돌 성벽으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 있다. 분위기 좋다며 우리의 가이드 그에 맞는 음악을 틀어 지급받은 각자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게 한다. 음악을 들으며 동유럽에서 낙엽을 밟는 이 기분이라니. 바로 지난주는 추석 연휴라 관광객이 너무 많았다는데 막 연휴가 끝난 지금 도무지 14명으로 한가롭기 그지없다. 하하



지금으로부터 천년! 그리고도 백 년! 도합 일천일백 년 전에 지어진 성 마르틴 교회 로툰다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크 건물이다. 로마네스크? 고딕 이전 꺼. 두꺼운 벽, 둥근 아치, 튼튼한 기둥이 특징. 학창 시절 외웠던 순서를 읊어보자면 하하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낙엽이 우수수~ 이 멋진 정원에서 마냥 책이나 읽고 싶어라. 단풍이 기가 막히다. 낙엽비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으며 곱게 물든 나뭇잎들로 매우 아름답다. 빠앙 빠아아아앙 빠앙 빠아아아아앙 갑자기 이어폰에서 멋진 음악이~ 오홋?



여기가 바로 '아마데우스' 촬영지입니다~


아하. 그래서 모차르트 음악이? 아마데우스 도입 곡이 멋지게 울려 퍼진다. 아, 기막힌 타이밍 아닙니까? 절묘하게 이어폰을 통해 터져 나오는 음악소리에 우리 보다도 더욱 감탄한 가이드가 요케 음악 틀어주는 가이드 보셨나요? 하는 통에 우리 모두 푸하하하 하하 맞아요. 그런 가이드 없어요~ 최고입니다. 최고~ 때론 조곤조곤 때론 강하게 때론 절묘한 음악으로 우릴 감동시키는 유로 자전거나라 송지영 가이드에게 우린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성 베드로 바울 성당 1070년, 즉 11세기에 지어졌다. 그러나 내부는 아름다운 아르누보 양식으로 20세기에 화려하게 꾸며진다. 아르누보? 새로운 미술이란 뜻이다. 르네상스 이후 그리스 로마의 기둥과 조각에 질려 자연과 곡선의 살아 숨 쉬는 미를 추구한다. 유리창에 그려진 그림들이 매우 선명하고 아름답다.




체코 왕조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리부셰, 크록왕의 셋째 딸이나 총명하여 왕위를 물려받는다. 그러나 여자가 나라를 통치하는 게 싫어 쁘제미슬이라는 쟁기질하는 농부와 결혼해 보헤미아 왕국의 설립자로 만든다. 


누구나 프라하를 다닐 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도록  큰 번영을 이룰 거야.


그 어떤 위대한 사람도 문지방을 드나들 때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데 착안, 리부셰는 도시 이름을 프라하라 정한다. 문지방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프라하는 진짜 엄청난 번영을 한다.





성 베드로 바울 성당을 나와 안개 낀 길을 걸어 몰다우 강을  보러 간다. 안개 때문에 흐릿하기만 한데 저~기가 독일어로 몰다우 강 체코어로 블타바 강. 안개만 없으면 여기서 블타바 강이 쫘악 보인다며 쭉 뻗은 블타바 강 못 보는 걸 가이드는 무척 아쉬워했지만, 나름 이런 날씨도 너무 괜찮다. 중학교 때 딸딸 외우던 헤르만 헤세 안갯속에서가 절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상하다. 안갯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1870년 형성된 프라하 시립묘지 프라하의 유명인은 다 이 곳에 있다. 오호~ 드보르작 인상이 무시무시하다. 그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셨는데. 하하 이때 바로 들려오는 신세계 교향곡~ 송지영 가이드의 기막힌 타이밍이다. 호홋.



헉. 흔치 않은 장면. 덤을 파헤치는 중? 관이 없다. 그냥 시신이 땅 속에 묻혀 있다.



갑자기 귓속에 울려 퍼지는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송지영 가이드의 어나더 기막힌 타이밍 스메타나 묘지 앞이다. 스메타나가 이 곡 제1악장을 작곡했을 때  갑자기 귀에 이상이 생긴다. 그래서 제2악장은 거의 귀머거리 상태로 만든다. 묘비 양쪽에 악보가 있다.


제1악장 비셰흐라드 

제2악장 블타바 강




이른 아침 안개 자욱이 깔린 묘지와 신전의 모습은 신비롭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결국은 이렇게 모두가 가는 걸. 무어 그리 안달복달할 것 있겠는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둥실 두리둥실 다 그런 거지 모~ 그럼, 럴 수 있지 모~ 하며 살아야지. 세월이 너무 빠르다. 휙휙 휘이이익 쌩쌩 쌔애애앵



비셰흐라드 성을 나와 새빨간 트램을 타고 다시 프라하 시내로 간다. 가는 길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터.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를 하나보다. 잘 아는 얼굴을 보니 매우 반갑다. 호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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