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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Nov 30. 2020

대운산

대운산은 울산광역시 울주군과 경상남도 양산시와 부산광역시 기장군 경계에 있는 산이다. 동국여지승람과 오래된 읍지에는 불광산이라는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남동쪽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장안사, 동쪽 산기슭에는 내원암이 자리 잡고 있다. 742m 높이 <위키백과>


갑시다! 하면 후다닥 순식간에 집결되는 사람들이 있다. 자주 모이는 세 부부다. 그중 한 분의 가을 타령에 이 가을이 완전히 가기 전에 산에 가기로 한다.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산 159-1에 있는 대운산 제3 공영주차장에 모여 계곡을 따라 구룡폭포 쪽 평탄한 길을 걷기로 한다. 



그렇게 개인행동할 거야?


헉. 뭐지? 가을이 가기 전에 산에 오길 잘했지. 바삭바삭 밟히는 낙엽 하며 계곡에 흐드러지게 떠있는 나뭇잎들 하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계곡을 건너가니 우리 멤버들이 모두 자리 펴고 앉아있다. 거기 살짝 짜증 섞인 남편의 큰 소리다. 그렇게 개인행동할 거야? 아니, 이 멋진 풍경을 어찌 안 찍고 그냥 산행만 한단 말인가. 응? 나 때문에 모두 쉬는 거야? 그래. 기다리는 거잖아. 하, 그렇다면 미안하다. 그러나 좀 쉴 시간도 되었고 모두들 싸온 간식을 꺼내 먹고 있다. 그러면 그냥 자연스럽게 된 것 아닐까. 거기 꼭 그렇게 큰 소리로 모든 사람 앞에서 나를 타박할 수 있을까. 이 멋진 가을에. 우쒸.



가을을 온전히 즐기려던 마음이 싸악 사라질랑 말랑하는데 그래 봤자 나의 손해니까 스탑.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으려는 걸 기어코 끌어올린다. 별 일 아닌 듯이. 이미터 나오려던 입을 쏙 집어넣는다. 그래. 내가 사실 개인행동한 거나 마찬가지지. 다 같이 가는데 갑자기 사진 찍는다고 뒤쳐졌으니 나를 두고 갈 수도 없었을 테고. 그렇게 내 잘못으로 돌리고 묵묵히 걷는데 아 가을산은 너무 멋지다. 그러나 아서라. 모두가 휴식할 때만 찍을 수 있느니라. 아이 뭐야. 이 멋진 풍경을 찍지도 못하고. 내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걸 안다면 좀 거기 보조를 맞춰준다든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미안하지 않도록 해줄 수는 없었을까. 그래도 내가 잘못했으니 그래 잊자. 잘 따라가자. 사진은 쉬는 곳에서만 찍자. 저벅저벅 자박자박 걷는 것만 열심히 한다. 만지작만지작 핸드폰으로 가는 손을 꽉 잡아 저지시키며. 마음도 꽉. 손도 꽉. 에고.



꽁해진 나는 전혀 카메라를 꺼내지 않다가 두 번째 휴식 시간에 슬쩍 하늘 정도나 찍고 만다. 함께 간 사람들 찍는 것도 재미가 없다. 이젠 사람들보다는 하늘이며 나무며 나뭇잎이며를 찍는 게 훨씬 좋다. 그런데 그렇게 뒤처지면서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함께 간 사람들 사진 한 장 찍어주지 않는다면 미운털이 콕 박힐 것이다. 그래도 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리라. 갑자기 사람들 찍기가 싫어지는데 어쩌란 말인가.



평지가 끝나면 아주 가파르니 평지까지만 가자고 했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너무 시시할 것 같다. 만장일치로 가파른 산을 올라가기로 한다. 낑낑 낑낑. 매우 힘들지만 올라갈수록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기가 막히다.  곳곳에서 힘들어 헉헉 거리는 사람들이 멈추어 있다. 길고 긴 평지와 달리 가파르기가 심해 가랑이를 쩍쩍 벌리며 바위를 올라타야 한다. 아슬아슬. 흙길이 아니고 온통 바위 길이다. 


날씬하니까 저리들 팍팍 올라가지. 


지나치는 우리를 보면서 하는 말이다. 그분은 아주 많이 뚱뚱했다. 그래서인지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다. 나이가 좀 든 가녀린 남자 둘과 함께 하고 있는데 이 여자분은 젊은데 매우 뚱뚱하다. 허벅지가 우리 네 배 다섯 배는 될 듯싶다. 그런데 지나가는 모두에게 호탕하게 말을 건다. 우리보곤 날씬하단다. 하하 그 말을 듣는 순간 발이 가벼워지며 홀짝 바위 위로 가볍게 올라서 진다. 아, 칭찬이란 참. 



남창 옹기종기 시장 한우 시래기 국밥집에서의 내장탕. 너무 맛있다. 오르막까지 실행한 산행으로 다리가 후들후들 이미 시간은 세시. 노곤한 몸을 이끌고 내장탕을 먹으니 뜨끈한 게 온몸에 쫙 퍼지며 피로가 싹 풀린다. 등산 후의 이 멋진 식사를 포기할 순 없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오늘이 장날이다. 길게 장이 섰다.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으니 밥도 먹지 말까? 하다 사람이 없을 시간이니 밥은 먹고 가자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장날이었던 것이다. 사람이 가득가득이다. 마스크를 단디 조이지만 불안하다. 밥이 나올 때까지 쓰고 있다가 먹을 때만 벗는다. 그런데 내장탕 너무 맛있다. 아주 깔끔하니 매콤하니.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싹싹 긁어먹는다.  



밥 먹자마자 신속히 헤어지며 어서 집으로 갑시다 하는데 뱅글뱅글 끝도 없이 줄을 선 호떡집. 앗 모지? 어쩜 저렇게 사람이 많아? 아저씨 아줌마는 신들린 듯 재빠른 손놀림으로 반죽에 설탕을 넣고 커다란 철판에 버터를 한 조각씩 얹어가며 지글지글 찹쌀호떡을 구워내고 있다. 아저씨와 아줌마의 손 궁합이 신의 경지다. 그 길게 선 사람들을 재빨리 커버하고 있다. 저걸 놓칠 수야 없지? 호기심 천국 나도 뱅글뱅글 줄의 맨 끝에 가서 선다. 하도 줄을 길게 서있으니 경찰도 왔다 갔다 한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있는가 이런저런 관리를 하는 것 같다. 


거기 놓고 거스름돈 가져가세요.


돈을 들고 어디 내나 망설이는 내게 뒷사람이 말한다. 호떡집 아줌마 아저씨는  돈 받을 시간도 없다. 호떡판 옆에 돈 판이 있다. 만 원짜리부터 백 원짜리까지 나뉘어 담겨있고 알아서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챙겨가는 것이다. 헉. 슬쩍 거스름돈을 더 많이 가져가면 어쩌려고? 모두에게 이건 자연스러운가 보다. 알아서 내고 거스름돈을 챙겨가는 것이다. 신뢰가 바탕이 안되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시장 안에서 그 사람 많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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