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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03. 2021

샤를로테의 고백

독후감

여고 후배를 이곳 브런치에서 만났다. 얼굴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단지 함께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 그러다 글 속에서 여고를 발견하고 동문이라는 걸 안 정도라고 할까? 여고 후배라니 무언가 끌리고 글이 올라올 때마다 관심 있게 보아지고 정성껏 댓글도 달게 된다. 후배님 역시 내 글에 관심을 보이고 댓글을 달아 더욱 친해진 느낌이다. 


어느 날 책 출간 소식을 들었다. 학교 선생님인 것 같던데 그 바쁜 중에 책을? 와우. 감탄하며 쿠팡으로 달려가 책을 주문했다. 바로 다음날 도착한 책은 보라색으로 예쁘고 가볍다. 빨간 볼펜까지 사은품으로 들어있다. 손에 들고 읽기에 아주 적당한 크기와 무게다. 당장 침대에 벌렁 누워 펼쳐 든다. 편하다. 술술 읽힌다. 은근히 레오 님과의 관계가 설렘으로 다가온다. 쿠팡에 달려가 리뷰도 간단히 올린다. 그리고 단숨에 가 아니라 천천히. 아침에 일어나서 잠깐. 대낮에 잠깐. 잠자기 전에 잠깐. 그렇게 벌렁벌렁 누워 침대에서만 다 읽었다. 아, 그 반전이라니. 


가끔 후배님 브런치 글에 등장하는 남편을 떠올리며 맞아 부산이 시댁이라 했는데. 아하 그분이 바로 레오 님이구나~ 그렇구나아아 결혼으로 꼴 인하게 되는 이야기구나 하면서 읽기도 했다. 나보다 많이 어린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대학생활을 고대로 떠올리게 한다. 친구들과 남자 친구 고민하는 이야기. 함께 다니지만 무언가 홀로 인듯한 이야기. 정작 맘 속 이야기는 못하는 그 상황. 특히 레오 님을 만나기 전 친구가 해주는 화장 특강. 빼닥구두. 이 모든 게 남자 친구 부모님이 함께 온다는 축제에 생전 신지 않던 높다란 빼닥구두에 하늘하늘 새로 산 원피스로 나 아닌 내가 되어 뻣뻣하니 엉망 된 나의 그 옛날을 생각나게 한다. 아, 그 상황 난 알 수 있다. 밤새 뒤척이다 새로 배운 화장법으로 아이라인에 마스카라도 하고 그리고 빼닥구두 신고 나가려는 찰나. 아흑. 


그러나 그게 끝이 될 줄은 몰랐다. 레오 님 만난다는 생각에 걷잡을 수 없이 클라이맥스로 끌어가더니 세상에 그렇게 반전을 보일 줄이야. 에고. 그래도 마지막 말에 공감한다. 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하루하루 그 이전의 그래프에 연속되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는 말. 


정말 즐겁게 옛 학창 시절을 맘껏 추억할 수 있었다. 아, 꼭 대단한 것만 소설이 되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늘 있는 이야기로도 소설이 되는구나. 온라인만으로도 두근두근 설레던 그 많은 순간들. 그 추억거리들을 이렇게 술술 편안히 읽히도록 끌어가다니 나의 후배님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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