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매매일지
남편과 나는 매주 수요일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중국어를 듣는다. 몽땅 여자들이기 때문에 남편 혼자는 절대 못 갔을 것이다. 나와 함께니까 갈 수 있다고 스스로도 말한다. 그런데 오늘은 나 혼자 가야 한다. 지난주엔 내가 서울에 있어서 결석했고 오늘은 남편이 새벽에 나갔기 때문이다. 내가 갈 때는 항상 수업을 녹음해온다. 그렇게 해서 다음 수업 가기 전에 복습을 하고 가면 젊은 엄마들에게 뒤떨어지지 않고 선생님 질문에도 씩씩하게 답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주 남편 혼자 갈 때 꼭 녹음해오라고 신신당부했건만 깜빡 잊었다가 끝나기 10분 전에야 아차! 생각이 났단다. 겨우 8분 그것도 끝나기 직전의 수업이 녹음되어있을 뿐이다. 난 오늘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남편 복습시킬 것까지 아주 잘 녹음해와야 한다. 이주 만에 가는 수업이다 보니 읽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발음 편을 틀어놓고 9시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내야 하는 이 매매일지 중 기계적으로 써도 되는 추정자산이니 종목별 손실액이니 그런 걸 나름 시간 절약 입 네하며 했으나 멀티에 능한 나도 그건 아닌가 보다. 중국어도 매매일지도 제대로 못한 채 시간만 휙휙 지나갔다.
새벽 5시 반에 공치러 나가는 남편을 위해 4시 반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다. 이런 와이프 있음 나와보라 해! 생색내는 것도 절대 잊지 않았다 푸하하하. 일단 깨면 침대에서 뒹굴거리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거실에서 서방님 드시던 밥상 위에 노트북을 켜놓고 하다 망했다. (아, 물론 서방님 식사는 다 치운 빈 밥상이다. 하하. 서방님 드시던 밥상이라 쓰고 보니 밥 먹던 게 그대로 남은 밥상처럼 보여 덧붙인다.) 쭐쭐 쭐쭐 점점 책상 밑으로 기어내려 가더니 그대로 쿨쿨 잠이 들어버렸다. 한참 후 깨어 보니 어깨가 이상하다. 잘 움직이질 않는다. 아, 이거 뭐지? 차가운 데서 잠들어 탈이 났나? 이 묵직한 느낌 이거 모지? 부랴부랴 목 운동 머리 운동 어깨 운동 몸통 운동을 한다. 한참 여기저기 두들기고 돌리고 빼고 어쩌고 하고 나서야 그 묵직한 느낌이 사라진다. 아, 조심해야겠다. 아무데서나 잠들 거 절대 아니구나.
사진 1. 추정자산. 1779만 원. 221만 원 손실 중.
사진 2. 현대차. 18만 원 수익중.
5일선이 20일선 위에 있으므로 내가 할 일은 없다. SK이노베이션 탈락시킨 자금으로 무언가 사넣어야하는데 원하는 종목들이 아직 5일선이 20일선 위로 올라오지 못한 상태다. 다른 걸 고르느니 좀 더 기다려 5일선이 20일선 위로 올라오는 순간 당당하게 매수하기로 한다. 참는 것도 투자다. 푸하하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