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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으로매달백!집중의 매력

주식투자매매일지

by 꽃뜰

백화점에 일이 있어 들어가던 중이었다. 별관을 통해 본관으로 가는데 별관 일층이 난리도 아니다. 들어가는 입구 양 옆으로 시원하게 빵 뚫린 그곳은 이른 시간임에도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쿵짝쿵짝 넓게 확장해 새로 꾸며 드디어 오픈하는 날이란다. 입구부터 까만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이가 경품 안내를 하며 절로 들뜨게 한다. 이런 걸 지나칠 순 없지. 안으로 들어간다


널찍널찍한 곳에 패셔너블 마네킹들이 멋진 옷들을 입고 있다. 이미 사람들이 꽤 많다. 주로 이삼십 대 젊은이들이다. 그래도 씩씩하게 들어가 내게 맞을 옷들을 골라본다. 입구에 탁 걸려있던 요란뻑쩍 투피스를 들고 피팅 룸으로 간다. 그래 뷔페에서 조금씩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예쁘게 담아먹듯 한 번에 한 벌씩만. 확실하게 체크해가자고. 이미 피팅 룸 앞엔 길게 줄이 서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끈기 있게 기다린다. 드디어~ 커튼 열린 곳으로 들어가세요~ 입어본다. 마네킹이 뿜어내던 그 자태는 사라지고 웬 광대가 서있다. 탈락. 에고 다시 긴 줄을 서야 할 텐데 한 번에 여러 벌 골라올걸 그랬나.


이번엔 그렇게 요란한 거 말고 점잖은 걸 고른다. 바지는 여전히 검은색으로 손이 가고 쟈켓 역시 무난한 회색 체크다. 서양 사이즈에 익숙지 않아 두 개씩 골라 든다. 어느새 한아름이다. 다시 줄을 선다. 세련된 복장을 한 직원들이 정신없이 바쁘다. 그 모든 걸 보는 것 자체가 흥겹다.


어때? 괜찮아? 내가 옷을 사러 갈 땐 늘 곁에 남편이든 친구든 아는 엄마들이든 누구든 있었다. 내 의견은 없이 그들 의견을 듣기 바빴다. 그런데 오늘! 계획 없이 잔치 분위기에 끌려 들어온 나는 커튼 안 나만의 단독 룸에서 내게 묻고 답한다. 과연 이거 입을 수 있을까? 시도해봐? 아니 안돼. 무난한 것으로. 하하 집중의 매력은 골프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무엇이 되었건 온 정성을 쏟아 집중할 때 그 순간은 빛을 발한다. 나는 온통 집중하며 옷 고르는 그 시간을 맘껏 즐겼다. 하하 이젠 그렇게 골라온 옷들을 자신 있게 잘 입어내는 거다. 푸하하하 파이팅!!!



단일가까지 기다렸다.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인다. 탈락이다. 계속 음봉을 보였으니 이제 드디어 양봉을 보일 차례일 수도 있겠으나 그 어떤 변명도 내겐 필요치 않다. 난 오직 요거 하나. '난 아무것도 몰라요.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가면 매도할 뿐야요~'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간 삼성중공업을 가차 없이 매도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 채워줄 걸 찾아 두리번두리번. 앗, 삼성전기. 삐죽이 내민 고개. 그래. 사자. 그러나 돈이 없으니 단일가에 매도가 완료되어야만 살 수 있다. 일단 한번 넣어봤다. 5개가 들어가진다. 들어가는 대로 단일가에 주문을 넣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장이 끝나고 하면 된다.


장이 끝나고? 그렇다. '장후 시간 외 거래'라고도 하고 '시간 외 종가'라고도 하는 게 3시 40분부터 4시까지 있다. 주문은 3시 반부터 가능하므로 장 끝나자마자 주문을 넣는다. 가격은 당일 종가로 일괄적으로 들어가므로 적을 필요가 없고 수량만 적으면 된다. 100프로 현금 가능한 수량을 눌러보니 43주가 가능하단다. 체결되어 모두 48주가 되었다.


이때를 놓친다면? 그래도 기회는 한번 더 있다. '시간 외 단일가'로 4시부터 6시까지 당일 종가의 10프로 내외 가격으로 10분마다 체결된다. 어쨌든 그런 장외 매매를 통해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간 삼성중공업을 탈탈 털고 막 위로 올라서는 삼성전기를 샀다. 파이팅.


사진 1. 추정자산. 1702만 원. 이천만 원 원금에 298만 원 손실 중.

사진 2. 삼성전기. 이만 원 손실 중. 매매 제비용이다. 에구.

사진 3. 현대차. 이십오만 원 수익중.

5일선이 빠꼼히 20일선 위로 고개 내미는 게 보이는가? 덜컥 매수했다. 파이팅.

예쁘게 잘 올라가고 있다. 그대로 쭉쭉 올라가거라. 파이팅.

(사진: 친구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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