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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31. 2022

사양 (다자이 오사무)

독후감

당일치기로 서울행을 결정한 것도 파격적이지만 하핫 책을 들고 온 것도 파격적이다. 기차안에선 항상 노트북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외모만 보고 책을 골라왔는데 와우 너무 재밌다. 이런 횡재가? 


꽃밭에서 나 뭐 했게? 쉬했어. 


하하 참으로 귀여운 엄마 타고난 귀부인이다. 전쟁과 함께 그 귀족의 생활도 끝이 나고 시골 산장으로 가게 된다. 아름다움. 기품. 평화로움. 그냥 그 엄마의 생활을 묘사했을 뿐인데 곳곳에서 나는 그녀가 얼마나 귀부인인가를 느낄 수 있다. 이분은 귀부인입니다 하는 말이 하나도 없는데 귀부인임을 느끼게 만드는 이 놀라운 묘사력. 


나 안 갈래.  죽는 게 나아. 이 집에서 엄마도 죽어버리고 싶어.  


엉엉 나까지 눈물이 나오게 만드는 장면. 귀부인으로 태어난 엄마는 몰락한 가정과 함께 생전 처음 시골 산장으로 그 생활터를 옮기게 된다. 처음엔 이렇게 못 견뎌했지만 곧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와 조금도 다름없이 느긋하고 상냥한 어머니로 돌아간다. 


이곳 공기는 맛있어.


귀족 엄마의 표현은 이런 식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몰락한 귀족 집안의 남동생과 주인공 가즈코. 신흥 혁명세력과 함께 하려는 동생. 그러나 신흥세력에선 귀족 나부랭이로, 귀족사회에선 막 나가는 망나니가 되어버릴 뿐 그 어느 쪽에도 제대로 합류 못해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남동생. 


3월 말 해거름에는 어김없이 바람이 불어, 해 질 녘 식당에서 차 마실  준비를 하노라면  창문으로  매화꽃잎이 날아들어 찻잔 속에 숨어 젖었다.


곳곳의 묘사는 참 아름답다. 귀족 엄마가 조용하고도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는 장면. 그리고 살아남은 여주인공과 남동생. 아름다운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는 자신도 생을 마감할 수 없었다는 동생. 엄마 돌아가시고 누나에게 온갖 마음속 갈등을 글로 쏟아내고 자살한다. 그녀도 따라 생을 마감할까? 아니다. 그녀는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며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생명을 지켜갈 결심을 한다. 


어째서 연애는 나쁘고 사랑은 좋은 걸까?


마태복음 구절을 쭈욱 늘어놓고 그녀는 의문한다. 사랑하라면서 왜 연애는 나쁘다 할까? 연애도 한 사람을 고귀하게 만드는 사랑인데 말이다. 그녀는 맘껏 사랑한다. 비록 한 번의 입맞춤뿐이지만 그걸 가슴에 안고 6년이나 지난 뒤 그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난다. 물어물어 찾아내고 그리고 같이 밤을 보낸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기를 갖고 싶어 하던 그녀는 임신을 하고 다시 산장으로 돌아가 그 생명을 지켜낼 것을 결심한다. 이것이 혁명일까? 거침없는 그녀의 사랑에 마음이 크게 움직인다. 그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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