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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19. 2024

열다섯 번째 클럽

 

도서관에서 지수에게 잡혀온 책은 골프심리학자 밥 로텔라가 지은 『열다섯 번째 클럽의 기적』이다.


“한 번의 라운드에 열네 개밖에 쓸 수 없는데 열다섯 번째 클럽이라니?”


드라이버, 페어웨이 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 웨지, 퍼터. 모든 걸 조합해 열네 개까지만 가능한데, 열다섯 번째 클럽이란다.


“뭐야, 자신감이라고? 하하, 재밌네.”


열다섯 번째 클럽은 '자신감'으로, 다른 클럽들과 함께 꼭 챙겨가라는 내용이다.


그날, 지수의 공은 결정적인 순간에 벙커에 빠졌다. 모처럼 파를 노리고 쓰리온을 하려던 찰나, 공이 그린 바로 앞 벙커로 쏙 들어갔다. 많이 속상했다. 그 속상함은 고스란히 전달되어 모래를 너무 파게 되었고, 결국 벙커 탈출도 못 한 채 공은 끝부분에 떨어졌다.


이미 공을 그린 위에 잘 안착시킨 남편, 남편 친구, 그리고 예쁜 그녀가 지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만 뭐냐.’


포대 그린이라 높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들을 느끼며, 지수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쿵쿵쾅쾅 난리가 났다. 오달달 떨리는 손으로 팍! 공을 찍어봤지만, 아이고, 러프! 공은 다시 풀숲에 빠졌다. 그리고 지수는 남편이 으이그 하는 듯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는 걸 보았다.


‘아, 이래선 안 돼. 차분하게.’


마음을 겨우 다잡고 러프에서 쳐낸 공이 다행히 홀 근처에 떨어져 오케이를 받았다. 정확히 오케이 거리는 아니지만, 하도 헤매는 지수가 안됐던지 크게 오케이들을 외쳤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험악한 상황을 끝내야 하니 고맙다며 서둘러 공을 집었었다.


‘벙커에 빠진 그 순간, 자신감을 가지고 침착하게 했다면 단번에 그린 위로 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지수는 그날의 창피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때 그녀에게 자신감이란 없었다. 허겁지겁 급하기만 했고, 헤매는 자신이 창피하기만 했다. 이 책은 그런 지수의 마음을 아주 잘 보여준다. 그런 순간에 바로 자신감이 필요한데, 그건 절대 그냥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몸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헬스장에서 단련하듯, 자신감이라는 마음의 근육도 매일 단련해야 한다. 어떤 불안감이 몰려와도 탁 떨쳐내고 “난 잘하고 있어. 오늘 골프가 왜 이리 잘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지수가 할 일은 딱 하나, 목표 지점에 보내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다. 방금 자신이 어떻게 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잘 쳐도 못 쳐도 오직 지금 보내야 할 목표점만 생각하며 빵! 보내려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하, 그래, 바로 이거야.”


지수는 책을 읽으며 힘이 난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빵빵! 자신 있게 쳐내리라 몇 번이고 다짐한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 없이, 오로지 목표점만을 향해 내 마음껏 채를 휘두른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공도 쭉쭉, 빵빵, 멀리 멋지게 날아갈 것만 같다.


‘그걸 왜 못해? 책에서 바로 그렇게 하라고 하잖아. 그래, 난 할 수 있다.’


지수는 마음속으로 결심 또 결심을 한다.


‘난 잘하고 있다’를 라운드 내내 속으로 외치리라. 매 순간 목표점에 보내는 데만 집중하리라.


그뿐이랴. ‘오늘 왜 이렇게 공이 잘 되지? 너무 좋아.’라고 중얼거리며, 어떤 불안감도 감히 접근하지 못하게 하리라고 지수는 단단히 결심한다.


‘오로지 목표점만을 보며 빵! 열다섯 번째 클럽을 나의 가장 소중한 클럽으로 만들리라. 다음 라운드에 두고 봐. 소중히 가꾼 나의 열다섯 번째 클럽으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할 테니까.’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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