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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17. 2024

도서관으로!

'골프를 잘하겠다면서 골프 연습장이 아닌 도서관?"


그렇다. 지수는 골프장이 아닌 도서관으로 간다. 더 이상 이렇게 골프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구력에 비해 지수의 실력은 너무 형편없었다.


'아, 어제!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아.'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남편의 옛 친구와 부부 골프를 했다. 문제는 골프복부터였다. 지수는 그저 평범한 티셔츠와 긴 바지를 입었는데, 남편 친구의 아내는 짧은 치마에 최신식 골프웨어로 완벽하게 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뻤다.


'옷이 중요하냐? 공을 잘 쳐야지.'


지수는 괜히 흥흥댔다. 패션은 기가 막혀도 공은 엉망인 멋쟁이들을 꽤 봤으니까. 일부러 저 패션에 공은 꽤나 못 칠 거야로 자신을 다독이면서. 남편들 티샷이 끝나고 레이디 티로 옮겨가자, 장유유서라며 그녀는 지수에게 먼저 치라고 했다.


'장유유서? 골프에도 그런 게 있냐?'


속으론 그녀 말이 꽤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티 안 내고 씩씩하게 첫 샷을 날렸다.


쓔웅~


오, 첫 샷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이제 예쁜 그녀 차례. 이름이 서연이랬다.


'치. 이름도 예뻐.'


그녀가 어드레스를 했다.


'흠. 폼은 괜찮네.'


하늘하늘 바람에 날리는 스커트는 살짝살짝 속바지를 보이며 꽤나 매력적이었다. 드디어 빵! 그녀가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쓔웅~ 슝~


헉. 그렇게 예쁘고 날씬하고 패셔너블한데, 공도 잘 친다.


'뭐야. 나보다 훨씬 멀리 갔잖아.'


"와우 나이스 샷!"

"기가 막힙니다."


남편들이 난리가 났다. 그때부터였다. 서연의 기막힌 샷에 기가 죽은 지수는 몸이 굳었는가 쎄컨 샷을 땅을 깊이 파며 코앞에 떨어지게 만드는 실수를 했다. 점점 더 지수의 몸은 굳어갔고 다음 홀 드라이브 샷에서 붕 떠서 코앞에 떨어지는 뽕샷을 하더니 페어웨이에서는 치는 족족 뒤땅이었다. 그뿐일까? 남편의 얼굴은 점점 심각하게 굳어갔다. 지수가 하도 못 하니 그럴 만도 했다.


지수는 18홀을 어떻게 끝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창피할 뿐이었다. 하늘하늘 몸매로 방글방글 웃으며 빵빵! 멋지게 공을 날리는 서연 앞에서 지수는 몸뿐만 아니라 얼굴마저 굳어지며 영 표정 관리가 안된됐었다.


‘이건 아니다. 즐겁자고 하는 골프인데 이렇게 스트레스뿐이라니.'


결국, 지수는 라운드가 끝나고 서둘러 도서관으로 갔다. 운전도 책으로 배웠듯, 지수는 모든 걸 책으로 해결해 왔다.


‘그래, 골프 비결이 분명 책 속에 있을 거야.’


그렇게 지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나의 안식처.


지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특히 대형 도서관에서 질서 정연하게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 사이를 거닐며, 눈에 딱 들어오는 책 찾는 것을 말이다. 마치 나를 부르는 듯한 책. 그저 손이 가는 책을 읽는 게 지수의 방식이다. 그 책이 재미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재미없으면 휙 던져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만약 그렇게 골라낸 책이 너무 재미있고, 그 작가가 유명한데도 몰랐다면? 그때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래! 골프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야!’


골프 코너로 향한다. 와, 골프 책이 이렇게 많다니. 평소처럼 두루두루 둘러본다.


'나를 부르는 책이 있을 거야.'


번쩍이는 신간들 사이에 조용히 파묻혀 있는, 아무도 찾지 않는 듯한 책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감?’


손에 들고 보니,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 어제 나는 자신감이 있었던가? 아니, 그냥 하늘하늘한 서연에게 완전히 기가 죽어 있었지. 자신감? 눈곱만큼도 없었어. 주눅이 들어 있었지.’


그게 바로 실패의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감. 정말 그렇게 중요한 걸까? 이 책을 제대로 읽고, 내 골프에 변화를 주어야겠다.’


지수는 단단히 결심한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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