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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20. 2024

오늘은 기쁨조 노!

챙겨줄 게 많은 남편. 특히 운전하고 갈 때 지수는 보조석에서 할 일이 많다. 기쁨조 되어 먹을 걸 계속 먹여주어야 하고 좋아하는 유튜브도 계속 골라주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은 딱! 모든 걸 멈추었다. 밥 로텔라의 '열다섯 번째 클럽의 기적'을 읽기 위해서다. 공 치러 갈 때마다 보려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메모해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다.


`가장 강한 무기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획득하는 것이다. 난 목표점에 무척 잘 보낸다고 자꾸 생각해야 한다. 모든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한 달 만에 그들은  다시 만났다. 남편 친구와 예쁜 그녀. 남편 옛 친구라는데  지수는 처음 본다. 남편은 그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치기로 했는가 보다. 어느새 그 남편 친구는 예쁜 그녀의 클럽 커버를 벗기고 있다.


'좋겠다 저 여자는. 예쁘기도 한데 서방님이 저리 잘해주네.'


'흥! 내 남편은?'


 자기 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그럼. 그렇지. 그 성격 어딜 가겠어. 바랄 걸 바라야지. 지수는 체념한다.


어느 때부터인가 그들은 노캐디를 즐긴다. 한 팀에 기본 16만 원에 버디라도 하면 버디 턱 등등해서 17만 원 18만 원이 드는데 이게 웬 떡이냐. 물론 커버 벗기는 거며 닦는 거며  무거운 채들을 알아서 골라  직접 들고 다녀야 하는 고생이 따른다. 그래도 17만 원 18만 원에 비할바냐.


그런데 여기서 남편이라고 아내 채를 그렇게 홀라당 벗겨주고 하지 않는다. 자기 채는 자기가! 그러므로 지수는 자기 채를  스스로 벗기고 있는데 그 예쁜 여자남자다 벗겨주고 있다. 그녀는 카트 안에 오롯이 앉아있다. 그녀는 공주 지수는 무수리 느낌이다. 하하


'아무러면 어떠랴. 난 오늘 열다섯 번째 클럽 자신감을 단단히 거머쥐고 왔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공이 아주 잘 될 것만 같아.'


지수는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정말 마음먹기 나름인가 보다. 자신 있다고  자꾸 말하니 막 자신감이 생긴.


그나저나 저 예쁜 여자는 어디서 저런 옷을 골라 입고 오는 걸까. 리봉 달린 양말 하며 짧은 주름 스커트에 착 달라붙은 상의. 흑백이 어우러진 패션은 정말 기가 막히다.


'괜찮아. 예쁘라고 해. 난 자신감 퐁퐁이야. 기죽지 않아.'


지수는 더욱 똘똘 자신감으로 자신을. 무장한다.


자, 첫 홀 드라이브 샷. 남편들 치고 나서 장유유서 그때처럼 지수가 먼저다.


'이 멋진 날 푸른 잔디 위에서 얼마나 좋아. 저 멀리 아이피 깃발 아래 멋지게 내려앉는 나의 공을 생각하는 거야.' ·


온몸에 힘을 빼고 백스윙을 길게 하는데 자신감을 수도 없이 되뇌서일까 여유로움이 지수를 사로잡는다.


빵!


하하 지수는 집중에 성공했다.


"우아아아 내가 저렇게."


" 나이스 샷! 나이스!"


 남편 친구와 예쁜 그녀가 소리친다.


"오우 잘 치는데!"


지수 남편도 한 마디 한다. 지수는 몰려드는 생각에  몸을 맡긴다.


"하하 힘을 뺐을 뿐인데. 목표에 집중했을 뿐인데. 자신 있게 휘둘렀을 뿐인데. 하하 아 좋아라. 가능성이 보인다. 파이팅!"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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