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Sep 23. 2024

키스

자신감을 외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정말 집중이 필요했다. 대충 목표치를 보고 자신감만으로 휙휙 휘두르니 공은 제멋대로 간다. 그럼에도 나쁜 샷은 잊자지수는 자신감만 부르짖고 있다.


"이건 아니다. 연습장에서 나의 샷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래. 따끔한 훈련 후의 마음가짐이지 마음만으로 되겠느냐."


 그러나 어쨌든 샷을 할 땐 아무 생각 없이 목표점에 보낸다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뿐이다. 그리고 연습장에서 샷을 다듬으며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지수는 다짐한다.


페어웨이가 길게 펼쳐지는 파 5 홀. 전 홀에서 버디를 한남지수 남편이 먼저 티샷을 날린다.


 빵!

나이스 샷~


이 아니라 아이고 오비지역 숲 속으로 들어간다. 남편 친구의 드라이브 샷은 그야말로 나이스 샷~ 쓔웅 날라 페어웨이 한가운데 안착한다.


"정말 멋진 샷이어요~"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남편 친구가 나를 보고 웃는다. 예쁜 그녀가 나를 본다. 내가 웃는다. 그녀도 웃는다.


모두 함께 카트를 타고 레이디 티그라운드로 이동한다. 전 홀에서 파를 기록한 하늘하늘 예쁜 그녀가 먼저 빵~ 드라이브 샷을 날린다.


"와우. 나이스샷~"


 하늘을 가르며 쭉 뻗어가는 공은 그녀 남편 공 근처에 멋지게 안착한다. 그리고 지수 차례.


" 자신감. 모든 힘 빼고 행복한 마음으로 오늘 공이 왜 이리 잘 되지?"


 마음 다스린 후 빵~


흠흠 그런대로 괜찮아.


지수는 카트로 달려와 자동으로 눌러 운전을 안 해도 천천히 가게 해놓고 여유를 즐긴다. 하늘은 갑자기 시커먼 구름이 왔다 갔다 하더니 살살 비를 뿌린다. 잔디는 여름 끝물 푸르름이 그 절정에 달해있다.


예쁜 그녀. 이름이 서연이라 했지. 이름도 예뻐. 흥!


서연이 공을 치려하니 그녀 남편이 가까이 다가간다.


'오홋. 예쁜 그녀 남편도 대부분의 남편들처럼 골프장에 오면 아내에게 코치를 멈추지 못하는구먼.'


지수는 흥미롭게 그들을 지켜본다. 그러나 지수가 탄 카트는 이미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절대 지수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은 시커멓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말다 우중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 남편 친구예쁜 그녀, 서연의 어깨를 슬쩍 감싸며 무언가 속삭이는 듯...


' 아, 코치를 저런 식으로 하는구나.'


지수는 특별한 그 남편 친구의 코치 방법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런데. 앗 그런데 앗앗 그는 예쁜 그녀에게 키스한다.


지수는 보았다. 아주 잠깐이지만 지수는 확실히 보았다. 우아. 파 5 홀 너른 잔디밭에 아무도 없다. 뒷팀은 아직 보이지 않고 앞팀은 이미 홀아웃이다.


지수의 남편은 공을 찾으러 숲 속으로 들어갔는가 보이지도 않고 지수는 멀리 움직이는 카트 안에 있다.


'아. 오랜 결혼생활에 아직도 저런 애정이. 와우.'


지수에게 예쁜 그녀는 더욱 예뻐 보이고 남편 친구는 더욱 멋져 보인다. 아이고 짜릿.


헐레벌떡 자기 공은 못 찾고 대신 많은 공을 주웠다는 지수 남편.


"와 이거 봐. 그 덤불 속에 얼마나 공이 많던지."


 카트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물통 안에 주워온 공을 쏟으며 그는 껄껄 좋아한다. 물속에서 드르륵 씻어 하나씩 건져내며 들뜬 표정으로 외친다.


"와, 이거 아주 비싼 공인데 진짜 새 야!"


(사진: 시애틀의 H)
이전 03화 오늘은 기쁨조 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