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돈이 아까워 말한다. 그러나 모처럼 부탁이고 서울에서 힘들게 오는데 노캐디 아니라고 안 할 순 없다며 남편은 지수에게. 25일 비워두라 한다.
"난 처음 보는 사람이던데. 그동안 그에 대한 이야기도 별로 없더니?"
지수는 남편 말대로 따라는 했지만 이제 궁금한 걸 물어본다
"그렇지. 옛날 대학 시절 친했던 친구야. 서울 본사에 함께 있을 땐 그래도 많은 교류가 있었는데 내가 이렇게 지방으로 오고 연락이 거의 없었지. 그런데 느닷없이 연락이 와 매달 25일 부부 골프 하자네. 동창이라는 게 그렇잖아. 아무리 오랜만이라도 금방 옛날 그 친했던 때로 돌아가는 거."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지수는 흔쾌히 대답한다.
"하하 그건 그렇지. 그래 매달 25일은 비워둘게."
그래서 이번에도 지수는 남편 친구와 예쁜 그녀, 서연과 함께 공을 치게 되었다.
돈은 좀 들지만 역시 캐디가 있으니 편하다. 채를 직접 들고 다니지 않아도 닦지 않아도 된다. 커버 벗기고 씌우는 것도 카트 운전도 모두모두 캐디 담당이다.
그런데 지수 부부는 대충대충인데 남편 친구는 캐디에게 꽤 예민하다. 특히 그린에 올라가선 더 심하다.
"그린 스피드가 어떻게 되지?"
문득 묻는 말에 캐디가 답을 못한다. 우물쭈물. 하긴 우리 골프장에서 그린 스피드를 묻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러니 캐디 역시 그런데 익숙지 않을 수도 있겠는데 남편 친구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한다. 캐디가 긴장하는 게 느껴진다.
파3 숏홀. 지수 남편 친구는 버디 찬스를 맞았다. 홀까지 한 3미터 정도 되려나? 캐디는 정성껏 라인을 보는 듯했고 지수 남편 친구는 캐디가 라인을 읽어주는 대로 공을 굴린다.
모두가 나이스 버디! 를 외치려 하고 있는데 아, 공은 정확히 홀컵 세 개 정도 오른쪽에 멈춘다. 방향만 제대로였다면 땡그랑!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나이스 버디! 했을 텐데 캐디가 홀컵 세 개 정도 오른쪽이라 했던 걸 우리 모두 들었다. 아쉽다.
아, 그런데 아무래도 라인을 잘 못 읽은 것 같다며 캐디가 너무 미안해한다. 우리 모두는 긴장한다. 까다로운 남편 친구가 버럭! 소리라도 지르면 어쩌나. 그린을 그렇게 엉터리로 읽으면 어떡해! 하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하다.
캐디가 바짝 긴장할 정도로 그는 까다롭게 굴었기 때문이다. 아, 그러나 웬걸. 그게 무슨 말이냐고. 본인이 잘 못 쳐서 그렇게 된 거라며 걱정 말라한다. 그러나 캐디가 하도 미안해하니 계속 괜찮다 하던 남편 친구는 급기야 본인이 잘 못 쳐놓고 캐디에게 모라 하는 사람들 그거 안돼. 그런 사람 참 싫더라는 말까지 한다.
많이 미안해하던 캐디는 곧 정상으로 돌아온다. 분위기 좋게 명랑하게 열심을 다 해 우리를 보조해 주던 캐디다. 너그럽고 멋진 그의 대응에 우리 팀 모두에게는 훈훈한 그 무언가가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