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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27. 2024

그립다는 말까지

서연은 심지어 그립다는 말까지 떠올리고 있다. 


도대체 왜? 

그는 회장일 뿐 서연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왜? 


서연은 미칠 것만 같다. 슬쩍슬쩍 서연을 보며 매력적인 눈웃음을 보내던 그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아니, 너무 생각하다 보니 이젠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도리어 가물 가물이다. 빨리 그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동아리방에만 가면 있을 줄 알았던 그와 계속 어긋나고 있다. 오늘은 다른 선배가 카세트 조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동아리 회장인 그가 카세트 조작해 줄 때 사람들은 매우 좋아한다. 우리에게 AFKN 뉴스를 들려주고 어느 정도 적기를 기다려 멈추고 다시 들려주기를 참으로 적당히 잘해주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하는 순간이 참 좋았다. 


헉! 그와 함께? 

웃겨. 오버하지 마라. 

나랑만이 아니라 멤버들 전체가 함께 하거늘 뭬라. 

그와 함께 하는 순간? 

길 가던 강아지가 웃겠다. 하하 푸하하하 


그가 확 잡아끌어서? 


그랬다. 그와 함께 오래 있고 싶어서 서연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드디어 수업 시간이 되어 허겁지겁 받아 적던 공책을 챙겨 그의 뒤에 있는 문으로 나가려는 찰나 헉! 그가 서연의 팔을 확 잡아끈 것이다. 


앗 앗앗. 쿵쿵 쾅쾅 

왜? 아니 이게 웬일? 


절로 얼굴이 빨개졌다. 

수업은 좀 늦겠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오호호호 놀라는 서연에게 그는 웃으며 종이를 한 장 준다. 


"연습해 봐. 도움 될 거야."

"아, 네. 네네 넵. 감사합니다."


서연은 매우 급한 듯 종이만 받아 들고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점점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이를 보니 지금 받아쓰고 있는 AFKN 뉴스다. 그런데 중간에 무수히 많은 빈 괄호가 있다. 어느 정도 내용을 봐가면서 사이사이 끼워 넣는 건 통째로 받아쓰기보다 꽤 쉬울 것 같다. 


그래. 이걸로 열심히 준비해 가야지. 하하 파이팅!


또 한 번 있다. 신입회원들의 오분 스피치 후 본격적으로 흩어져 메인 토론을 위해 십여 명씩 둥글게 자리 잡을 때 어디 앉을까 두리번거리며 지나치는 서연을 그가 확 잡아끌어 자기 곁에 앉혔다. 하하 그리고 영어로만 진행되는 그 토론에서 모두들 Yes! 쪽으로 기울어졌는데 그와 서연만이 확고하게 No! 를 했으니 하핫 거기서 느껴지는 그 무엇 동지애랄까 그 짜릿한 쾌감이라니. 오홋.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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