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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30. 2024

참석하지.

"참석하지."


그는 슬쩍 서연에게 이야기한다. 물론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리고 솔직히 꼭 서연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가 서연에게 다가와 말한다. 


참석하지. 

푸하하하. 넵. 네, 물론입니다. 

참석해야지요. 당연하지요! 


서연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폭죽이 터지고 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냉정을 유지한다. 엣 헴. 이런 기쁜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면 차분한 표정, 아니, 그보다 무심한 표정이 필요하다. 


절대 서연! 네가 너무 좋아하는 걸 들켜선 안돼. 


"네." 


짤막하게 대답한다. 얼마나 심플한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대답. 음, 아주 잘했어.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수줍어 보이지도 않는다. 2차 뒤풀이는 많은 멤버들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다들 바쁜 일상 속에서 자기 갈 길로 분주히 떠난다. 


그런데 서연은 남는다. 아니, 남겨진다. 회장님과 총무님은 무언가 숨겨진 목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특별히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내려는 것 같기도 하다. 공식적인 초대는 없지만, 서연은 비밀스럽게 선택된 것이다. 음하하하, 그것도 회장님께 직접!


조심스레 뒤따라 음식점으로 걸어가던 중, 열 명 남짓 되는 멤버들 속에서 서연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시선이 간다. 물론 들키지 않게. 눈은 다른 델 보는 것 같아도, 마음은 오로지 그에게만 고정되어 있다. 여기저기 선배님들이 물어보는 어디 사느냐 어느 여고를 나왔느냐 왜 여길 왔느냐 등의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은 하지만, 서연의 관심은 온통 그의 움직임에 집중되어 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서연 옆을 걷는다. 그게 왠지 서연은 너무 좋다. 그리고! 식당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는데, 운명처럼 그가 서연 옆에 앉는다. 우연일까, 아니면 의도적일까? 음하하하. 모든 게 완벽하다.


"2차 참석도 중요해!"

"어때, 할 만한가 후배?"


다른 선배님들은 많은 이야기를 서연에게 한다. 그러나 그는 조용하다. 특히 서연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가 서연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서연 자신은 느낄 수 있다. 말은 없지만, 그의 존재가 서연에게 전해진다. 


그런 느낌이 서연을 더욱 들뜨게 한다. 

오홋, 서연은 기분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그가 자기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서연의 마음은 둥둥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생글생글, 자신도 모르게 서연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만 서연의 모든 촉각은 그에게만 집중된다. 


무심한 척 그러나 그의 작은 손짓 하나, 눈길 하나 모두 서연에게 닿는다.


"다음에도 꼭 참석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그가 서연에게만 살짝 속삭이듯 특별한 말을 남긴다. 


우아아아 아! 가슴이 쿵쿵 쾅쾅! 

서연은 이 기쁨을 마구 쏟아내고 싶지만, 

아니 아니야. 차분하게. 짧게. 


"네."


예쁜 그녀, 서연은 그를 만나 설레던 순간의 기억을 서둘러 접는다. 

어떻게 공을 치는지도 모르게 마음이 둥둥 과거로 날아갔는데 

어느새 18홀이 끝났는가 


"수고했어요~" 

"오늘 아주 좋았어요." 


악수를 하며 나누는 인사가 서연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진: 시애틀의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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