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쩔 수 없어.'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서연의 마음은 어김없이 4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그때도 그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분명 그의 친구와 아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도 때도 없이 다가오는 그 손길. 예전에는 그런 무심한 행동에 당황했지만, 그 강렬한 손길에 설렜던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도 그의 손길에 반응하는 자신이 서연은 놀랍지 않은지도 모른다.
'주다야싸'
머릿속에 낯익은 단어가 떠오른다. 1970년대 후반, 그때 서연이 그와 함께 가는 곳은 주로 주다야싸였다. 주간엔 커피를 파는 다방, 야간엔 술과 음식을 파는 싸롱의 준말 주다야싸. 낮부터 들어가 커피를 마시다 밤엔 마주앙과 멕시칸 사라다를 놓고 한없이 있던 곳.
종로의 '반야'는 특히 그들만의 은밀한 장소였다. 높게 쳐진 칸막이 덕분에 마치 세상에 그들 둘만 남은 것 같았다. 어둑한 조명 아래에서 그가 조심스레 다가와 서연의 손을 잡을 때, 그녀는 늘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꼈다. 그와의 첫 키스는 특히 잊히지 않는다. 처음엔 그저 입술이 닿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던 키스가, 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혀가 그녀의 입 안을 탐험하며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 순간, 그녀의 온몸을 전율이 휘감았다.
그러나 그때도 늘 갈등은 있었다. 그는 점점 더 서연에게 가까이 다가왔고, 그녀의 몸을 원했다. 하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결혼 전까지는 지켜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는 자꾸만 다가왔고, 서연은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안 돼. 그 이상은 절대 안 돼."
그러면 그는 늘 똑같이 말했다.
“조금만 더. 사랑한다면…”
그의 손길이 점점 더 대담해질 때마다 서연의 마음도 흔들렸다.
하지만 결국 이겨내야 했다.
"사랑한다면, 나의 순결을 지켜줘야 해."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어떻게 몸을 주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할 수 있어?"
서연은 혼란스러웠지만, 여전히 단호했다.
“사랑한다면 결혼할 때까지 아껴줘야 한다고 생각해.”
이 문제는 그들의 관계에서 늘 끝없는 논쟁거리였다. 그는 자신을 이해해 주길 바랐고, 서연은 자신의 믿음을 지켜주길 바랐다. 서로 사랑하는 만큼, 그들의 대립도 깊었다. 어쩌면 이 갈등이 그들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서연은 자신의 신념을 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서연은 현재로 돌아온다. 나이 들고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손길은 여전하다. 어쩌면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것조차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눈앞에 그의 친구와 아내가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그 옛날처럼 신경 쓰지 않는다. 서연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때나 지금이나, 참 똑같아.”
어쩌면 그의 손길은 그저 익숙함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서연에게는 여전히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때 그와 더 많은 것을 나누었다면,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아니면, 지금의 자신이 옳았던 걸까?'
알 수 없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결정이 정말 옳았는지 그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그저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미묘한 후회와 의문이, 오늘도 서연을 가만히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