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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친구와 예쁜 그녀
12화
종잇장 뒤집듯 확!
by
꽃뜰
Oct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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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모두 그녀 편이야!'
지수는 속상하다.
아무리 공이 나쁜 곳에 떨어져도
곧이곧대로 바로 그곳에서 치고 있던 지수는
서서히 기분이 나빠진다.
아니, 그래스 벙커에서 슬그머니 꺼내놓고 이룬 파에
그렇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아해 줘?
우쒸. 나도 꺼내놓고 칠 걸. 나만 뭐야.
씩씩거리며 한 홀 한 홀 지나다 보니 어느새 중반에 접어들어
인코스 두 번째 파 5 롱홀 그린이다.
"아, 보기!"
파펏을 놓치고 아쉬워서 지수는 소리친다.
들어갈 듯 말 듯 쫄쫄 홀 앞까지 가던 공이
딱 일 미리 정도를 남기고 멈춘 것이다.
후~ 불면 땡그랑 들어갈 듯한 위치.
조금 기다리면 바람에 톡 떨어질 것만 같은 위치.
아, 너무 아쉽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던 그녀가 무심하게 말한다.
"더블보기예요."
오잉? 요건 또 뭔 소리?
하도 기분이 나빠 나도 한 마디 한다.
지금 막 파 펏을 놓치고 아쉬워하는 중이라고.
드라이브 샷뿐만 아니라 쎄컨 샷 써드 샷도
너무 잘 쳤기에 길고도 긴 파 5홀에서 파 펏을 하는 중이라고.
"그린 에지에 떨어진 게 네 번째 샷입니다."
우쒸. 뭐야.
세 번째 샷이라고 우겨보지만
지수는 문득 자신이 없어진다.
하나 더 쳤나?
파 펏이라고 철떡 같이 믿고 왔는데
아니라 하니 난감하다.
써드샷이 그린 에지까지 갔는데
그게 네 번째 샷이라고?
자기도 못 올렸기에 기억한다는 거다.
지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세컨 써드 샷이 길게 쭉쭉 뻗어가
쓰리 온은 못했지만
거의 에지에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강력한 그녀 주장에
지수도 정말 헷갈리기 시작한다.
샷을 하나하나 기억해 보지만
그녀 말이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아이고 모르겠다.
곁에서 한 마디 돕지 않고 그저 실실 웃고만 있는
남편들에게 더 속상하다.
모두 그녀 편? 흥!
지수는 마구 화가 난다.
흥. 그래스벙커에서 맘대로
공을 꺼내놓고 치던 주제에. 우쒸.
모든 게 끝나고 샤워실로 간다.
곱게 화장한 서연은 얼굴엔 손도 안 댄다.
머리도 안 감는다.
예쁘게 단장한 머리가 아까운가 보다.
지수는 클렌징 듬뿍 묻혀 벅벅 씻어낸다.
머리도 샴푸로 빡빡 감는다.
이 시원한 맛을 안 누리겠다고라.
하긴 그녀 화장도 예쁘게 되었고 머리도 예쁜 상태이니
모두 망가트리면 원상 복구하는데 힘이 들 것 같기는 하다.
미운 마음이 있으니 모든 게 미워진다.
그렇게 미운 맘으로 똘똘 뭉쳐있는데.
"이거 드세요. 아주
시원하네요."
샤워가운을 입고 일부러 그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머리 손질 중이던 내게 요구르트를 권한다.
미움으로 똘똘 뭉친 나는 흥!
그녀가 어쩌거나 말거나
그저 미운 마음뿐이었는데.
그런데 이게 뭐야?
"아, 고마워요."
얼떨결에 받아 들고 나니 갑자기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따뜻한 미소와 함께 요구르트를 건네는 서연의 손길.
우리 골프장에 온 손님인데 내가 먼저 권했어야지.
아이고 나도 참. 나이를 거꾸로 먹었지.
그 사소한 것에 도대체 왜
온통 마음을 미움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을까.
지수는 마구마구 서연에게 미안해진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하니 짜증으로
그녀의 마음은 도배가 된다.
그래. 이럴 때 내가 잘하는 거 있지.
종잇장 뒤집듯 확! 마음 뒤집어버리기.
미움에서 사랑으로!
사랑까지는 아니라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지수는 마음을 확! 뒤집어버린다.
지수는 마음을 확! 뒤집어버린다.
그래. 얼마나 좋아.
예쁘지 공 잘 치지.
남편 옛 친구 아내지.
정확히 말해주었을 뿐인데 거기서 삐지는 내가 부족한 거지.
보기인데 일부러 그녀가 더블보기라고 했겠냐.
그 말한 게 왜 미워.
그래. 종잇장 뒤집듯 확!
자신감을 일부러라도 자꾸 되뇌면
퐁퐁 생기듯 종잇장 뒤집듯 확!
미운 마음을 뒤집으니
지수의 마음도
미움에서 사랑까진 아니라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뀌고 만다.
하하 별 거 아니었어. 종잇장 뒤집듯 확!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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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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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남편 친구와 예쁜 그녀
10
주다야싸
11
나도 꺼내놓고 칠 걸!
12
종잇장 뒤집듯 확!
13
우리, 부부 아닙니다.
14
첫사랑
남편 친구와 예쁜 그녀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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