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아닙니다.

by 꽃뜰



오늘도 지수와 지수 남편, 남편 친구와 서연은

라운드를 마치고 그때 그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의

오리집으로 간다.


네 명이 들어가면 꽉 차던 방,

작은 창엔 여전히 짙은 초록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서연에 대한 미움을

확! 종잇장 뒤집듯 뒤집어버리고 나니

이제는 그녀가 점점 더 호감으로 다가온다.


예쁘다.

화장도 은은한 게 참 잘 어울린다.


오늘도 소주를 할 거냐고 묻는 남편의 말에,

지수와 서연은 동시에 웃으며 외친다.


"아뇨, 아뇨. 라운드 후엔 시원한 맥주죠.

쏘맥으로 부탁해요!"


그녀들 소리에 맞장구를 치듯

남편의 친구도 큰 소리로 외친다.


"넵! 싸모님들, 제가 말아드리겠습니다!"


그가 웨이터처럼 능청스러운 포즈를 취하자,

서연과 지수는 깔깔대며 크게 웃는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맥주잔과 소주잔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마치 고급 바의 바텐더라도 된 것처럼 신중한 손길로 소주병을 따더니,

맥주잔에 적당히 맥주를 따르고는 그 위에 소주를 천천히 붓는다.


맥주 거품이 부드럽게 올라오자,

그는 소주잔을 들어 올리며

한 손으로 살짝 돌리는 세련된 제스처를 더한다.


"이건 기술이 필요한 거라고요.

보세요, 완벽한 비율입니다!"


서연과 지수는 그의 진지한 표정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깔깔대며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는 기세 좋게 젓가락으로 살짝 저어주더니,

맥주잔을 차례로 그녀들 앞에 내려놓는다.


맑고 금빛이 도는 쏘맥은

거품이 적당히 올라와,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자, 그럼 우리 이 멋진 만남을 위해 건배!"


그의 선창에 따라 넷은 잔을 맞부딪힌다.


짤랑거리는 유리잔 소리와 함께

맥주와 소주가 섞인 알싸한 청량감이

목을 타고 쭉 내려간다.


방 안의 온도가 한층 더 높아지며,

웃음과 대화는 점점 더 자유로워진다.


라운드에서 느꼈던 작은 섭섭함 따윈 어느새 잊히고,

네 명의 대화는 무르익는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었던가.

남편의 친구는 오늘도


'좋아. 지금이 너무 좋아.'


를 연발하더니 덥석!

옆에 앉은 서연 어깨를 감싸 안는다.


"뭐예요, 부부 아니라 꼭 애인 같잖아요. 하하"


분위기에 취한 지수는 문득 농담을 던지는데

앗, 그의 표정이 변한다. 그러더니


서연을 더욱 힘주어 꼭 안는다.

마치 금방이라도 키스를 할 듯한 긴장감이 돈다.


순간적으로 지수는 당황한다.

그때 그가 무심한 듯 말한다.


"우리, 부부 아닙니다."


(사진: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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