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by 꽃뜰


남편과 지수는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네?"

"아니, 뭐라고? 진짜?"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남편을 바라본다.


"그래, 내가 정말 사랑했던 이 친구와 결국 결혼하지 못했어."


남편과 지수는 할 말을 잃는다.

오랜 세월 함께한 부부로만 알았던 두 사람이

결혼하지 못한 연인 사이라니.


우리에겐 진작 알렸어야 하지 않나?

나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남편에겐 알렸어야하지 않을까?


지수는 좀 괘씸한 생각이 든다.

지수 남편도 전혀 몰랐나 보다.


소주잔에 콸콸 소주를 부으며

지수 남편이 외친다.


"좋아, 둘의 러브스토리나 들어보자."


남편의 말에 모두 긴장한다.

지수는 소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매우 궁금하다.


그가 조용히 입을 연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대학 때였어. 군대 제대하고 동아리 회장을 다시 맡을 때였지."


지수 남편이 반가운 듯 맞장구친다.


"아, 그 AFKN 리스닝 동아리?"


"맞아. 그때 신입으로 들어온 여학생이 바로 이 친구야."


"그때 선배님 정말 인기 많았죠. 키 커, 잘 생겨, 영어 잘해... 하하"


그는 말없이 소주잔을 비우더니,

서연의 어깨를 더 힘주어 끌어안는다.


지수와 남편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들의 젊은 시절에 가있는 느낌이다.


시간은 무심히 흘렀지만,

그때 그 순간들은 생생하게 남아 있나 보다.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고, 사귀기 시작했어."


그의 팔에서 살짝 몸을 빼는 듯하더니

헉!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서연.


"경쟁 대학과 축구전 때

열광하며 흔들어대던 반짝이 뒤로

살짝 내게 입 맞추던 선배님~"


서연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 모두 웃음을 터뜨린다.


지수 남편은 당황한 듯 소주잔을 들고 한 모금 털어 넣고,

지수는 더 깊이깊이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마치 한 편의 영화 속 장면처럼,

그 순간이 지수의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진다.


그때 그가 서연의 어깨를 힘주어 안는다.

서연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의 어깨에 기대며 속삭인다.


"저는 그때 함박눈 펑펑 쏟아지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사진: 시애틀의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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