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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20. 2019

스탑오버로 모스크바 붉은광장을

성바실리대성당 무명전사의묘 그리고도 더~



"여보~ 일어나, 어서 일어나!

함박눈이 펑펑 오고있어. "

서둘러야 그 짧은 순간에
많은 걸 볼 수 있다고

호텔방에 들어서자마자

아직도 쿨쿨 자고 있는 나의

서방님을 마구 깨운다.


늦잠에, 느린 걸음에
세상 전혀 급할 게 없는
충청도 양반 그를 다그쳐


끝도 없이
높고 높은 계단을
서둘러 올라 간다.



다리 위로 올라서니
와우~

거대한 강
도도한 흐름

요거이 모스크바 강인가?
우리 나라에 한 강이 있듯이
모스크바에 있다는?



다만 여기선 강북이
강남보다 더 요지라지. 하하

뒤를 보면 호텔
앞을 보면 둥글둥글
양파 양파 양파지붕들

이 강만 건너면?
그 유명한 붉은 광장! 오예!



헐레벌떡 강을 건너왔는데
그런데 무엇이냐.

우리가 보려는 러시아의
최고 그 유명한 성당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현수막 가리개로 꽉 막혀 있고
경비가 엄하게 지키고 있다.


헉! 모야? 왜?

놀라서 그 앞에 바글바글한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단다.

곧 열 것이며
자기들도 기다리는
중이란다. 에공



괜히 헐레벌떡 뛰어 왔나?
느리다고 타박하며 다그친
서방님께 살짝 미안. 하하

그러나 길게 줄 서 있는
깔깔 푸하하하 그저 즐거운
많은 학생들. 단체 여행인가?

아무튼 저렇게 줄이 긴데
서두르길 잘 했지! 암!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양파 모양의 지붕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있는
러시아의 상징.  

테트리스 시작할 때
나오는 건물.

'성 바실리 대성당'




모스크바 대공 이반4세
계속 깔짝거리던 카잔 칸국을
거대한 인력으로 쳐 들어가
아예 정복해버린다.

모스크바 동쪽으로
한참 가야 있는 카잔 칸국을
정복함으로써 러시아는

국경선을 저 멀리
시베리아까지 확장시킨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이반4세가 건축하여 봉헌한
러시아 정교회 성당이다.

러시아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독특하게 혼합되어 있다.



"기술자 좀 보내주시겠어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이 성당을 보고 너무 감탄하여

영국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싶다며
이반4세에게 부탁한다.

"흥! 뭬라. 그럴 순 없지!"

자신의 청혼을 거부한
엘리자베스 1세를 무척 싫어한
이반4세는 속으로 이를 간다.

행여나 기술자가 자기 몰래
영국에 이런 성당을 지어줄까
걱정한 이반4세는 아예
그 장인의 눈을 뽑아버린다.

다시는 이런 아름다운 성당을
절대 짓지 못하도록.


헉.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그러나 어디까지나 루머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프라하의 시계탑처럼
너무 멋진 것에는 그런 전설이
의례 따라다니나 보다.




집도 없고
옷도 안 걸치고
신발도 안 신고
맨발로 돌아다니던

평생을 가난하게 산
바보 성자 바실리



성직자는 아니었지만
예지능력이 있어

모스크바가 크게  손실된
1547년의 대화재를 예언한다.

1588년 성인이 되고
유해가 이 곳으로 옮겨지며

이 성당은
'해자의 성모제 성당'
이라는 처음 이름 대신

'성 바실리 성당' 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



1555년에 시작해
1561년에 지어졌다니


지금으로부터
거의 오백년 전에 이런
아름다운 건축을... 와우~


난 이런 유럽의 건축물을 볼 때마다

그 때 우리나라는 어땠을까가

항상 궁금하다. 찾아보니


지금의 도산서원이 된

도산서당이 최초로 지어진 해가

바로 1561년이란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요런 건물을 지을 때 러시아에서는

요로코롬 화려한 양파모양 건물을

지었구나아아. ㅎㅎ


이어폰을 통해 나오는 

해설이 영어이다보니까 


완전 몰입하여
집중해 들어야만 하는데


이런 집중의 순간은
참 매력적이다.



좁은 계단을 뱅글뱅글 돌아
이층으로 올라 가려니

앗, 은은히 들려오는
너무도 아름다운 노래 소리.

모지?

                                                                

아 뭘까?

이 소리는?


직접 부르는 소리 같아.

빨리 가까이 가보잣.

후다다다다닥

잽싸게 올라간다. 


                                                                                                                                                                                                                             
헉!  정말 사람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있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광객 만큼이나

끊임없이 불려지는
노래들. 와우

저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저렇게 고운 목소리로
저렇게 절묘한 화음으로~

사람들은 동영상을 찍고
사진을 찍고 앞으로 뒤로
또는 아주 조용히

그들의 노래를 감상하며
좋아 어쩔 줄 모른다.




그런데 아~
들으면 들을 수록

찌리릿
딱 맞쳐지는 그
완벽한 화음의 순간.
아흥 너무 좋다.

시간 없다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 듣고 듣고 또 듣는다.
하하 그야말로 멍~



이 성당의 종루는
16세기에 건촉된 것 중
지금까지 작동되면서
남아있는 유일한 것이다.


종루?

鐘 쇠북 종
漏 샐 루

'때를 알리는 종과 누수기
또는 그런 설비가 있는 궁궐 안.'


기적적으로 보존되어
여전히 16세기의 음을 내고 있다.




성당 안에서 내다보는
붉은 광장 모습.

아, 우리가 러시아에!
호홋. 가슴이 쿵쿵쾅쾅


영화에서나 보던
이 멋진 곳을
덤으로 보다니. 와

어차피 집에 가는
비행기 값도 싸지고

모스크바 들르길
참 잘했어용.




1812년 프랑스 군대는
모스크바를 떠나며
이 성당을 폭파하려 한다

1920년 신생 소비에트 정부는
도시 한복판의 숭배시설이 거슬려
이 성당을 철거하려 한다.



그렇게 많은 위기를
넘기며 아슬아슬 살아남은

 '성 바실리 대성당'




1923년 역사건축박물관이
이 곳에 문을 열고

1929년 국립역사박물관
분원이 된다.

1990년 성당 예배가 재개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



성 바실리 대성당은
천상의 예루살렘,

즉 벽이 보석으로
장식된 하늘의 왕국을
상징한다는 설도 있다.




호홋 그러나 안돼 안돼
서둘러야 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직 23시간뿐.

여기서만 시간을
다 보낼 수는 없다.

이야기는 뒤로하고
나가잣.



촉촉한 거리

비가 와서가 아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다가 날이 포근해

더이상 안 오니 그대로
녹아서 길이 촉촉해진 것이다.  
그리고 알맞게 차가운 날씨.




아, 바로바로 그 유명한
Eternal Flame!
꺼지지 않는 영원한 불꽃!


무명 전사의 묘
모스크바를 지키다
희생된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1967년에 만들어져
절대 꺼지지 않는 성화가
언제나 활활 타고 있다.



'그대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대의 위업은 영생 불멸하리'


무명 전사의 묘
돌판에 새겨진 문구



꺼지지 않는 불 옆에
꼿꼿이 서 있는 위병.

가까이 찍고 싶지만
감히 코앞에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한다. 에공.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멀리서 살짝!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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