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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미 김장

by 꽃뜰

아 힘들다. 너무 힘들다.

그런데 남편이


커피 타임~


하면서 맛있게 커피를 타주어

무조건 노트북을 켰다.


잠깐 쉬는 시간에

오늘치를 완성해야 하니까.


아직 할 일이 태산같이

남아있어 나에게 사실은

노트북 앞에서 얼쩡거릴 시간이

전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을 하느냐.

쎄미 김장이다.


오늘 모처럼 S네 부부와 함께

밭에 갔다.


잘 익은 대봉을 함께

수확하고


나머지 풀들을

특히 도깨비풀들을

그 넓은 밭에서

몽땅 제거하기로 했다.


난 S 남편이 좋아하는

막걸리랑 떡이랑 사과랑

키위랑 커피를 준비했고


S는 우리 남편이 좋아하는

김밥이랑 컵라면을 가져왔다.


한참 일하다 언제나

땡볕을 피해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우린 새참을 먹었었는데


이번엔 밭 한가운데

햇볕 따스한 곳을 골라

궁둥이 의자에 앉은 채

우리의 간식을 먹었다.


잘 익은 대봉을 수확하고

배추와 무와 쪽파와

부추와 대파도 가져왔다.


그래서 우린 세미 김장을

하기로 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엄마가

부추랑 쪽파를 다듬어주셨고


남편이 배추 속에 넣을 무채랑

깍두기 담글 깍둑썰기를 해주었다.


난 배추를 절였고

썰어놓은 깍두기도 절였고


지금은 커피타임~


잠깐의 휴식으로

그 모든 것들이 잘 절여지기를

기다리는 중이기도 하다.


이미 밤이 늦어

꽤 늦게야 끝나겠지만


엄마가 도와주셔서

여차하면 밤을 꼴딱 새우던 우리도

12시 이전엔 끝날 것 같다.


아이고 힘들다.

그러나 이제는 김치를 버무리러

나가야 한다. 휘리릭. 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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