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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01. 2019

전깃줄에 몰려드는 순간에는 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1963년 영화 새 The Birds 를 정말 숨죽이며 부들부들 떨면서 보았던 기억이다. 너무 새들의 모습이 끔찍해서. 갑자기 인간을 마구 공격하던 시커먼 새들의 그 영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젊고 아름다운 여성 멜라니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만난 변호사 브레너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를 만나러 그의 고향집으로 가다 갑자기 갈매기에 의해 이마에 상처를 입는다. 그녀가 도착한 이후로 마을에서는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새떼들이 일제히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고, 새들의 공격을 피해 집에 갇혀있던 멜라니와 브레너의 가족들도 결국 탈출한다.



그런데 꼭 그 영화와 같은 장면을  내가 직접 겪었으니 아...  난 정말 깜짝 놀랐다. 도로의 전깃줄에 끝도 없이 달려 드는새카만 새들 까마귀. 땅거미가 밀려 올 즈음 전깃줄로 착착 내려 앉는 어마어마한 새들. 가느다란 전깃줄이 오동통통 울퉁불퉁 쫘악 새들로 가득 차는 장면이라니.




후두둑 많은 시커먼 새들이 우리 차 바로 앞에서 무리지어 날아간다. 악, 섬뜩하여 차 문이 어디 열리진 않았을까 오달달달 떨며 창문닫기를 몇번이고 꾹꾹 누른다.  확인 또 확인. 잘 닫혀있나? 에고 무서워라. 히치콕의 영화에서처럼 그냥 막 우리를 공격할 것만 같기도 하다.



어떻게 저렇게 줄지어 쫘악 가지런히 앉을까. 전깃줄은 저 무게를 과연 감당해낼까? 가느다란 전깃줄이 올록볼록 오동통통 두껍게 변하는 순간이다. 가득 찬 시커먼 새들로.



새들은 끝도 없이 계속 날아든다. 영화 속 새들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새들이 저리도 질서정연하게 전깃줄에 차곡차곡 내려앉는지 무서우면서도 힐끔힐끔 그 광경을 보자니 정말 신기하다. 그래도 좀 무시무시한 건 사실이다.  


영화 속 새들과 다를 바가 없다.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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