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조니
우리 집 반려견 조니가 오래도록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녀석이 다섯 살 무렵부터 해마다 병원에 데리고 가 건강검진을 받게 했다.
그 병원은 처음엔 버스 한 대 크기의 작은 곳이었지만,
점점 커져 새 건물로 옮기고 동물의료보험까지 생겼다.
보험료는 1년에 15만 원,
수술 시 30%, 일반 진료 시 50%를 할인해 준다는
조건이었다.
그 혜택이 마음에 들어 가입했고,
그 뒤로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든든해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조니는 자주 앞발을 귀에 넣고 긁기 시작했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귀를 털고,
긁은 앞발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때로는 그 발톱을 어금니로 꼭꼭 깨물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염증이 깊어질까 봐 자주 야단을 쳤다.
며칠 동안 그렇게 긁다 보면 귀 안쪽 피부가 건조해지고,
우둘두둘한 피부로 변했다.
때로는 붓고 진물이 나기도 했다.
자신도 아픈지 ‘깽!’ 소리를 내며 놀라곤 했다.
병원에서는 주사를 맞고 약을 발랐지만,
조니의 목 뒤는 점점 단단하게 굳어갔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잘못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그 시절엔 사람용 안약을 희석해 귀에 넣었고,
사람이 먹는 항생제를 조니의 체중에 맞게 나누어 먹였다.
수의사도 있었고 병원도 있었지만,
정작 동물 전용 약은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사람은 아프면 약으로 고통을 줄일 수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동물은 아파도 온전히 그 고통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게 늘 안쓰러웠다.
한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는 없었다.
수의사는 사람의 귀처럼 바람이 잘 통하도록
양쪽 귀를 째는 수술을 권했다.
처음 들어보는 수술이었다.
위험하지는 않을까 두려웠지만,
결국 수술을 선택했다.
수술 전날 새벽,
아무것도 모른 채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조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품에 안고 소리 없이 울었다.
마취 중에 세상을 떠나는 반려견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겁이 났다.
병원에 호흡 마취 장비가 없는 것도 불안했다.
이렇게 무서울 바엔 수술을 취소하면 될 것을,
그때 나는 지나치게 소심해서 그런 말을 못 했다.
수술 당일 아침.
조니를 병원에 맡기고 출근해야 했다.
마음이 무겁고 착잡했다.
나 없이 혼자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했다.
리드 끈을 매 주니 녀석은 무척 좋아했다.
밖에 나간다는 생각에 꼬리를 흔들었다.
현관으로 나서는데, 평소처럼 따라오지 않았다.
내 옷차림을 보고 ‘이번엔 함께 나가지 않는구나’ 알아차린 듯,
거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그저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이리 와, 나갈 거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온 조니.
그렇게 녀석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은 잘 끝났고, 며칠 입원해야 했다.
며칠 뒤 면회 갔을 때, 조니는 마침 아침을 먹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사료를 먹다 말고
꼬리를 정신없이 흔들며 달려왔다.
그 반가움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로비 소파에 앉아 잠시 안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조니는 귀를 털려다 말았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그저 평소처럼 행동하는 게 짠했다.
수의사는 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이틀 더 입원하자고 했다.
수술비는 보험 덕분에 일부 감면되었고,
한 달 넘게 이어진 치료로 약을 많이 먹이는
게 걱정이 되었다.
며칠전 오래전 일기를 다시 보기 전까지
나는 그 수술을 ‘없는 수술을 임의로 한 건 아닐까’
의심하며 살았다.
조니의 귀 아래를 만질 때마다
말랑말랑한 피부 속의 빈 공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잘랐더라면 위험했을까?’
그 생각에 죄책감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검색해 보니,
그 수술은 외이염 재발을 막기 위한
‘수직외이도 절제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수의사에 대한 불신이 사라졌고,
귀를 볼 때마다 느꼈던 죄책감도 비로소 가라앉았다.
그래도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마 나는 여전히 같은 두려움과 불신,
그리고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그 감정들이 조니와 함께한 시간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셀프 미용을 해주던 어느 날의 기억이 난다.
귀와 옆이마 사이의 말랑한 피부에 듬성듬성
난 털을 가위로 조심스럽게 잘라내던 순간들.
털을 깎고 나면 핑크빛 피부에 묽은 먹물이
스쳐 지나간 흔적처럼 보였다.
이제 녀석은 머나먼 강아지별로 떠났지만,
내 기억을 저장한 서랍장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그날의 수술, 그날의 두려움,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
모두가 우리가 함께 만든 하나의 추억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