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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바 May 08. 2024

달달한 연애부터 첫 키스까지

우리들의 연애소설

우리 연애 시작해요


"까아~ 둘이 손 잡았대요~"


다합 게스트하우스에는 우리의 연애 소식을 알려주는 은서(가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사, 마스터, 여행자들 할 것 없이 진심으로 우리를 축하해 주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짝사랑을 끝내고 이제 마음껏 사랑을 할 수 있다.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모두 고마워. 다들 도와준 덕분이야"


연애의 시작은 아침 공기부터 달랐다. 그와 손을 잡고 스쿠버다이빙 센터로 향했다. 눈부신 햇살은 우리를 비추는 조명처럼 느껴졌다.


"오빠, 내 남자친구가 돼줘서 고마워"

"내가 고맙지. 네가 먼저 고백을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내 마음을 몰랐을 테니까"


우리는 평소처럼 다이빙 장비를 준비하고 같이 다이빙을 했다. 그가 나를 처음 가르칠 때처럼, 다른 교육생들을 이끌고 리드하는 모습은 그날따라 더 멋있었다. 매일 다녔던 바닷속 길도 유난히 더 예뻤다. 물고기도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와 주고받는 수신호는 사랑의 수신호처럼 느껴졌다.


나는 모든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바닷속도 유난히 빛났다.

손길이 따뜻한 남자


내 손에는 작은 상처가 자주 생겼다. 다이빙이 끝나고 출수할 때였다. 조류가 센 날 산호에 부딪히면서 손목에 무언가 쏘였다. 매일 바닷속에 들어가서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다이빙을 할 때는 교육생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구급약을 가지고 다녔다.


"상처가 낫지를 않네~ 기다려봐. 대일밴드로 붙여줄게"

"나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는 후시딘을 꺼냈다. 손길이 따뜻했다. 또다시 다이빙을 시작했다. 바닷속에서 대일밴드가 떨어지려고 하는 찰나, 한 손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내 손목을 꽉 잡았다. 그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차가운 바닷속에 떨어트릴 수 없었다.


이집트 다합에는 고양이가 많았다. 우리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까지도 닮았다. 라이트하우스 레스토랑에 앉아 있으면 고양이는 어김없이 먹을 것을 달라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귀여워서 쓰다듬어 주다가 가끔 날카로운 고양이의 발톱에 상처가 날 때가 있었다.


"조심해야지~ 아프겠다"

"응~ 조심할게~"


매일 그의 온기를 느꼈다. 대일밴드 사용하는 횟수가 늘어난 만큼 우리의 사랑도 깊어졌다.


아기 고양이도 그의 따뜻한 손길을 좋아해.

우리는 뭐에 홀린 것처럼


다이빙이 끝나면 가끔 우리는 아지트로 갔다.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먹고 맥주도 마셨다. 그곳은 라이트하우스 앞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잡고 앞바다로 향했다.


발목 정도의 깊이. 내가 먼저 그가 있는 방향으로 장난을 쳤다.


"앗! 뭐야~ 옷이 젖었잖아~"

"이히히~ 그럼 오빠도 나한테 똑같이 하면 되지?"


그와 물장구를 쳤다. 그러다가 서로 몸을 부딪히며 물에 안 빠지기 위해서 힘을 주었다. 그때 그가 매고 있던 가방 끈이 끊어지고 내가 신고 있던 쪼리가 끊어졌다. 서로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웃었다.


"웃기다~ 우리 갑자기 왜 이렇게 진지했던 거야?"

"그니까~ 네가 생각보다 힘이 센데?"

"내 등치를 봐~ 힘으로는 빠지지 않을걸?"


우리는 뭐에 홀린 것처럼 매 순간 사랑했다.

사랑과 맞바꾼 우리의 가방과 신발.

출처: 픽사베이


내 남자를 기쁘게 하고 싶어


그를 짝사랑했을 때는 가슴이 떨려서 제대로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매일 가까이 얼굴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그 흔한 선크림 하나가 없었다.


"오빠는 왜 선크림을 안 발라?"

"자주 물에 들어가니까 귀찮기도 하고 발라야 한다는 걸 깜박하게 되네"


마침 그와 다이빙 스케줄이 다른 날이었다. 라이트하우스 어느 한 상점. 니베아 선크림으로 골랐다. 그가 선물해 준 동전지갑을 꺼내서 선크림을 구매했다. 동전지갑 볼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튀르키예에서 샀던 엽서를 다시 꺼냈다. 그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펜을 잡고 마음을 써내려 갔다.


TO. 내 남자에게

짜잔! 선크림이 필요한 것 같아서 준비했어.
귀찮아도 다이빙 끝날 때마다 꼭 발라야 해.

요즘 오빠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
나에게는 오빠가 가장 멋진 강사라는 거 잊지 마.

이렇게 사는 거, 생각했던 것보다 행복한 거 같아.
다 오빠 덕분이야. 우리 예쁜 사랑 오래오래 하자♡

FROM. 영원한 첫 학생


탁자 위에 가지런히 선크림과 함께 엽서를 두었다. 그날도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갔다. 그는 방에 있는 선물을 발견했다. 나는 그의 뒤에서 미소를 지었다. 


"어? 이게 뭐야"

"그러게~ 뭐가 있네?"

"오? 편지도 있네?"

"뭐라고 쓰여있을까나~"


그는 천천히 내 글을 읽어 나갔다.


"선크림 고마워~ 매일 잘 바르고 다닐게"


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연인이라는 것에 실감이 났다.

피부는 소중하니까 내가 챙길게.

출처: 픽사베이


우리가 처음 함께한 거리


그날도 아지트에서 피자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오빠는 한국에서 살았을 때 취미가 뭐였어?"

"한강에서 자전거 타거나 달리기를 자주 했어"

"오~ 나도 활동적인 거 좋아해서 가끔 마라톤 대회도 나갔었어"

"아 진짜? 나도 마라톤 대화 나간 적 있었는데~"

"우리 잘 맞는다~ 나는 5km 뛰었었어. 오빠는?"

"멋지네~ 나는 하프 마라톤으로 뛰었지"

"오~ 남자친구랑 같이 달리기 해보는 게 내 로망이었어"

"그럼, 우리 내일 같이 새벽에 일어나서 뛰어 볼래?"

"근데 오빠는 다이빙 교육도 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응. 네가 말하니까 오랜만에 뛰어 보고 싶어 진다"


다음 날 새벽. 우리는 운동화를 꺼내서 신발 끈을 단단히 묶었다. 뛰기 전에 스트레칭도 했다.


"준비 됐지?"

"응! 오빠!"


지금까지 인생을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다합에서 사는 순간부터 바뀌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바다가 보이고, 일출이 보이고,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그가 보였다. 내 가슴은 뛰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 함께한 거리, 왕복 5km.

이제는 그가 나를 바라보게 된 순간.

출처: 픽사베이


사랑을 볶는 중입니다


우리는 저녁마다 같이 요리를 했다. 나는 쌀을 씻고 안치면 그는 내 옆에서 야채를 썰었다. 야채 써는 양이 많을 때는 같이 썰었다.


"오빠! 오늘은 내가 계란말이 도전해 볼게!"

"그래! 한 번 해봐!~ 어려우면 내가 도와줄게"


"앗! 이게 아닌가? 오빠 계란 모양이 이상해~"

"여기서 불조절을 잘해줘야 해~ 자~ 봐봐~"

"오! 말린다~ 말린다~ 방금 정말 멋있었어"


"오빠! 우리 같이 요리하니까 꼭 신혼부부 같다~ 그렇지?"

"응! 매일 나 혼자 하다가 너랑 같이 하니까 좋긴 좋네~"


서툴지만 그의 옆에서 미역국, 호박전, 계란말이, 미소 된장찌개, 간단한 요리를 하나씩 배워 나갔다. 그와 함께라서 요리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매일 야채를 볶을 때마다 우리의 사랑을 볶는 것 같았다.

무엇을 하든 내 남자와 함께라면 좋아.

출처: 픽사베이


우리는 마음이 통했다


우리는 맥주 한 캔씩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밤바다를 보며 그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오빠! 나 이번에 튀르키예, 이집트 여행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어"

"무슨 사실을 알았는데?"

"나는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해외에서 사는 게 더 잘 맞는 것 같아"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음... 처음에는 동행자를 구해서 잘 몰랐다가... 혼자서 숙박도, 식당도, 투어도, 모든 것을 결정할 때 뿌듯함을 느꼈어.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알고 있는 단어로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했어. 필요할 때는 번역기로 현지인들과 소통하기도 했어. 영어를 꼭 화려하게 하지 않아도 그 나라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구나를 깨달았지. 그러다가 그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구나를 알게 되었어. 한국은 아무래도 보이는 것에 더 집중하며 살잖아... 나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살았던 것 같아. 더 깊게 생각을 해보니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 그곳이 이집트 다합인 거고. 바다도, 다이빙도, 오빠도, 이 무더운 여름 날도 다 좋아"


"네가 한 말,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나도 해외는 이집트가 처음이거든. 카이로에서 셰어하우스로 살 때 잠깐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물론 케바케지만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한국 사람보다 마음이 여유롭더라. 그걸 보고 나도 깨달았지. 월래는 이집트에 6개월만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일단 더 살아보자고 결정했지. 나도 그곳이 이집트 다합인 거고. 그러다가 다이빙 강사가 되어있고 어느새 네가 내 여자친구가 되어있네. 한국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요즘은 이게 행복이지 싶다"


"우와! 우리는 해외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같은 거네?"

"음...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고개를 돌려서 그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마음이 통했다. 서로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순간 나는 그를, 그는 나를, 안았다.

그의 품이 따뜻했던 순간.

출처: 픽사베이


다합은 사랑하기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블루홀에서 다이빙을 끝내고 작은 트럭 뒤에 공기통을 실었다. 그날은 교육생들이 많았다. 트럭 두 대로 나누어서 탔다. 차 안에는 자리가 없었다. 그와 단 둘이 트럭 뒤에 올라탔다. 공기통을 의자 삼아 앉았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차가 많이 흔들리네~ 내 손 꽉 잡아~"

"응! 오빠 있잖아. 나 이제 더는 생각 안 할래~"


그가 뒤집어쓰고 있는 수건 사이로 들어갔다.


"나... 오빠를 많이 사랑하는 거 같아~"

"나도... 너를 많이 사랑하고 있어~"


우리를 비추는 햇빛을 수건으로 가리고 내 입술과 그의 입술이 맞닿았다. 트럭 바퀴에서 날리는 흙먼지도, 옆에 들리는 바닷소리도, 공기통끼리 부딪히는 소리도, 움직이는 구름까지도, 모든 것이 다 멈춘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다합 일상에서 사랑만 했을 뿐인데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이집트 다합은 무대 같은 곳이었다. 어디에 있든 영화 같은 장면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트럭 뒤에서 첫 키스를 하고 매일 불 같은 사랑을 했다.

사랑이 불타오르네

출처: 픽사베이


이집트 다합은 사랑이 싹트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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