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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바 May 13. 2024

매일 특별한 일상이 되는 순간들

다이빙 커플이 노는 법

두 달의 시간


이집트 다합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다이빙 센터에서 다이빙 슈트를 입는 것도, 다이빙 장비 체결과 해체를 하는 것도, 꽤 능숙해졌다.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녀도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다. 나 혼자 준 강사를 짝사랑해서 그는 내 남자친구가 되었다. 나도 다이빙 강사를 하고 싶어서 한국행을 취소하고 다이브 마스터 과정을 아주 천천히 진행했다. 그와 함께 카이로를 다녀오고 나서 다시 바다에 집중했다. 다이빙 장비 없이 바다에서 맨 몸으로 수영하는 것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물에 빠진 트라우마 때문일까. 발이 닿지 않는 깊이는 쉽게 몸을 던지지 못했다.  


두려웠지만 조금씩 연습하며 지냈다.

미치도록 수영이 하고 싶었다.

숨길 수 없는 사랑놀이


다합에는 다이빙 교육생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만큼 그가 쉬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 날에는 라이트하우스 앞바다가 우리의 놀이터였다. 각자 다이빙 장비를 매고 서로의 버디가 되어서 단 둘이 바다에 입수를 했다. 그와 바닷속에서 손잡고 해마도 보고, 흰동가리(니모)도 보고, 꺼끌복(복어)도 보고, 푸른 점박이 가오리도 보았다. 또한 가끔씩 서로의 공기통 위에 올라타서 말타기 놀이도 했다.


그와 가끔 눈이 마주치면 사랑의 수신호를 보냈다.


'오빠 사랑해(손 하트♡)'

'나도 사랑해(손 하트♥)'


바닷길도 익숙해졌다. 해양 생물은 봐도 봐도 지겹지 않았다.


"오빠랑 매일 다이빙하니까 일상이 특별한 것 같아"

"나도 그래~ 너랑 다이빙 같이 하면 엄청 즐겁고 재밌어"


꽁냥꽁냥, 사랑놀이는 바닷속에도 숨길 수 없었다.

흰동가리(니모)
꺼끌복(복어)
푸른 점박이 가오리
그가 내 공기통 위에 올라탔다.
바닷속에서 손잡고 다녔다.

그래도 지는 건 싫어


어느 날은 그와 내기를 했다. 나는 웨이트 벨트 4kg를, 그는 2kg를 차고 누가 공기를 덜 쓰는가를 대결했다. 우리는 평소보다 2kg씩 줄였다. 지는 사람은 주스를 사기로 했다. 입수 초반에 내 몸이 수면 위로 뜨려고 했다. 겨우 호흡으로 몸을 가라앉히고 그와 50분 동안 다이빙을 즐겼다. 출수하기 전에 수심 5m에서 안전정지 3분을 했다.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수면 위로 몸이 뜨지 않게 하려다가 호흡 조절을 실패했다. 그에 비해 그는 평온해 보였다. 재빨리 그의 공기량을 확인했다.    


'아, 다이빙 강사지!'


그가 강사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아... 잠시 오빠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어"

"뭐, 그래도 평소보다 공기를 덜 쓰긴 했네~ 그래도 내기는 내기니까, 음료수 쏘세요~"

"치~ 알았다고요~"  


그날 나는 망고주스를, 그는 피치주스를 마셨다.


우리는 승부욕이 있는 것까지도 닮았다.

그러나 나는 졌다.

밤이라서 더 로맨틱했다


다합에 처음 왔을 때 라이트하우스 밤바다 안에서 보이는 불빛이 궁금했었다. 나이트 다이빙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손전등의 빛을 의지하며 숨어 있는 해양 생물을 찾아다니는 것이 매력적이다. 펀 다이빙 가이딩을 하는 그를 따라서 암흑 같은 바닷속을 같이 다녔다. 밤에만 볼 수 있는 갑각류를 보았다. 그는 갑각류를 발견하면 쇠 막대기로 공기통을 치거나 손전등을 돌려서 빛으로 해양 생물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게, 새우, 문어, 갑오징어를 보았다.


나이트 다이빙의 꽃, 해양 플랑크톤을 볼 차례다.


그는 사람들에게 바닥에 무릎을 꿇으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모두 손전등을 끄고 손을 마구 흔들어서 물결을 만들었다. 물에 떠서 사는 생물인 플랑크톤을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날도 안전하게 다이빙을 마쳤다.


"우리 바다에 누워서 다이브 센터까지 갈까?"

"응! 오빠! 저 별 좀 봐! 진짜 예쁘다"

"그러게~ 나는 너랑 이렇게 같이 있을 때가 좋아"


출수 지점은 다이빙 센터와 거리가 조금 멀었다. 무거운 장비를 매고 라이트하우스 거리를 걷지 않았다. 그와 함께 허리 깊이에서 뒤로 누웠다. 핀은 벗지 않고 힘차게 발길질을 하며 별을 구경했다. 이 시간만큼은 우리 둘 만의 시간이었다. 손 끝에서 그의 사랑이 느껴졌다.

 

"오빠!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밤바다 사랑이 더 깊어졌다.

출처: 픽사베이


뜨거운 여름이 좋아


우리는 라이트하우스 레스토랑에서 같이 점심도 먹고 스노클링도 했다.


"매일 다이빙만 하다가, 오빠랑 처음으로 스노클링 하니까 재밌었어"

"나도 재밌었어. 오랜만에 무거운 장비를 매지 않아도 되니까 좋더라"

"맞아! 마스크랑 핀만 있으면 되니까 엄청 편했어"


"오빠! 지금까지 나는 봄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닌 거 같아"

"그럼, 무슨 계절이 좋은데?"  

"다이빙이랑 스노클링을 할 줄 알게 되니까 여름이 가장 좋은 거 같아"

"음, 나도 봄이 좋았는데 지금은 여름 바다가 더 좋아졌어"

"내 인생에서 바다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아. 오빠를 만나서 바뀐 게 아닐까?"

"그러게~ 우리는 바다에서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


우리는 무더운 여름날, 사랑도 뜨겁게 했다.

우리는 바다가 전부였다.

출처: 픽사베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다


오전에 한 번의 다이빙이 끝나고 휴식 중이었다.


"오빠! 나 엄청 추웠어. 몸도 으슬으슬하고 머리도 좀 아픈 거 같아"

"아이고... 많이 아파? 갑자기 몸살인가?"

"그런가? 오한도 있는 것 같고 나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응. 일단 쉬고 있어. 다이빙 끝나고 숙소에서 약 챙겨줄게"

"응. 오빠 고마워!"


처음이었다. 춥고, 어지럽고, 머리가 아팠다. 그는 나를 위해 요리도 해주고 약도 챙겨 주었다. 저녁에는 그의 팔을 베개를 삼아 일찍 잠들기도 했다. 쉬면서 약을 먹어도 며칠 동안 내 몸 상태는 똑같았다.


"오빠! 나 감기몸살도 아닌 것 같은데 왜 낫지를 않을까?"

"걱정되네~ 일단 밥도 잘 챙겨 먹고 약도 잘 챙겨 먹어. 몸 괜찮아질 때까지 푹 쉬어"

"응. 푹 쉬면 괜찮아지겠지~ 오늘도 안전하게 다이빙, 잘하고 와~"


그와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었다. 나는 좋아하는 다이빙을 멈추고 숙소에서 계속 쉬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평소에 느끼던 몸살기운 하고는 조금 달랐다.

나는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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