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바 Mar 26. 2024

엄마, 나 호주로 갈 거야!

사실은 말이야

퇴사 후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고 싶었다. 나는 스무 살부터 스물여덟까지 돈 관리를 해 본 적이 없다. 대학생 때 벌었던 아르바이트비부터 직장 다닐 때 벌었던 월급까지 전부 엄마가 관리했다. 이제는 나도 성인이니까 내가 직접 관리하고 싶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엄마의 반응은 내 말은 듣지 않았다. 내가 버는 돈이지만 내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매 달 용돈을 받았다. 용돈의 기준 또한 엄마 마음대로 결정했다. 스물여덟 나이에 용돈을 더 올려달라고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야 했다. 억울했지만 그땐 그게 당연했다. 내 마음대로 하면 맞을까 봐 무서웠다. 엄마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게 일상이었다.


나에게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일은 1편 프롤로그 참고)

https://brunch.co.kr/@hebaya/8


“엄마! 나 호주로 워킹홀리데이 갈 거야!”


사실은 거짓말이다. 솔직하게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내 말은 듣지 않을 게 뻔하다. 영어를 배울 목적으로 말하면 어쩌면 허락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공부라는 말은 유일하게 내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열림 버튼’ 같은 존재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또 집에서 도망갈까 봐, 이번만큼은 내 말에 귀 기울였을지도 모른다.


나: 그래서 호주 갈 돈이 필요해. 엄마가 내 돈 관리한 거, 지금 다 돌려줘!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나중에 시집갈 돈은 있어야지! 엄마는 돈이 없어서 결혼 비용 보태줄 수 없어. 그니까 다는 못주고 600만 원만 줄게!

나: 엄마! 한 번쯤은 내 말 좀 들어주면 안 돼?


또다시 내 말은 듣지 않는 엄마. 이번에도 엄마 마음대로 결정했다. 그렇게 정해진 세계여행 비용은 600만 원. 일단 받고 어디든 가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부모님 집에서 벗어나려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그게 나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고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이었다. 


1년 동안 600만 원으로 세계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이전 01화 28살에 퇴사했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