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미움받을 용기
히키코모리에게는 '바깥에 나갈 수 없다'라는 목적이 먼저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불안과 공포 같은 감정을 지어내는 거지. - 미움받을 용기
10년 전쯤, 나는 심리학 석사준비하는 분의 논문 대상자가 된 적이 있다. 10개월 정도 격주로 만나 상담을 했다. 그분은 여러 툴을 통해 나를 분석했고, 아주 사소한 것까지 의미를 부여하며 나아갔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나에게 썩 긍정적이지 않았다. 내 말을 들어주고 분석해 주는 것은 좋았지만, 그분은 거의 모든 것을 프로이트 '원인론'으로 해석했다. 심지어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들을 '트라우마'로 정의하며 상담을 끌어갔다. 그래서 가족과 사소한 말싸움이 있었을 때, 상담이야기를 꺼내며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소리친 적이 기억난다.
그 후, 우연히 '미움받을 용기'란 책을 통해 아들러의 목적론을 알게 됐고 아들러 심리학 관련 책들을 찾아 읽었다. 트라우마는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수단으로써 그 불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가령 홍조증 걸린 아이가 고백을 못하는 경우, 홍조증이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홍조증이라는 안전장치를 걸어두고 변명의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고 해석한다. 나에게는 이런 목적론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더 맞았다. 어떤 문제를 앞두고 스스로 변명의 여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나아가려 했다. 나는 홍조증, 여드름, 탈모 등 다양한 이슈가 있어서 그로 인해 갇혀있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목적론을 이해하면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었다.
아내는 프로이트를 좋아한다. 나는 아들러를 좋아한다. '서사'에 집중하여 상처를 위로해 주려는 아내와, '방어논리'에 집중하여 개선방법을 찾아주려는 나는, 종종 아들이 겪을 상황을 두고 어떻게 조언할지 장난스럽게 의견을 나누곤 한다. 예를 들어, '아들이 나처럼 20살부터 시작된 여드름으로 고생하여 한동안 방에만 있을 때, 어떻게 말해줄 것인가'등이다. 방식이 다르다 보니, 오히려 더 장점이 많다. 그때그때 아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상담을 해주면 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렇게 생각의 차이를 많이 대화할수록, 우리 부부가 갖는 대화의 힘이 더 강해진다 생각한다.
Action
1. 과거 학창 시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과거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어떻게 조언해 줄 것인가.
2. 과거 학창 시절 이슈에 대해, 아내는 어떻게 조언할지 들어보자. 나의 조언과 어떻게 다른가.
나중에 자녀들이 커갈 때, 수많은 상황에서 조언을 해줘야 할 때가 있을 텐데, 어떻게 조언해 줄지에 대해 노력이 필요합니다. 프로이트파 아내는 마음을 살피고, 아들러파인 저는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로 자연스럽게 될 것 같은데요.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지금부터 종종 연습을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HR/조직문화를 담당하면서 리더십이란 역량은 아주 오랜 기간 천천히 스며들어야 진짜 필요한 순간에 발휘됨을 자주 봅니다. 부모로서의 역량도 하루아침에 늘어나는 것이 아닐 테니, 꾸준히 연습이 필요한 영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