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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Nov 23. 2020

생과 사의 갈림길 위에 놓인 공간

중환자실

“과장님, 환자 39도까지 열이 나고 혈압이 80까지 떨어져요. 배도 많이 아파하고요. 와서 봐주셔야 할거 같아요.”

“네, 곧 갈게요. 일단 수액 500만 로딩해주세요.”

환자를 검진한다. 이전 수술한 이후로 별 문제가 없으시다 복통으로 내원했던 분이다.

단순 장 마비로 금식하면서 입원 치료 중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발열과 복통이 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대략적인 진단이 나온다.

‘아~~~ 장에 문제가 생겼구나.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도...’

환자 검진을 하고 나의 진단이 맞았음을 확인한다.

복막염 증상이고 이럴 경우 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급격하게 패혈증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술이 필요하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한다.

“지금 수술 후 장 유착이 생겼는데 장이 붙은 부분이 문제가 생겨서 급히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입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술 후 회복이 잘 되시면 금방 다시 병동으로 오실 테지만 상태에 따라서는 중환자실에 좀 오래 계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외과의사로 중환자실은 내 환자들은 가급적 가지 않았으면 하는 공간이다.

중환자실은 환자의 회복을 위해 집중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배정되어 있는 의료 인력과 기구가 당연히 병동보다 많다.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응급 수술을 시행했다던지, 심장이나 폐가 좋지 않은 지병을 가지고 있어 수술 후 회복까지 집중적인 감시와 치료가 필요한 경우 중환자실에 입실을 하게 된다.

환자 생체징후 감시를 위한 여러 가지 장비가 환자 몸에 붙어 있고 수액 주입을 위한 여러 관들이 환자 몸에 들어 가있으며 환자 주변에는 각자의 의미를 가진 숫자를 나열하는 수많은 기계가 놓여있다.

그리고 환자의 생명 유지에 가장 필수적인 심폐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약물 및 인공호흡기도 준비되어 있다.

그런 감시를 잘하고 있다고 알리는 듯 여러 가지 알람 소리가 울린다.

혈압이 수시로 측정되고 있고 신장 기능이 잘 유지가 되고 있는지 매시간 소변량을 측정한다.

기본적으로 혈압이 유지가 되어야 간, 신장 등 다른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혈압 유지를 위해 수액을 주입하고 필요하면 수혈하고 그 마저도 잘 안되면 승압제를 사용하여 혈압을 올리려고 애쓴다.

혈압을 올리기 위해 사용한 수액 등이 들어갈 경우 신장에서 소변으로 배출이 용이하지 않으면 폐가 붓고 흉강에 물이 찰 수 있어 폐 사진도 필요에 따라 촬영을 한다.

그렇게 측정된 여러 가지 수치는 차트에 기록이 되고 이상이 있을 경우 바로 나에게 연락이 온다.

수많은 정보를 종합하여 환자 상태를 파악한다. 회복이 되고 있는 것인지 악화되고 있는 것인지...

그렇게 중환자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공간이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중환자실에 계시는 동안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하루에 정해진 면회시간 외에는 환자를 볼 수 없으니 그런 불안이 조금 더 가중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환자 상태를 보고 보호자들에게 전화를 드릴 때가 있다.

전화벨이 울리면 다급하게 전화를 받으시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중환자실에서도 신체징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서 병동으로 올라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이고~ 깜짝 놀랐네요. 다행이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혹시 뭐가 잘 못된 건 아닌지 중환자실 전화번호가 떠서 깜짝 놀랐다고 말씀을 주시는 경우도 많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항상 완쾌와 회복의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는다.

악화의 방향으로 들어설 경우 일반적으로 악순환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혈압이 오르지 않아 수액을 투여하고 승압제를 사용하고 급성 신장기능 부전으로 인해서 소변이 안 나오고 소변이 배출이 안되니 체내에 투여된 수분이 쌓이고 쌓인 수분은 흉강이나 복수로 나오고 폐에 물이 찰 경우 호흡이 순탄치 않아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면 필요에 따라서는 환자를 편하게 해 드리고자 진정제로 안정을 시키고 그렇게 되면 식사 진행이 안되면서 회복이 더뎌지고... 

그런 방향으로 들어서기 시작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어떻게 해서든 저 악순환의 고리 중 하나라도 끊어 내야 한다. 그래야 회복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어떻게 저걸 끊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가끔 중환자실에서 환자 분들을 보고 있자면 의사의 노력과 의료진의 의지 만으로 환자를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의료진은 그저 회복하실 수 있도록 보조하고 있다는 느낌... 환자 본인의 의지가 크게 작용함을 느낀다. 정말 회복하기 힘이 들 것 같았던 환자 분이 극적으로 살아나신다던지...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환자 분이 회복을 못하신다던지...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환자 분들의 개개인의 회복에 대한 의지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는 가급적 환자 상태가 나쁜 경우 환자 분 상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 혹시나 그분이 가지고 계실 실낱같은 회복의 의지를 꺾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보는 것은 장거리 마라톤이 될 수도 있지만 단거리로 단 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봐야 할 때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중환자실은 환자를 느슨하게 볼 수 없다. 그래서 긴장의 끈을 가지고 환자를 본다. 

어떻게 해서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조금 더 생의 길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의사와 의료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가장 극적인 공간 생과 사의 갈림길의 공간 중환자실에서  모두 잘 회복되시기를 바라본다. 

그 속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의료진들에게도 힘내라고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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