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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Jan 20. 2021

슬기로운 병동 생활

 병원이라는 공간은 아픈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고 아픈 환자를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보호자가 아픈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모여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병원에는 외래를 포함한 여러 공간이 있지만 그런 공간 중에도 가장 독특한 공간은 입원 병동 일 것이다. 환자들이 모여 누워있는 곳... 나을 때까지 숙박을 하며 지내는 곳... 다인실, 2 인실, 1인실, 특실, 격리실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진 곳이다. 그런 독특한 공간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게 된다.


"어이, 아가씨 여기 아프니까 진통제 좀 놔줘요."

"아이, XX 아파 죽겠는데 주치의한테 전화하라고 아니면 데려오던가"

"야!! 피 뽑는 것 좀 그만하라고... 나 죽이려고 그러냐"


 병동 환자 파악을 위해 간호 차트를 열어볼 때가 있다. 그 차트를 볼 때 간혹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이 병원의 간호사나 전담 간호사에게 폭언을 해서 기록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환자가 내 환자나 보호자이면 회진 때 가서 반드시 환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환자 분 몸이 아프고 불편해서 입원하셨고 통증도 있고 불편함도 있는 거 우선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의료진들한테 그렇게 막 하시면 안 되죠. 여기 환자 분 상태 나빠지라고 일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어르신 좋아지도록 다들 노력하고 있는데 간혹 바쁘고 안 좋은 환자가 있으면 사소한 부분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조금은 이해해 주세요."


 병동에서 환자들과 직접 대면해서 보고 있는 의료진은 담당 주치의뿐만 아니라 간호사와 전담간호사들이다. 그래도 주간에는 담당 의사도 간호사도 전담간호사도 모두 같이 있으니 문제가 있더라도 환자 처치에 대해서 지연이 없을 수 있지만 야간에는 일반적으로 인원이 줄면서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해야 할 환자 수가 일반적으로 많아진다. 그래서 간혹 병동에 생체징후가 좋지 않다던지 섬망이 심하다던지 하는 경우에는 그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다른 환자 분들께 신경을 못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몸이 아픈 환자와 옆에 상주하는 보호자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진에게 이야기하고 문제가 있는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약 투여가 필요한 정도인지 등을 사정해야 한다. 다양한 질환과 다양한 진단 그에 따른 다양한 처치와 수많은 약물들... 환자 상태에 따라 생체징후나 소변 양을 8시간, 6시간, 4시간 혹은 매시간 측정할 수도 있다. 혹여나 실수할까 반복 확인에 확인을 하고 보고 또 보고... 그래도 놓쳐지는 것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실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이어서 실수할 수 있다는 말로 쉽게 넘어갈 수는 없다. 아픈 환자들에게 위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벽을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도 감정을 가진 한 인간으로 환자나 보호자들과의 관계가 깨진 상태에서 돌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한번 틀어진 관계를 복원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물론 의료진의 실수로 인해서 신뢰를 상실하는 경우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환자나 보호자의 상식 밖의 행동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의료진들도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실수가 없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고 환자와 보호자들도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의료진을 대하는 것이 좋다. 혹여나 불이익을 당할까 의료진의 실수를 무조건 모른 척해달라는 의미는 아니다. 정확히 지적할 부분 의료진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병동 수간호사나 담당 주치의 등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어떤 의료진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기를 바랄 사람은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환자와 보호자 분들도 그 부분에는 의심이 없었으면 좋겠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상식적인 선에서의 불편과 불만에 대해서 표현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의료진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곱씹어 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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