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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Jan 18. 2020

모든 이의 간절함이 모이는 곳

수술장 입구

 수술장 입구는 간절함이 모이는 장소다.

출입 제한 구역을 나누는 수술장 입구의 안과 밖에는 보호자와 의료진 각자의 간절함이 있다.

수술이 잘 끝나기를... 모든 나쁜 것들이 저 안에서 모두 사라져 돌아오기를...

오늘 수술이 별문제 없이 잘 진행되기를... 오늘 수술 중에는 출혈이 안 생기기를...

전문의 수련 때 동기와 아침마다 주문처럼 외쳤던 ‘오늘 하루도 무사히...’ 도 그런 간절함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보호자 분 좀 수술장 입구로 불러주세요.”

수술이 끝날 때쯤 내가 항상 하는 말이다. 수술이 종료하고 환자의 수술 경과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다.

“수술은 어제 설명드린 것처럼 계획대로 잘 되었고 곧 회복실로 나오실 거고 회복은 경과를 보셔야 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보호자들을 보고 있으면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얼마나 안절부절못하고 있으셨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수술장 입구에는 아침이면 부산하다. 수술을 앞둔 환자를 침대로 모시고 오고 걱정스러운 얼굴의 보호자들이 뒤 따른다.  수술장 입구의 문이 열리면 환자와 보호자들의 짧은 이별의 순간이 오게 된다. 수술장 입구에서 환자 본인임을 확인하고 수술 부위를 하고 나서야 수술대 위에 눕게 된다.  환자의 침대가 수술장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환자는 오롯이 혼자 다가오는 수술을 기다리게 된다. 간혹 환자 분들은 긴장으로 인해서 심박수가 높아지고 혈압이 높아지기도 한다. 마취를 하는 동안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환자의 긴장된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천천히 안정제가 투여되고 기도 삽관까지 되고 나면 본격적인 수술 준비가 시작된다. 수술대에 누운 환자 분은 그렇게 잠시 잠이 들고 나면 마취에서 깰 때까지 본인의 몸을 의료진의 손에 온전히 맡겨놓게 된다.


 응급 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보호자들의 걱정은 더 깊어지고 그만큼의 간절함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응급 수술은 환자가 가진 마취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질환들과 관계없이 진행해야 하고 환자의 전반적인 상황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장을 보는 의사에게 가장 흔한 상황은 장천공 내지는 장폐색 일 것이다. 두 가지 질환은 패혈증을 잘 일으키고 다발성 장기부전의 원인이 되어 예후가 좋지 않다. 다행히 회복하더라도 많은 합병증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 응급 수술을 끝내고 수술장 입구에서 환자의 경과와 예후를 설명할 때면 좋은 이야기를 전하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흔한 것 같다. 수술장 입구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는 느낌이다.


수술장 입구에는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수술이 잘 끝나기를 기도하는 보호자 분들의 모습이 있다. 그런 간절함을 알기에 마취된 환자 옆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의 몸에 칼을 대고 상처를 만들고 수술 부위를 제거하고 봉합하고 다시 살리는 수술... 그 수술 중에 아무런 이변 없이 설명들은 대로 잘 끝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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