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무대 위에 침대가 하나 놓여 있다. 침대 위로 내려오는 조명 하나뿐, 주변에 어떤 빛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침대 위에는 한 여자가 곤히 잠들어 있다. 금세 그가 잠든 침대 뒤로 창문이 있는 벽이 배경으로 깔린다. 그는 창문 바로 옆에 붙은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무대의 빛은 점점 어두워지고 창문 틈새로 작은 빛이 새어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TV 소리 같은 잡음이 무대 위에 울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것 같은 묘한 소리에 여자는 잠을 설치기 시작한다. 이내 모든 빛이 꺼진다.
잠시 뒤, 무대 위로 조명 하나가 떨어진다. 침대는 온데간데없고 잠옷을 입은 채로 여자가 무대 위에 서있다.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감히 흉내 낼 수 없어요. 내가 어떻게 따라 할 수도 없다고요. 남자도 아니었어요, 그건 여자도 아니었다니까요. 분명… 죽어있는 무언가 같았어요. 그게 갑자기,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고요."
양손을 점차 귀로 가져가고 시선을 땅으로 떨군 채 고개를 저어댄다.
"싫어, 싫어…!"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누구도 그가 들은 목소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감히 흉내를 낼 수 없는 목소리였기에, 누구도 그가 되어 직접 듣지 않는 이상 그 목소리를 알 수 없다.
조명이 꺼진다. 어두운 곳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죽어'라고 했어요. 근데 나는 그 목소리를 흉내 낼 수가 없어요. 그 큰 목소리에 눈을 떴을 땐…"
다시 조명이 들어온다. 조명 아래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그가 보인다. 그는 천장에, 당장 눈앞에 무언가라도 있는 듯이 인상을 쓰고 말을 하기 힘든지 으으, 흑, 흐으윽… 같은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이려고 애쓴다. 그가 겨우 울음을 터트려 소리를 냈을 땐 다시 조명이 꺼지고 그의 울음소리만 울려 퍼진다.
그의 울음소리 위로 끔찍한 굉음이 깔린다. 누가 감히 이를 흉내 낼 수 있단 말인가? 기계로도 만들 수 없는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무것도 없다. 마치 죽음에 닿은 순간처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깜깜한 어둠뿐이다.
가장 머리에 남아 있는 가위에 눌렸던 기억이 하나 있다. 그게 바로 이 글에 담긴 모습이다. 창밖으로 들리는 작은 소음, 그 소음이 잦아들 때 들리는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목소리로 죽어! 하고 소리치던 그 목소리가 나는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겨우 눈을 떴을 땐 눈앞에 얼굴만 떠서 피를 흘리며 웃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얼굴만 있는 것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헤카테 유니버스에서 결국 헤카테가 사후세계를 만든 것도 세계 확장의 일종이고, 사람들에게 꾸며내서 보여주는 것으로 써 내려간 적이 있었다. 나는 내 악몽을 가져와 그 모습을 헤카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모습으로 글을 써보았다. 죽은 사람들은 새롭게 환생하거나 사후세계에서 살아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 영혼은 저렇게 고통받으며 평생 편하게 잠들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헤카테는 지금도 뒤에서 사람들에게 직접 악몽을 내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며 앞에선 사람들에게 악몽을 지워주는 척 죽음을 선물해 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