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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다이드 Jul 02. 2023

다정한 부부

 포트리에서 묵게 될 집에는 네덜란드인 남편과 고향이 포트리인 스코틀랜드인 아내가 살고 있었다. 포트리에 도착한 날 저녁 식사는 숙소에서 제공받기로 돼 있었다. 숙소에서 호스트가 직접 해주는 저녁 식사는 비싸서 잘 이용하지 않았는데, 이곳은 한국에서 숙소를 예약할 당시에 어떤 상황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첫날 저녁만 숙소에서 식사를 제공받기로 했다. 비싼 돈을 내고 먹는 식사여서 집주인 부부도 신경을 써서 준비한 것처럼 보였다. 스테이크 비슷한 요리가 나왔는데 맛있게 먹었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당근을 못 먹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아내의 접시에 있던 당근을 대신 먹어주는 걸 봤는데, 약간 닭살이 돋긴 했지만 부럽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포트리에 대한 두 사람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다 알고 지낸다면서 다른 집 물건을 훔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마을에서 추방되기 때문에 범죄가 없다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밤에도 문을 안 잠그고 산다고 하던 게 기억난다. 여기에 안 살아도 다른 곳에서 살면 되는데, 이곳이 뭐라고 추방되는 걸 두려워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고향인 여자야 그렇다 해도 네덜란드인 남편은 뭐가 그리 좋기에 이 외딴곳에서 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얼마나 좋기에 여기에 자리를 잡게 된 건지 나도 알고 싶어졌다.


 남자는 키가 상당히 컸는데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였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호탕하게 웃고 큰 목소리로 시원시원하게 말할 줄 알았는데, 굉장히 조용한 사람이었다. 부인이나 나에게 항상 속삭이듯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무슨 일이 있나 싶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아내는 남편과 달리 키는 작았지만 말투나 행동이 강단 있는 여자였다. 너무 직설적이라 약간 무서울 정도였다. 포트리에 머무는 동안 부부와 함께 아침 식사를 했는데, 어느 날 아침은 식사하는 중에 자신이 만든 향초를 몇 개 가져와서 나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돈을 받고 파는 거라면서 나에게 살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봤는데, 내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거절하니까 대뜸 돈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거냐고 따지듯 물어봐서 진땀을 빼야 했다. 옆에 있던 남편이 조용한 목소리로 중재해 주지 않았다면 계속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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