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by 히다이드

파리 북역,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 치안이 안 좋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는 곳이 파리행 유로스타의 종착역이었다. 어떻게든 이 역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었지만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오는 이상 다른 방법은 없었다.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열차에서 내렸다. 다행히 플랫폼은 여느 역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역사 건물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으로 역사 문을 나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자리에 멈춰서는 순간 두근거리던 내 심장이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며 짜증을 냈지만, 내 머리가 그 순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것을 고집하고 있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태에서 천천히 촬영을 마치자마자, 캐리어 가방을 밀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이 위험천만한 지역을 벗어나야 했다.



한참 동안 뛰듯이 걷다 평범한 상점들이 있는 한적한 거리에 들어서자 그제야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곳의 건물들은 선이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지붕들이 하나같이 군청색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누가 처음 생각한 건지는 모르지만 아름다운 건물을 더 고급스럽게 만드는 것 같았다. 대로에 접한 카페들이 밖으로 내놓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습도 보였는데, 한창 일할 시간에 저렇게 여유를 즐겨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 문득 이곳이 파리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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