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경을 넘으며

by 히다이드

함부르크 역에서 암스테르담 중앙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면서 산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를 보며 뜬금없이 17세기, 18세기에 유럽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전쟁들이 생각났다. 그 모든 싸움은 결국 이 끝이 안 보이는 평야가 전부 우리 땅인 것처럼 보여서 일어났던 것인지도 모른다. 시베리아 벌판을 가로지를 때도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봤었지만 대부분이 황무지나 척박한 벌판이었던 반면에 이곳의 평야는 농사를 짓고 있는 비옥한 땅이었다. 기차 밖으로 보이는 농촌의 모습도 훨씬 깔끔하고 풍요로워 보였다.


오스나브뤼크 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암스테르담으로 가는데, 기차가 독일 영토를 벗어나 네덜란드로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휴대폰이 안 되는 것이다. 함부르크에서 휴대폰 판매원에게 혼나가면서 145 유로나 주고 SIM 카드를 살 때, 분명히 유럽 전 지역에서 쓸 수 있는 거라고 했었다. 그런데 네덜란드에 들어서자 인터넷이 안 됐다. 암스테르담의 호스트에게 연락해서 몇 시에 도착하는지 알려주고, 집의 위치와 집에 들어가는 방법을 물어봐야 하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방문하라고 휴대폰 판매원이 알려준 웹 사이트는 독일어만 지원해서 역시나 도움이 안 됐다. 뭘 충전하라는 것 같은데, 돈을 미리 다 지불했는데 왜 충전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고 어떻게 충전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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