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소에서 혼나다

by 히다이드

반 고흐 미술관에 가는 날 아침은 날씨도 좋고 하늘이 무척 예뻤다. 가는 길에 한 교회 앞에서 바자회를 하고 있기에 팬케이크를 하나 사 먹고 천천히 걸었다.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거리마다 여유가 넘쳤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 길에서 본 재미있는 광경이 생각난다.


길을 건너려는데 남자들 열 명 정도가 마주 앉은 테이블이 내 앞을 지나가는 것이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발밑의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것인데, 마주 앉은 남자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페달을 밟고 있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듯 얌전히 테이블에 앉아서 부지런히 발밑의 페달을 밟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보고 있는 나도 자꾸 웃음이 나왔다. 뭔가를 홍보하는 이벤트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니 한 회사에서 운영하는 관광 상품이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맥주 같은 음료를 마시며 시내를 돌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암스테르담 시내를 가로질러 반 고흐 미술관에 도착했는데 줄 서는 것부터 애를 먹었다. 엉뚱한 곳에 서 있다 직원의 안내로 줄을 찾아갔는데 줄이 제법 길었다. 국립미술관에 들어갈 때는 줄을 안 서고 들어갔었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몇십 분을 기다린 후에야 매표소 앞에 갈 수 있었는데 안에서 표를 파는 직원이 나를 보자마자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는 나에게 왜 화부터 내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잔뜩 위축돼서 계산을 하는데 카드 리더기에 신용카드를 꽂으니까 무슨 메시지가 뜨는 것이다. 달러로 할 거냐, 유로화로 할 거냐를 묻는 메시지였는데 뭐로 할지 고민하느라 머뭇거리는 동안 시간이 경과돼 결제가 취소돼 버렸다. 다시 카드를 꽂고 처음부터 결제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인데 안에 있는 직원이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언성을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혼을 내고 있었다. “I’m sorry”라고 몇 번을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주변에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 앞에서 혼나가면서 계산을 했다. 계산을 마치고 매표소 앞에서 물러나면서 좋은 아시아인 여행자로 기억되기 위해 “Thank you”라고 말하고 돌아섰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짐작컨대 아시아인 여행자들에 대해 매우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촌스러울 정도로 짧게 깎은 머리에 허름한 옷차림을 보고 자신에게 피해를 줬던 사람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사람 역시 유색인종이었다는 것이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자기 자신이 유색인종이면서 아시아 사람들을 깔보고 함부로 대하는 게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웃겼다. 좋은 아시아인 여행자가 되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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